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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낙선재 꽃담의 우주이야기

작성자조영희|작성시간11.11.04|조회수896 목록 댓글 2

 

조선의 임금 헌종이 사랑하는 왕비 경빈 김씨를 위해 따로 정성껏 건축한 낙선재다.

그토록 그 여인을 사랑하였던 임금 헌종의 마음이 낙선재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다.

낙선재 아름다움 가운데 꽃담의 멋과 아름다움은 가히 으뜸이라고 할만하다.

궁궐내에서 무늬를 놓아 장식한 벽면을 통털어 꽃담이라 한다.
한옥에서 담은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로만 볼 수는 없다.

담은 그 옛날에 울에서 유래한다.울은 곧 우주를 뜻한다.

담은 안과 밖을 연결하는 다른 우주의 경계선이다. 한옥의 꽃담은 참으로 멋있고 아름답게 꾸몄다.

우리는 한옥의 꽃담에서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를 그토록 추구했던 선조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선조들은 담에 해와 달 별을 무늬 놓아 꾸미기도 하고 학 거북 불로초와 같은 십장생을 수놓기도 했다.

대자연 속에 호흡을 함께 한 선조들이 그 자연과 어울리고 싶어한 장락(長樂)을 표현한 것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다. 행복과 강령 평화가 깃든 낙선재라고 해서 사특한 다마(多魔)로부터 안심할 수 없다.

직선과 면으로 구성된 석쇠 무늬가 보인다. 선이나 고기를 구을 때 쓰는 석쇠이다.
이 무늬는 그물을 엮은 모양이라 하여 악귀가 이 그물에 걸려 재앙을 피할 수 있다고 여겼다.

석쇠 문양 안에는 육각의 무늬가 있다.이는 천년이나 수를 누린다는 거북이 등을 상징한다.
그저 오랫동안 살고 싶지는 않았다.건강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은 염원이 육각무늬 안에 있다.
아름답게 자리한 꽃무늬가 바로 그를 상징한다고 한다.

 

낙선재에서 볼 수 있는 귀한 문양 중 하나는 바로 '빙렬무늬'다.
마치 얼음이 깨진 것처럼 보이는 이 문양은 아궁이 옆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화재로부터 집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주술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선인들의 지극한 마음도,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쓰는 그네들의 심미안도,

그리고 문양의 미학성까지 모두 놀랍다.

  조선시대 궁궐의 꽃담 역시 전돌 또는 벽돌로 이룩한 건축의장이다.

전돌 자체에 무늬를 새겨 길상(吉祥)과 벽사의 뜻을 나타낸 예가 많다.

꽃담에는 여러 가지 무늬들이 나타나고 있다.  용이나 봉황 박쥐 등 상서로운 동물은 물론

대나무 매화 포도와 같은 식물무늬도 볼 수 있다. 대체로 동식물무늬는 전돌 자체에 무늬를

조각해서 특정한 위치에 끼워 넣은 '새김형'이고 문자나 기하학 무늬는 전돌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형상을 구성한 '짜임형'이다.화려한 무늬로 장식된 한옥의 꽃담은 직선과 곡선을 치밀하게 구성하고 있다.
먼저 흰색으로 무늬를 만들었다.자연스럽게 붉은 벽돌을 바탕으로 한 무늬가 생겼다.
붉은 벽돌 바탕에 흰 삼화토로ᅡ ᅥ ᅩ ᅮ의 무늬를 집어 넣은 것이다.
그 붉은 벽돌 바탕에는 저절로 卍자 무늬가 드러난다.
卍자는 불교에서만 전용하는 상징은 아니라고 한다.
서양의 많은 나라에서도 널리 사용하는 것으로 '행복의 나무'로 통용된다.

卍자 무늬는 천지 조화의 이치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흰색의 문양은 한글 모음으로 각기 의미를 지니고 있다,
ᅡ는 알(Egg)로 생명을 뜻하고 ᅥ는 얼(Soul)을 이야기한다.
ᅩ는 올로 올바름 정의를,ᅮ는 우주를 각각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붉은 무늬를 따라 그리게 되면 끝없이 무늬는 전개된다.

이들 무늬도 직선과 면으로 구성된 것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조화를 담고 있다.

 

낙선재 후원 만월문(滿月門)은 상량정의 서쪽 담장에 있는 문으로서 전돌로 만월형의 출입구를 내고

좌우로 밀어 열게 된 넌출문이 달렸다. 바깥쪽 문 좌우 담벽에는 수복등의 길상무늬와 꽃무늬로 가득하게 채웠다.

궁궐의 협문으로는 유일하게 원형으로 만든 아름다운 문이다. 만월문은 중국전통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문(洞門)의 형태와 유사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꽃담과 문양들은 전통한국의 미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어

소담스러우면서도 은근한 기품을 간직하고 있다.

낙선재 후원의 꽃담이다. 검은 면이나 선을 손가락으로 계속 따라 그어보면 한도 끝도 없다.

사람들은 이를 무시무종(無始無終)의 무늬라고 부른다. 끝도 없고 시작도 없다고 했다.

병이 없고 무탈하게 오래동안 살고 싶어하는 무병장수의 소망을 꽃담에 실어담고 있다.

낙선재 화계이다.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게 있을 건 다 갖추고 있다.곳곳에 정성이 듬뿍 담겼다.

꿀뚝에는 문양과 글씨를 넣어 꽃담의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다.

 

왕비는 궁궐의 여인이다. 그 궁궐 여인들은 살아서 궁궐에 들어섰지만 죽어서야 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운명이다.

그 여인들은 생전에는 궁에서 갇혀 지내야 한다.평생 궁에서 지내야 하는 궁궐 여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꽃담이다.

단순하게 아름다운 꽃담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과 자연과 합일을 이루고 싶은 소망도 묻어난다.

낙선재 후원은 임금이 그토록 사랑했던 한 여인을 위해 정성껏 가꾸어 놓은 하나의 소우주였다.

 

"담장은 자연과 후원을 천연스럽게 경계 짓는 것이며 이러한 담장의 표정에는 한국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 한국미의 발견자 혜곡 최순우는 경복궁 꽃담의 자연미를 극찬하였다.
한옥의 담은 완벽한
외부와의 차단은 아니다. 안과 밖의 새로운 연결 공간인 동시에 우주질서와

 소통-조화하는 공간이 한옥의 담이고 이를 아름답게 상징화한 것이 바로 한옥의 꽃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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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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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푸른달(성윤옥) | 작성시간 11.11.04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작성자꽃비 | 작성시간 11.11.06 네~꽃담으로 막~달려가고 싶읍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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