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도
- 우화 속 우화
전재완
1
포도가 먹고 싶은 여우가
우화 속 이야기처럼 주렁주렁
열매를 늘어뜨린 포도나무 아래서
몇 번이고 얼박질을 하다가
- 저건 아직 덜익은 거야
너무 떨떨해 !
돌아선 여우
꼬리 아홉의 저 구미호
문을 연 순간,
2
아뿔싸!
똥과 오줌
회색 비닐봉지에
똥 한 무더기
오줌 지리고 떠난
어느 길짐승의 히스테리
신포도라기엔,
우화 속 얼짜를 할퀸 발톱의 흔적
인간에게 배달된 어설픈 포장이
결국, 그가 풀지 못한
이 바닥의 포도였을까?
그가 싸놓은 똥과 오줌을 닦다가
아~우!
약은 여우의 비명소리가
휴지를 닦는 포도에 흘러내렸다.
- 반품을 할까?
생각하다가 천재지변이라 악성 댓글 대신
나는 꼬리 잘린 여우같이 침묵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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