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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힐의 책방

Re: 요산 김정한 소설을 읽다가

작성자전재완|작성시간26.06.13|조회수12 목록 댓글 0

山居族

 

당찮은 말씀! 산이 좋아서 산새처럼 산에 사는 것이 아니다. 평지에
는 감히 발붙일 곳이 없어서 비탈로 산으로 기어오르다, 풀도 잘 나지
않는 왕모래 등성이에 다닥다닥 판자집들을 얽어  놓곤 소위 대도시의 미
관을 온통 망치고 있다.

이따위 무허가 판잣집들이란 으례 때에 따라 마구 밀어버려도 무방하
지만, 다행스럽게도 인간들만은 함부로 다루지 못하게 이곳 따라지들도
호적이란 데 얹혀 있어서, ...(중략) ...산 ---몇 번지란 주소까지 또박또박 
고맙게 인쇄되어 있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자기들이 사는 S산의 한 아랫등성이를 근대화
된 이름으로 XX동 산-----몇 번지들이라 말하지 않고 그저 내림대로
마삿등이라고 부른다. 이 마삿등4백여 세대의 주민들은 황 거칠이란
중늙은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사람들은 그를 부를 때 작대기라고 
불렀는데 이러한 애칭을 얻게 된 까닭이란, 매일 같이, 때로는 하루에도 
몇 차례나 쇠작대기를 해 들고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다니는 습관
외 비록 덩치는 작아도 하는 짓이 어딘지 모르게 꿋꿋하고 믿음직해서 
사람들은 그렇게 황 거칠이를 쇠작대기 영감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이
웃동네 사람들까지 마삿등 하면 으레 그의 쇠작대기를 연상할 정도로
황 거칠 씨는 널리 알려졌다.

그런 황거칠 씨가 널리 알려진 보다 큰 이유는 마삿등 산 따라지 가구의
물곤란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살려고 바둥거리는
가난한 자들의 생활과 물을 두고 따라지 서민들의 삶을 망가뜨리려는
기득권과의 대결구조에서 주인공 황 거칠 씨가 겪는 사건들로 이야기는
출발한다.


- 사람답게 살아 가라!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불의에 타협한다든가
굴복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사람이 갈 길은 아니다.

황거칠 씨가 설치한 수도시설을 못마땅하게 여긴 호로새끼 호동팔에
의해 강제 철거되고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하기 위해 그가 선친묘에
들러 무덤가에 머리를 조아리며 자신의 마음을 달래면서 속으로
스스로를 다짐하는 말이다.  황거칠 씨를 두고 쇠작대기라고 부르는
데는 저런 곧고 강직한 인간성을 두고 얻어짐 애칭임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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