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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패배- 에마뉘엘 토드 지음/ 권지현 옮김

작성자녹양|작성시간26.06.13|조회수17 목록 댓글 0

베를린 장벽의 붕괴 이후 흘러간 시간은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환상은 소련의 해체가 미국의 승리에서 비롯되었다고 믿은 것이었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할 당시 미국도 그보다 25년 전부터 쇠퇴하고 있었다. 공산주의가 붕괴한 것은 내부적 요인 때문이었다. 교육 계층화가 경제적 모순으로 이미 약해진 시스템을 파괴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효율적인 저항은 서방의 승리가 가능하다는 환상을 심어 주었지만 미국에는 궁극적으로 비극이 될 것이다. 초기 우크라이나의 성공은 네오콘에 의해 조종되는 블롭을 도취시켰다.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러시아군이 후퇴하고 2022년 가을 헤르손 남부와 하르키우 동부에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성공하자 군사주의 정서가 백악관을 장악했다. 전쟁의 역동성은 거부할 수 없었다. 전쟁이란 언제 어디서나 니힐리즘이 갖는 잠재성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2008~2016년 미국의 군사적 쇠퇴는 합리적이었으나 약했다. 니힐리즘이 싹튼 순간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의 니힐리즘은 2022년 갑자기 우크라이나 니힐리즘과 공명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주의의 덧없는 군사적 성공은 미국이 지역적으로 또 세계적으로 패배하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군사적·경제적·이데올로기적 덫에 빠뜨렸다. 그 패배란 독일과 러시아의 관계 강화, 세계적 탈달러화, ‘조폐판으로 지불하는 수입의 종식, 대빈곤이다.

 

유럽에서는 지도자들이 군사적 패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미 군부는 우크라이나를 내세워 대리전을 치렀으나 러시아를 상대로 방어하는 데 실패했음을 알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은 무기 시스템만 제공했고 가장 중요한 무기들은 제공하지 않았다. 군사적 패배가 얼마나 큰지 의식하지 못한 그들은 반대로 자국 경제가 제재 정책으로, 특히 값싼 러시아산 에너지 수급이 끊기면서 마비되었음을 알고 있다. 유럽 대륙을 경제적으로 반으로 가르는 행위는 자살과 같은 미친 짓이다. 독일 경제는 침체하였고, 서유럽 곳곳에는 빈곤과 불평등이 가중되고 있다. 영국은 낭떠러지 앞에 서 있고, 프랑스도 그 뒤를 바짝 따른다. 사회와 정치 시스템은 막혀 있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역학은 전쟁 이전에도 존재했고 이미 서방을 긴장시켰다. 부정적인 에너지는 서유럽 전역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자유무역은 제조업 기반을 흔들고, 이민은 제대로 된 급여를 보장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빼앗긴 서민층을 중심으로 정체성 증후군을 발달시켰다.

 

펴낸곳: 아카넷. 2026. 2. 10 발행. 양천도서관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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