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 오픈 챔피언십의 상징인 클라레 저그 (PGA 제공) |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은 그 역사만큼이나 우승 트로피도 유명하다. 은으로 제작된 클라레 저그(Claret Jug)는 골프 대회 우승 트로피 중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그러나 초기 디 오픈의 우승 트로피는 클라레 저그가 아닌 가죽에 은 버클로 장식된 챔피언 벨트였다.
■ 우승 트로피 대신에 챔피언 벨트를?
▲ '챌린지 벨트'를 착용 중인 톰 모리스 주니어 (R&A 제공) |
1860년 스코틀랜드 프레스트윅 골프장에서 첫 디 오픈 대회가 개최됐을 당시에는 붉은색 가죽 벨트에 은색 버클이 달린 '챌린지 벨트'가 우승 트로피로 사용됐다. 현재 복싱과 종합격투기 등에서 챔피언에게 주어지는 챔피언 벨트와 매우 흡사하다.
그러나 챌린지 벨트가 트로피로 사용된 것은 10년 밖에 되지 않았다. 디 오픈이 처음 개최될 당시 대회 주최 측은 '세번 연속 대회에서 우승하는 챔피언에게 챌린지 벨트의 소유권을 제공한다'는 룰을 적용했고 1870년, 톰 모리스 주니어가 3년 연속 디 오픈에서 우승하며 챌린지 벨트의 영구 소유권을 획득해서다. 1871년에는 디 오픈을 개최하겠다는 골프장이 없으며 출전 선수들의 동기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대회가 개최되지 않았다.
■ 디 오픈 부활, 새 트로피는 어떻게 제작될까?
이후 영국왕립학회(R&A)는 디 오픈의 미래와 새로운 트로피의 선정방식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 결과 1871년 5월 1일, 세인트앤드류스 골프장을 포함한 여러 골프장이 "디 오픈과 우승 트로피의 부활을 위해 각자 재정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15파운드를 기부하기로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디 오픈이 부활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1872년 9월 11일, 프레스트윅 골프장과 뮈어필드 골프장, 세인트 앤드류스 골프장의 핵심 인물들이 합심해 디 오픈의 부활을 추진했다. 챔피언은 새로이 제작된 우승 트로피를 수상하며 우승 트로피의 제작은 각 골프장에서 10파운드씩 기부한 금액으로 제작된다는 협의 하에 트로피 제작이 시작됐다. 1872년 디 오픈에서 4번 연속 우승에 달성한 톰 모리스 주니어는 아직 제작되지 않은 트로피 대신 우승 메달을 수상했다.
■ 클라레 저그, 드디어 완성. 첫 주인은 톰 키드
▲ 오리지널 클라레 저그를 소유한 마지막 챔피언인 보비 존스 (R&A 투어 제공) |
클라레 저그는 1873년에 완성됐다. 맥케이 커닝햄 & 컴퍼니 오브 에딘버러社에서 약 40파운드의 비용을 들여 제작한 클라레 저그의 첫 주인은 1873년 우승자인 톰 키드였다. 그러나 1872년에 우승하고 트로피 대신 메달을 받은 모리스 주니어의 이름이 키드보다 위에 각인된 뒤 주어졌다. 당시 클라레 저그는 '더 골프 챔피언 트로피'라고 불렸다.
1920년에 디 오픈의 주최권이 세인트앤드류스 골프장 측으로 이권 되면서 챔피언들의 클라레 저그 소유권에 대한 규칙이 변경됐다. 1927년까지는 챔피언이 이듬해 디 오픈이 개최될 때까지 클라레 저그를 소유했다가, R&A 측에 반납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1928년부터는 복제품을 만들어 원본은 세인트앤드류스 골프장에 전시하고 복제품은 챔피언에게 제공되는 것으로 규칙이 변경됐다.
이후로는 클라레 저그의 원본인 더 골프 챔피언 트로피는 R&A 측이 보관하고 복제품인 클라레 저그를 선수들이 일시적으로 소유하게 됐다. PGA에 의하면 이듬해가 돼 클라레 저그를 반납할 시기가 오면 챔피언들은 개인 소장을 위한 클라레 저그의 또 다른 복제품을 요청할 수 있다.
역대 챔피언들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클라레 저그와 대회 우승 뒤 1년 동안 소장한 뒤 R&A 측에 반납하는 것을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총 세 개의 클라레 저그가 존재한다. 하나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스에 위치한 골프 박물관에 전시돼 있으며 나머지 둘은 각종 골프 관련 이벤트에서 전시를 위해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