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의 바다 - 정일근
그 마을 사람들은 바다를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설마? 하고 물어보면 불쑥 주머니 속의 바다를 꺼내 보여준다.
놀라지 마라, 그것은 마을의 아주 어린 꼬마 녀석도 할 수있는 일이다
제법 사랑을 아는 나이가 된 친구들은
사랑으로 외롭거나 쓸쓸할 때에는
손바닥 위에 바다를 올려놓고 휘파람을 분다
아무래도 마을 어른들은 한 수 위다
흰 손수건인가 싶어 보면 어느새 하얀 갈치 떼로 변하고
손금 위로 바다를 흐르게 하고 흐르는 바다 위에 섬을 띄운다
아주 오래 전 그 섬을 찾아가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의 안부까지 전해준다
읽다만 시집 속에 곱게 접어 온 바다
삶에 지칠 때, 누군가 아득히 그리울 때
나는 손바닥에 그 바다를 올려 놓고 엽서를 쓴다
아침이면 사람과 함께 눈뜨는 바다
저녁이면 사람과 함께 잠드는 바다
사람과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 바다를 나는 알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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