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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힐의 책방

김리윤 야생의 눈과 눈 안쪽의 야생

작성자전재완|작성시간26.06.18|조회수8 목록 댓글 0

담벼락을 뛰어넘으며 고양이가 깨진다. 담벼락 너머 감나무 잎사귀 흔들리며 깨진다. 전봇대 옆에 서 있는 사람의 손에 들린 담배 연기 깨진다.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가 허공의 어둠을 깨뜨린다.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앉은 사람의 손끝에서 넘어가는 책장이 깨진다. 오토바이가 골목 어귀로 사라지며 깨진다. 개와 걷는 저 사람, 개의 독특한 보법 때문에 이상한 방향으로 깨진다. 개의 발에 챈 콜라 캔이 굴러가며 깨진다. 나는 계속 걷고 있고 모든 것이 시야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다. 나는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통해 이 모든 것이 깨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나는 연속적으로 장면의 바깥으로 밀려나며 새로운 장면에 삽입된다. 깨지는 소리가 이전과 이후의 장면을 알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 나는 안심한다. 나는 자연스럽게 세계를 견딜 수 있다. 비자연이 되기 위하여 장면의 모든 것은 깨지는 물질을 가진다.

―「감정의 자연스러운 상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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