겨울나무
전재완
빈털터리가 되었다 갈비뼈를 긁어대는 하늘
메마른 먼지를 털며 물끄러미 나를 보는
빈털터리가 되고나서야 네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늘이 눈부신 이유를 알았다
이렇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털어낸다는 것이
다시 떠나보낸다는 것이
나를 버린다는 것이
생(生)이라는 것임을
또 다른 나를 준비(準備)하는 것임을
다시 채워야할 빈자리라는 것임을
이렇게 아무것도 심각하지 않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희망(希望)임을
알았다
나를 가로막는 지붕을 허물고서야
보이기 시작하는 투명한 얼음덩어리
싱싱한 피를 수혈(輸血)하는 잎사귀를 달고
헐벗은 하늘을 간호하는 앰뷸런스를 기다린다.
-2005년 1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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