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껏 살아오면서 내세울 것도 없고, 자랑할 것도, 해놓은 것도 없었기에 늘 미안하고 죄송스런 마음으로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변변찮게 오늘이 내 생일인데... 하는 소리 한 번 내뱉지 못하고... 또 그것이 뭐 대수로운 일도 아니고 해서 아는 듯 모르는 듯 지나쳐 왔던 것 같다.
물론 부모님이 계셔 미우나 고우나 내 새끼 생일인데 하며 미역국을 끓여놓으신 것은 단 한번도 어기지 않으셨지만 이제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가장으로 살다보니 내 생일을 내 입으로 말하기도 쑥스럽고 누군가가 기억해서 말을 한다해도 내 스스로가 별로 탐탁치 않게 여겨왔던 것이 사실이다.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왜 수선스럽게 하느냐... 요즘처럼 바쁘고 복잡한 세상에서 누가 일일히 그런 것 따지고 사느냐...너희들도 살기 힘든 세상에 그런 것 까지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등의 말로 스스로도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일까? 정작 생일을 맞이했는데도 아무도 축하한다는 말한마디 건네는 사람이 없으니 정말 서운하기가 그지 없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걸 정말 아무도 모른다는 말인가? 아~~~ 내가 이토록 하찮은 존재인가? 가진 게 없고, 베푼게 없어서 그런 것인가? 아니 뭔가 나 몰래 깜짝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는지도 모르지.... 아니 기대할걸 해야지 지금까지 그런것 모르고 살아왔는데 무슨 깜짝 이벤트야... 다 먹고 살기 바쁘니 언제 그런 것 생각할 수 있겠어... 다 내 스스로 자식들 넉넉하게 살도록 기반 하나 닦아주지 못하고 살아왔으니... 그럼에도 기대하는 내가 잘못인게지...
그런데 늦게 멀리 떨어져 사는, 정말 기대도 하지 않았던 자식 하나가 전화를 해온다. "열 한번째의 생신을 축하드려요. 바빠서 찾아뵙지는 못하고 전화로 대신 축하인사 드릴께요.오늘 모두 모여 잔치상을 벌리셨겠네요. 정말 꼭 가고 싶었는데...""
늘 멀리 떨어져 살던 놈이라 제대로 돌봐줄 여력도 없고 해서 늘 미안하고 안쓰러운 맘으로 여기던 자식 새끼인데... 이렇게 잊지않고 전화라도 해 주니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그러고 보니 그 자식 생일도 내 생일과 얼마 차이를 두지 않고 곧 다가온다. "그래 여기 얘비야 모두들 잘 차려줘서 근사하게 생일상을 받았지만 멀리 객지에서 고생하는 네 놈 생일도 낼모레구나... 애야 아무리 바빠도 이 아비가 그날은 다른 것 다 제껴놓고서라도 네 생일을 축하해주마" "이 아비가 크게 줄 것은 없지만 정말 마음만큼은 네생일을 축하하고 싶구나"
부처님 말씀대로 다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의 그 많은 일에 일일히 그 의미를 두고 살기도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한들 오히려 스스로를 옭매이고 가두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아닌 범인으로 살아왔던 습성이 때론 슬프고 때론 외롭고 때론 후회하게 만듭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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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영일만 작성시간 10.10.01 창립 1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면서... 앞으로 더욱 힘차게 뻗어나가는 연구회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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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왕중왕 작성시간 10.10.05 열 한 번째라니요. 벌써? 정말 많이 섭섭하셨겠어요. 저 역시'내 놓을 것도 감출 것도 없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지만 내 생일만은 왠지 가끔은 의미를 부여해 보고 싶더라고요. '위례역사문화연구회'의 탄생이야말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자축이라도 해야지요? 언제? (대부분 회원님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 無 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