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티모 4,10-17ㄴ; 루카 10,1-9
+ 오소서, 성령님
오늘은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입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루카 복음과 사도행전을 쓰셨습니다. 전승에 따르면, 루카는 바오로 사도의 전교 여행에 함께 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루카 복음이 성모님과 예수님의 어린 시절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성모님의 초상화를 그렸다는 전승도 있어서 루카를 화가라 여기기도 합니다. 또한 콜로새서에 나오는 “사랑하는 의사 루카”(콜로 4,14)라는 구절 때문에 루카가 의사였다는 전승도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전승 모두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작년에도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이 전승들에 대해, 루카가 바오로 사도와 마찬가지로 예수님을 따르는 영적 여정에 우리를 동반해 준다는 것을 생각하며, 루카가 세밀하고 아름답게 전해주는 예수님과 성모님의 모습을 더 닮도록 노력하고, 루카가 전해주는 예수님이 우리를 치유해 주시는 참된 의사이심을 더 묵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루카 복음사가의 가장 큰 업적은 루카 복음과 사도행전을 써서 우리에게 전해준 것인데요, 이 두 권의 책의 분량은 신약성경 전체의 1/4에 해당합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구세사를 세 단계로 나누는데, 첫 번째는 구약성경인 이스라엘 시대로서 하느님 나라에 대한 약속과 희망이 주를 이룹니다. 두 번째는 예수님 시대로서 예수님으로 인해 하느님 나라가 이 세상에 왔으며, 이 내용은 루카 복음 안에 들어 있습니다. 세 번째는 교회 시대로서 사도행전에서 그리고 있는데, 온 세상에 하느님 나라가 전파되는 시대입니다.
루카 복음은 하느님께 나아가는 구원의 길이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루카 복음에는 여성이 많이 등장하고 여성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또한 루카는 소외되고 약한 이들, 가난한 사람, 죄인들, 차별받던 사마리아 사람에 대한 예수님의 따뜻한 시선을 복음서에 중점적으로 담았습니다. 잃어버린 양과 동전의 비유, 돌아온 둘째 아들 이야기,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처럼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는 루카 복음의 큰 특징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일흔 두 제자를 파견하십니다. 72는 당시 알려진 이방인 나라의 숫자였는데요, 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에게 열두 제자를 파견하신데 이어, 온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라시며 일흔 두 제자를 파견하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일은 언제나 기쁘고 보람된 것만은 아닙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제 생활 교령’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는데요, “신앙을 가로막는 새로운 장애, 부질없는 노고로 드러나는 허무, 그리고 쓰라리게 겪는 고독은 실의에 빠지게 할 위험으로 이끌 수 있다.”(22항)
이것이 복음을 선포하면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인데요, 오늘 1독서를 보면 바오로 사도는 실제 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동료들이 다 떠나가고 “루카만 나와 함께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씀을 읽으며, ‘다 떠나도 나와 함께 있어 주는 루카가 내 주위에 있는가?’, ‘누가 나의 루카인가?’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누구에게 루카가 되어주고 있는가?’를 묻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우리에게 루카 복음서를 남겨 주었습니다. 우리도 우리 삶의 현장에서 복음서를 쓰고 있습니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 나의 삶 자체가 내 안에 계신 예수님을 세상에 드러내고 전해주는 나의 복음서입니다. 올 한 해 나는 어떤 복음을 써 왔습니까?
헤르만 로데, 성 루카, 뤼벡, 1484년
출처: Hermen Rode 001 - Luke the Evangelist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