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변호사가 바닷가 한적한 실버타운을 서재로 삼아 생생하게 써 내려간 황금빛 실버타운 체험기
노인들은 늙어서야 깨닫는 것 같기도 했다. 돈이 많다고, 땅이 많다고, 잘산다고, 못산다고, 잘 생겨서, 못 생겨서, 그런 것들은 삶과 상관이 없었다는 것이다. 돈이 많아도 나이 칠, 팔십이면 소용없고, 건강해도 구십이면 의미가 없다고 한다. 두 다리로 걸어서 봄날 꽃구경을 다니고, 이가 좋을 때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니고, 눈이 괜찮을 때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귀가 들릴 때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하고, 베풀 수 있을 때 남에게 베풀고,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기는 게 잘 사는 최고의 방법이었다고 후회들을 하는 것 같다.
황혼이혼을 하려는 노 부부에게 ‘불간섭 평화 협정서’ 제의
제1조, 늙고 병든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하게 감싸 준다. 제2조, 일을 나누어 하고 그 결과를 보고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제3조, 가치관이 다름을 인정하고 자기주장만 옳다고 우기지 않는다. 제4조, 부부라고 하더라도 각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의 세계에 몰입하며, 시간적 공간적으로 독립한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미리 혼자가 될 때를 대비하도록 한다.
노인들의 세 가지 공통된 후회
8,90대 노인들이 많은 실버타운에 2년 가까이 있어 보니까 노인들이 후회하는 몇 가지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 다 살고 보니까 인생이 별 게 아닌데 왜 그렇게 아등바등 힘들게 살았을까 하고 후회한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나도 그랬다. 남들이 가는 학교에 가고, 남들이 좋다는 직업을 나도 얻어야 하고, 돈도 남들만큼 가지고 싶었다. 남들의 눈을 의식하면서 살고,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맞추려고 허덕거렸다.
나는 얻어먹는 버릇을 고치기로 결심했다. 남들에게 밥을 사기로 했다.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사겠다고 해도 사람들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같이 밤을 먹고 나서 내가 행동이 재빨라야 하는데 항상 돈을 내는 데 뒤처졌다. 가난했던 시절의 얻어먹던 버릇을 고치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돈이 있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돈 쓰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늙으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했다. 음식점에 가면 고기를 구워 주는 종업원에게 팁을 주는 것도 배웠다. 경조사가 있으면 되돌려 받겠다는 마음 없이 조금 여유 있게 내기로 했다. 받는 게 아니라 주는 데서 오는 은밀한 기쁨을 발견했다. 상대방이 내게 밥을 살 기회를 주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펴낸곳: 답게. 2026. 2. 20 발행. 강서도서관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