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12,1-11; 2티모 4,6-8.17-18; 마태 16,13-19
+ 찬미 예수님
오늘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입니다.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는 교회의 두 주춧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씀으로 베드로 사도 위에 당신의 교회를 세우셨습니다. 가톨릭교회는 베드로 사도를 제1대 교황으로 하여 제267대 교황인 레오 14세에 이르기까지 2천 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가 교회의 중심을 잡으셨다면, 바오로 사도는 교회가 전 세계로 확장되는데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또한 수많은 서간을 통해 그리스도교 교리와 신학의 형성에 지대한 역할을 하셨습니다.
베드로 사도가 교회의 조직과 제도적인 면에서 주춧돌이 되셨다면, 바오로 사도는 교회의 내용적인 면, 교리와 신학에서 주춧돌이 되셨습니다. 그렇기에,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의 축일을 기념하는 것은, 단순히 두 분의 성인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세우시고 이끌어 주고 계시는 교회에 대해서도 감사드리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 대축일과 가까운 주일에 교황님을 위해 특별히 기도하는 교황 주일을 지내는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어부였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첫 번째 제자가 되었고, 오늘 복음의 신앙 고백을 통해 수제자가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 주님을 모른다고 배반했지만, 뉘우치고 돌아와 교회의 수장이 되었으며, 기원후 67년경 지금의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근처에서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신 것으로 전해집니다. ‘감히 스승과 같은 모습으로 죽을 수 없다’고 말씀하셔서 거꾸로 매달려 처형되셨다고 합니다.
한편, 바오로 사도는 바리사이 출신이었습니다. 그리스도교를 없애버리기 위해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했지만, 다마스쿠스로 가던 길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후 회심하여 주님의 사도가 되었습니다. 평생 유럽과 아시아를 넘나들며 복음을 전하고 수많은 교회를 세웠으며, 역시 기원후 67년경 로마에서 참수되신 것으로 전해집니다.
두 분의 순교방식이 달랐던 이유는, 바오로 사도에게는 로마 시민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법으로는 로마 시민을 십자가에 처형할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두 분은 출신에서부터 시작하여 제자가 되는 과정, 순교에 이르기까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같은 곳 로마에서 순교하심으로써 주님께서 주신 사명을 완수하고 주님의 뒤를 따랐습니다.
그런데 두 사도에게는 더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두 분은 회심하신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날 “당신과 함께 죽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당신을 모른다고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였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밤, 베드로는 다른 맹세를 합니다. 거짓이면 천벌을 받겠다고 맹세하면서,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성경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나는 그 사람을’, ‘당신들이 말하는 그 남자를’ 알지 못한다고 세 번 부인합니다.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 네 복음서 모두 이 장면을 전합니다. 복음서 저자들은 누구에게서 듣고 이 장면을 쓴 것일까요? 다른 제자들은 그 자리에 있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베드로 사도의 배반 이야기를 전한 사람이, 다름 아닌 베드로 자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주님께서 예고하신 대로 자신이 주님을 배반했다고, 제자 공동체에 고백한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제자들은 그런 베드로 사도를 자신들의 대표로 받아들이고 인정했습니다. 예수님을 버리고 달아났던 자신들도 모두 약한 존재라는 것을, 뼛속 깊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한편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교를 없애버리기 위해 다마스쿠스로 가던 중에 하늘에서 번쩍이는 빛을 보고 땅에 엎어지며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라고 말씀하시는 소리를 듣습니다.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라고 묻자 그분은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날 이후 바오로 사도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시몬이 베드로가 되었듯, 사울은 바오로가 되었습니다. 바오로는 자신이 박해하던 그 가르침을 전하기 시작했고, 자신이 거짓이라 주장했던 복음이 왜 진리인지를 선포하였으며, 마침내 그 복음 때문에 자신이 박해받고 순교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두 사도에게는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삶의 어두운 순간이 있었지만, 회심했고 주님의 참다운 제자가 되었습니다.
두 사도의 또 다른 공통점은,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사랑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후 베드로에게 나타나시어 “너는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베드로는 ‘예 주님, 제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당신이 아십니다’라며 세 번 대답합니다.
한편, 바오로 사도 역시 예수님을 지극히 사랑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예수님에 대한 사랑은, 사도께서 쓰신 서간들에 절절히 나와 있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은 바오로 사도의 서간에 400여 차례 등장합니다.
두 사도의 세 번째 공통점은 자신이 사랑한 분과 그분의 교회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고 그 사랑을 목숨으로 증거했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도는, 자신의 약함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에게 의지하지 않고 예수님께 의지하였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복음을 선포하다가 붙잡혀 매질을 당한 후 예수님의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욕을 당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받았다고 기뻐하였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 제2독서에서 당신이 이미 제사 때 쓰이는 포도주로 제물 위에 부어지고 있다고 말하며, 훌륭한 싸움을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주님께서는 내 곁에 계시면서 나를 굳세게 해 주셨습니다.”라고 고백합니다.
두 사도의 세 가지 공통점은 우리에게도 해당합니다. 우리 또한 약한 존재로서, 회심한 사람들, 회심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또한 예수님을 사랑합니다. 우리도 예수님께 의지하여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세상, 예수님의 교회, 그리고 가족들을 비롯하여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람들에게 헌신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는 2천 년 전의 위대한 사도들이시지만, 넘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주님께 충실하려 노력하고, 자신의 약함에 힘들어하면서도 주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 자신의 또다른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베드로 사도는 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쇠사슬에 묶인 채 군사들 사이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파수병들이 감옥 문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더니 베드로를 깨우며 “빨리 일어나라”고 말합니다. 베드로는 천사의 말에 따라 허리띠를 매고 신을 신고 겉옷을 입고 따라 나갑니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던 날을, 그리고 주님께서 부활하시던 날을 떠오르게 합니다. 베드로는 감옥 밖으로 나와 “주님께서 당신의 천사를 보내시어 나를 빼내어 주셨다.”고 말합니다.
2015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미사 때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 구절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론하셨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천사를 보내주신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생각해 봅시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우리를 어려운 상황에서 구해 주는 천사, 죽음과 악의 손아귀에서 우리를 건져 주는 천사, 잘못된 길을 알려주는 천사, 우리 안에 희망의 불꽃을 다시 지펴주는 천사, 다정하게 위로해 주는 천사,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 주는 천사, 세상 속에서 잠들어 있는 우리를 깨우는 천사, 또는 단순히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천사가 얼마나 많았던지 생각해 보십시오.”
교황님의 말씀을 들으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천사를 보내 주셨나 생각합니다. 그 천사들은 교회 안에도 있었고 밖에도 있었습니다. 나를 성당으로 인도해 주고 세례를 받도록 이끌어 준 천사, 나에게 교리를 가르쳐 주고 도와준 천사, 나에게 신앙인의 모범을 보여준 천사, 내가 세상에 진정한 관심을 갖도록 일깨워준 천사, 나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전해준 천사….
그 천사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느님의 은총을 전해준 천사이기도 했고, 항상 얼굴을 맞대고 있는 사람 혹은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기도 했으며, 내가 읽은 책을 통해 나에게 말을 건넨 누군가이기도 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교회 안에서 나에게 많은 천사를 보내주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레오 교황님,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를 비롯한 수많은 성인들, 우리 구역의 식구들, 지금 내 옆에서 미사를 드리면서 나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실 교우들 역시 주님께서 교회를 통해 나에게 주신 천사들입니다.
이 교회는 베드로의 교회도 아니고, 성직자들의 교회도 아니며, 다른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바대로 주님의 교회, 예수님의 교회입니다. 교회를 통해 은총을 주시는 주님께, 그리고 주님께서 보내주신 천사들에게 감사드리며,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주위의 천사들을 알아보는 한 주가 되시기를 빕니다. 기적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입니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교황님 강론:
https://youtu.be/eUEDOb3XnQk?si=bTRG0IONyLeZ5l78
모짜르트, 라우다떼 도미눔 옴네스 젠떼스 (주님을 찬양하여라 모든 민족들아) K.339:5
소프라노: 마리아 슈타더
성 베드로 광장의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St. Peter's Square - Statue of St. Peter
St. Peter's Square - Statue of St. Pa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