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극락을 꿈꾸지 않는다 - 배두순
이곳에 이르러 물고기 밥이 되지 않으려면
극락 또한 다리를 넘어서야 한다
수면은 매끄러웠다
그 안 물고기들의 오후는 진흙 쪽으로 머리를 처박은 듯
선禪과의 자유로움도
미물의 천진함도 담겨있지 않다
극락교라 이름 지어진 다리
호기심어린 눈동자들이 몇 줌의 먹이를 뿌리며
물 속 사연들을 건져 올리고 있다
단지 그것뿐이다
세상의 어떤 극락이라 해도
제 스스로 물을 깨우고 말리지 않으면
날개를 달 수 없는 법
한낮의 고기들은 졸린 듯 무료함 쪽으로
몸뚱아리를 비틀기도 하며 가끔씩 주둥이를
뻐끔거리기도 하고 , 단지 그것뿐이다
세상의 어떤 깨달음도 극락 밑에 이르러서는
오탁을 면치 못하고
어떠한 하심도 제 스스로 마음을 걸러내지 않는 한
마음 저쪽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단지 그것뿐이다
오탁을 건너지 못한 마음 한 줄기 꾸려서
나 가끔씩 극락교를 찾는다
서녘 태양만이 오늘 하루의 정진으로도
극락교를 건너지 못한 채 밤의 입구를 서성일 뿐
세상을 건너지 못한 건 저 다리 밑 하루 몫의 물빛과
문듣 내 귓전을 울리는 바람의 공명 뿐
극락교에 오르면
세상은 단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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