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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희의 조선 왕릉

"혼비백산(魂飛魄散)이 바로 죽음이다."

작성자조영희|작성시간11.06.25|조회수981 목록 댓글 3

 

 

조선은 건국과 동시에 유교의 정신에 따라 정치·경제·사회 제도를 새로이 바꾸었다.
유교 정신에 따라서 500년동안 조선사회의 기틀을 마련했고 그 조선을 통치했다.
그 조선시대 최고 권력자로 살다간 왕이나 왕비의 무덤이 바로 조선왕릉이다.
그 조선왕릉에는 유교의 사생관이 곳곳에 가장 잘 스며들어 있고

그 문화를 또 제대로 전승 보존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자랑스런 유교 문화유산이다.

조선사회를 지탱하면서 통치 지배해온 유교의 사생관을 조선왕릉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삶을 알지 못하면서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未知生 焉知死)”

유교의 사생관은 제자인 계로가 공자에게 죽음에 대해 물었을 때 해준 이 한마디에 잘 나타나고 있다.

공자는 삶과 죽음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이것은 일종의 자연의 규율이라고 생각했다.

유교는 ‘현재를 영원히 자각하는 것’으로 삼고 있다. 무속에서 이야기하는 저승이나 다른 종교에서 제시하는

내세나 천국을 유교에서는 말하지 않는다. 죽음을 바라보는 눈이 삶을 바라보는 눈과 같다.

죽음의 의식에서 관대한 삶의 의식으로 바꾸어 보는 것이 유교의 사생관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육체가 죽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유교에서 사람이 살아있다고 하는 것은 육신을 거느리는 백(魄)과 정신을 다스리는 혼(魂)이라고
하는 것이 몸에 함께 있다는 뜻이다. 사람이 죽었다는 것은 혼백이 나갔다는 뜻이다.
혼은 하늘로 돌아가고 백은 땅으로 돌아가는 것을 죽음이라고 한다.
유교에서는  죽음이란 바로 혼(魂)과 백(魄)의 해체였다.
주자는 “생(生)은 기가 모이고 혼백이 결합하는 것이며,
사(死)는 기가 흩어지고 혼백이 분리되는 것이라”(氣聚則生, 氣散則死)고 했다.
율곡 이이도 “사람이 죽으면 혼기는 하늘로 올라가고 정백(精魄)은 땅으로 내려가서
(魂氣昇于天 精魄歸于地) 그 기가 점차 흩어져 결국에는 모두가 소멸되어 없어진다”고 했다.
“입으로 내쉬고 코로 들이쉬는 것은 혼(魂)이고,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것,
즉 감각적 요소인 백(魄)은 정(精)이며, 따뜻한 기운은 혼(魂)이 되고,
차거운 기운은 백이 되며 움직이는 것은 혼(魂)이고, 고요한 것은 백(魄)이다.”
유교는 죽음과 삶을 혼과 백으로 설명하고 있다.
혼(魂)은 ‘云 + 鬼’의 합성어이다. ‘云’은 ‘구름’(雲), ‘공기’, ‘하늘의 기운’을 말한다.
백(魄)은 ‘白 + 鬼’의 합성어이다. ‘白’은 아버지의 흰 색의 정액을 나타낸다고 한다.
白의 또다른 해석이다.흰색의 눈이나 서리를 나타낸다고 말하기도 한다.
구름의 기운처럼 상승하는 귀는 혼이다. 서리와 눈처럼 하강하는 귀는 백인 것이다.
우리 말로는 혼은 얼이고 백은 넋이다.
육신은 사라져도 초자연적인 혼과 백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는 유교의 사생관이다.
조선왕릉은 혼(魂)과 분리된 백(魄)과 시신을 함께 모신 효(孝)의 장소이다.
왕릉은 바로 죽음과 관련이 아주 깊다. 산 사람은 죽음을 결코 경험하지 못한다.
죽은 사람은 죽음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 산 사람만이 사후세계에 관심을 갖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도 몹시 놀랐을 경우 "혼비백산(魂飛魄散)했다"라고 말한다.
이 혼비백산이라는 말은 유교의 죽음관을 잘 함축하고 있다.
유교에서는 죽어서 저승으로 간다거나 환생한다고는 보지 않았다.
유교에서는 천국도 내세가 없다고 본다.
혼은 정신작용으로서 하늘에서 온 것이고 백은 감각의 육체작용으로서 땅에서 유래한 것이다.
혼과 백은 그 자체로서는 죽고 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합해지고 분리되는 데에 따라 생과 사가 나뉜다.
합치면 사람이 되고 분리되면 혼은 하늘로 돌아간다. 또 백은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부모가 생을 마쳤을 때 '돌아가셨다"고 말하는 것은 곧 원래 자리로 회귀했음을 의미한다.
효(孝)는 생전에 부모를 잘 모셔야 한다는 유교의 소중한 가치이다.
그 부모가 돌아가셨다. 제례를 통해 그 효의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다.
제례에서 효를 빼면 아무 의미가 없다.그래서 제사는 극진히 모신다.
제사를 올리기 전에 혼과 백을 결합시키는 절차가 꼭 따른다.
먼저 혼을 불러 오기위해서는 향을 피운다.
향을 피우는 이유는 향의 연기와 냄새가 하늘 높이 퍼져
하늘에 계시는 혼을 불러오는 것이다.
백(魄)을 부르기 위해서는 술을 땅에다 3번 나누어 붓고는 두번 절한다.
이렇게 술로 땅을 적시는 것을 뇌(酹)라고 한다.
땅에다 술을 붓는 이유는 백이 땅속에 묻혀있기 때문에
술이 땅 속으로 흘러 들어가 백을 불러 온다는 것이다.
성묘를 갔을 때에는 술을 땅에 부을 수 있지만,
집안에서 제사를 지낼 때에는 땅이 없다.
그렇다고 방바닥에는 술을 부을 수는 없다.
따라서 그릇에 흙과 풀을 담아 땅을 대신한다.
이렇게 흙과 풀을 담을 그릇을 모사(茅沙) 그릇이라 부른다.
즉 그릇에 황토 흙이나 가는 모래를 담고 그 위에 풀을 담은 그릇이다.
모사에 반드시 모래를 쓰는 것은 모래가 술을 잘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풀 대신 짚을 조그마하게 묶어 올려 놓기도 한다.
분향과 뇌(酹)  절차를 통해 하늘의 혼과 땅의 백이
만나 제사상에 강림하면 그 때부터 본격적인 제사절차는 시작된다.
분향과 뇌가 없으면 제례는 단순한 제사놀음으로 끝난다.
유교의 사생관은 아주 현실적이다.
선왕에 대한 효심의 발로가 바로 조선왕릉이다.
무엇이든지 최고로 하고 싶다는 마음만 앞설 경우 사치가 따르기 마련이다.
유교의 효는 현실적이다. 사치에 흐르지 않고 공경의 예(禮)를 소흘함없이 하는데는
제도가 필요하였다.그래서 능묘제가 마련되었다.
국조오례의에서 능묘제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선왕조의 왕릉 44기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는 왕릉의 시설과 예의를 높게 평가한 점도 물론 있다.
그보다는 아직도 그 능안에서 제례를 올리고 있어

당시의 효의 문화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세계가 관심을 쏟은 것이다.

그래서 조선왕릉이 소중하다고 본다.
조선왕릉은 유교의 생사관을 반영한 공간이다. 그 능역은 장엄과 효의 관념으로 가득 차있다.
왕릉에도 연꽃은 있다. 그러나 사찰에 있는 연꽃과는 사뭇 다르다.
사찰에 있는 연꽃은 단지 청정함과 순결을 상징한다.
진흙에서 아름답게 피어난 연꽃은 사바세계에서 맑고 깨끗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살아온 삶을 연상케 한다.
조선왕릉에 있는 연꽃은 유교에서 보는 연꽃을 말한다.
연꽃은 맑고 깨끗하게 물위에 피어있지만 물결이 간지럼을 태워도 늠름하게 그대로 자태를
지키고 있다. 연꽃은 속은 비어있으나 군자의 모습을 상징한다.
유교에서는 군자의 청빈과 고고함에 비유한다. 군자는 산속에 있어도 속세로 진한 향기를 전한다.
그리고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연꽃은 멀리 있으되 향기는 제때 전한다. 연꽃은 학덕이 높은 군자와 같다고 하였다.
연꽃을 때 묻지 않은 군자에 비유하여 칭찬하고 있다. 진흙에서 나와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모습을 세속에 물들지 않는 청아하고 고고한 모습을 간직한 군자에 비유한 것이다.
한 무덤에는 묻힌 이의 곡진한 사연이 담겨있게 마련이다.
고대사회에서는 하늘로 올라간 혼(魂)에 특별하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고대인들은 죽은 자의 영혼은 땅 속에 묻힌 사채와 함께 지낸다고 믿었다.

신석기시대부터 사체와 함께 취사나 생산에 필요한 토기나 도구류가 무덤에 함께 묻었다.

이는 바로 고대인들의 내세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고대인들은 망자가 죽었다는 사실을 잊은 듯 무덤 속에 생전의 거처와 생활모습을 재현했다.

조선시대는 그렇지 않았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죽은 사람이 이 세상으로 되돌아 나와 헤매고 돌아다니다 재앙을 끼치면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죽은 자의 영혼에게 온갖 편의를 제공하여 무덤 속에서 만족하며 살기를 바랐다.

"산 자와 죽은 자는 길을 달리하여 서로 방해해서는 안된다.(生死異路 不得相妨)"
2세기 후반 북경 서남쪽의 허베이성 망도(望都) 2호 묘의 명문이다.
생전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무덤 속의 사자와 영혼이 자신이 살아왔던 세계에 미련을

더이상은 갖지 않도록 본인의 과거까지도 포함하여 모든 것을 가지고 가달라는 뜻으로 풀이한다.

한 시대를 상징하는 왕의 무덤 조선 왕릉은 왕의 주검이 묻힌 사사로운 사생관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조선왕조 오백년의 역사와 문화,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조선왕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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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윤영선 | 작성시간 11.06.25 잘 읽었습니다. 좋은 내용에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박희영 | 작성시간 11.07.01 혼백을 부르기 위하여 향을 피우고 모사그릇에 술을 따르는 이유까지 알게되어 더욱 귀한 시간이 되었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작성자규영황 | 작성시간 14.06.05 좋은글이 이리 많은데 이제야 접 합니다. 감사 합니다. 늦게 방문함을 죄송 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방문 하겠습니다. 많은글 부탁합니다. 감사 감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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