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는 왜 가시가 있을까
-2001년
전재완
친구와 헤어진 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창 밖 붉은 장미가 담벼락을 타고
나를 보고 손을 흔든다
어제 헤어진 여자는
우리 다음에 또 볼일이 있을까
망설이다가 전화번호를 주지 않았다
버스가 서고
나는 우리 다음에 헤어진 그림자와 함께 어두운 대문을 열었다
장미는 왜 가시가 있을까
형광등을 껌벅이며 천정을 밝힌 우리 다음에 헤어진 눈
내일이면 이곳 생활도 마지막이 될
우리 다음에 만날 날 있을까 북마산 달동네
장미는 왜 가시가 있을까
버스에서 내려
우리 다음에 만날 날 없는 그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어젯밤 부킹해서 춤을 춘 낯선 여자의 얼굴
라이터로 불을 켠 붉은 장미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
날아든
우리 다음에 또 볼 일 있을까
웃고 있는
장미의 가시를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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