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차고,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가 붓고, 조금만 걸어도 종아리가 당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단순한 체질 문제나 피로 탓으로 여기지만, 전문가들은 혈액순환 이상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건강전문 매체 프리벤션이 최근 심장내과·혈관외과 전문의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좋은 혈액순환은 건강의 기본 인프라”라며 일상 속 혈류 관리의 중요성을 소개했다.
혈액순환이 중요한 이유
미국 뉴저지의 심장혈관 중재시술 전문의인 빈센트 바게스 박사는 기사를 통해 “순환계는 몸의 모든 장기와 근육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며 “동맥에 플라크가 쌓이거나 혈관이 막히면 심근경색, 뇌졸중, 심한 경우 하지 절단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손발이 차가워지거나 저리고, 다리가 쉽게 붓고 무거워질 수 있다. 상처가 잘 낫지 않거나 걸을 때 종아리에 통증이 생기는 것도 대표적인 신호다.
특히 케이틀린 W. 힉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혈액순환 장애의 가장 흔한 증상은 ‘간헐적 파행’으로, 걸을 때 엉덩이나 종아리에 통증이 생기고 쉬면 호전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기’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꼽은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걷기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 혈관외과 과장인 미스티 험프리스 박사는 “걷는 동안 종아리 근육이 수축하면서 정맥혈을 심장 방향으로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며 “동맥도 확장돼 전신 혈류가 개선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주 3회 이상, 30분 정도의 걷기를 권장한다. 걷기가 어렵다면 자전거 타기, 수영, 계단 오르기 등 유산소 운동도 도움이 된다.
오래 앉아 있는 것이 혈관 건강의 적
온종일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이라면 혈액순환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장시간 앉아 있으면 다리 쪽에 혈액이 고여 혈류 속도가 느려진다. 근육 피로와 다리 부종, 하지정맥류 위험도 높아진다. 험프리스 박사는 “15~20분마다 스트레칭을 하고 최소 1시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는 습관이 좋다”고 조언했다.
미국 애리조나 의대 임상교수이자 심장중재 전문의인 나치켓 파텔 박사는 “혈액의 절반 가까이는 물로 구성돼 있다”며 충분한 수분 섭취를 강조했다. 탈수되면 혈액량이 감소하고 혈액 내 나트륨 농도가 높아져 혈액이 상대적으로 끈적해진다. 그만큼 혈액순환에도 부담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소변 색이 옅은 노란색이면 수분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본다. 진한 노란색이라면 물 섭취를 늘릴 필요가 있다.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하는 이유
혈관 건강을 위해서는 식단도 중요하다. 파텔 박사는 시금치, 케일, 청경채, 비트, 브로콜리, 수박, 감귤류 등에 풍부한 질산염이 체내에서 산화질소 생성에 활용된다고 설명한다. 산화질소는 혈관을 이완시켜 혈류를 원활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할수록 혈관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흡연은 혈관 벽에 플라크를 쌓이게 하고 혈관을 좁게 만든다. 힉스 교수는 “흡연은 말초동맥질환의 주요 원인”이라며 “심한 경우 조직 괴사와 절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금연은 혈관 손상을 늦추고 혈류를 개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다리 올리기와 압박양말도 도움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어 다리가 잘 붓는 사람이라면 다리를 심장 높이 이상으로 올려 쉬는 것도 도움이 된다. 파텔 박사는 “다리를 올리면 중력에 의해 다리에 고여 있던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가기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압박양말 역시 정맥을 지지해 혈액이 아래에 정체되는 것을 줄여준다. 특히 하지정맥류나 만성 부종이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혈액순환 문제는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며 다리 통증과 부종, 저림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한 혈액순환 개선을 위한 특별한 비법보다 규칙적인 걷기, 충분한 수분 섭취,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식사, 금연, 장시간 앉아 있기 줄이기 같은 기본 생활습관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