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음식 문화
두 대륙에 걸쳐 있는 그래서 유라시아라는 표현이 더욱 어울리는 곳이 바로 터키이다.
실제 터키는 위치상으로도 에게해, 지중해, 마르마라해, 흑해와 접해 있기도 하거니와 조상을 따져보면 중앙아시아의 민족이 유럽과 아랍 민족과의 접촉으로 생겨난 나라가 터키라고 한다.
동 · 서양이 만나는 술탄의 땅 터키는 로마 못지않게 유서 깊은 곳이다.
수도는 앙카라지만 지중해와 흑해 사이에 위치한 이스탄불은 동서양이 만나는 길목으로 유사 이래 수많은 문화가 번성하고 멸망해온, 볼거리가 풍부한 지역으로 터키의 예술문화와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아울러 지중해 인근 국가들처럼 양고기, 토마토소스와 향신료 생선튀김 요리 등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전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특색이 있고 우리 입맛과도 잘 맞는다.
터키 제일의 도시 이스탄불의 몇몇 거리는 대표적인 먹거리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선술집과 바, 생선요리 전문 레스토랑은 쿰카프 쪽에, 경식과 해산물 요리는 베요그루 지구의 치체크 파사지에,
그 옆에 있는 네비자에 거리는 비좁기는 하지만 술과 함께 터키 특별요리를 즐기기에는 그만이다.
술탄아흐메트 지구 쪽으로는 비잔틴 오스만 시대의 건물을 개조한 레스토랑이 많아서 눈길을 끌기도 한다.
터키인들은 터키 음식을 중국, 프랑스 음식에 이어 세계 3대 주요 음식의 하나로 자랑하고 있으며,
오스만 제국의 600여 년에 이르는 영토 확장시기에 유럽, 페르시아, 발칸, 북부아프리카 등의 문화를 많이 흡수하여 음식종류도 다양하다.
터키 전통음식은 양고기로 된 케밥(Kebap) 종류로서, 한국인에게 크게 부담이 안 가는 케밥은 쉬쉬(Shish : Cooked on skewers), 되네르(Doener : Cooked on an upright spit) 케밥 등이 있다.
터키인들은 식사 후 디저트로써 단 것을 먹으며, 터키식 차(터키어 “차이”) 또는 커피(터키어 “카흐베”)를 마신다.
▶초르바(chorba)
중동 지역을 비롯하여 북아프리카·동유럽·중앙아시아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즐겨 먹는다. 스프 혹은 스튜의 형태로 주재료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터키식 식사에서는 전체요리로 먹는다. 터키에서는 '초르바(çorba)'라 부르며, 아랍·페르시아 등 여러 지역의 요리법을 접목하여 다양한 메뉴가 개발되었다.
대표적으로 렌틸콩으로 만든 '메르지멕 초르바(Mercimek çorbası)', 토마토가 들어간 '도마테스 초르바(Domates Çorbası)',
요구르트를 넣어서 끓인 '야일라 초르바(Yayla Çorbası)'가 있으며, 기호에 따라 양 혹은 닭고기를 함께 넣어 만든다.
▶케밥
케밥은 작게 썬 고기 조각을 구워 먹는 터키식 요리를 의미한다. 주로 양고기로 만들지만 쇠고기나 닭고기로 만들기도 하며 채소를 더해 함께 조리하기도 한다.
케밥은 최소 11세기에 터키에서 대중적인 요리로 자리를 잡았으며 오스만 제국 시절에 다양한 종류로 분화되어 터키 전역에 전파된 것으로 전해진다.
고기가 메인인 케밥을 먹을 때에는 주로 필라프(pilaf, 터키식 볶음밥)를 곁들이며 샌드위치를 만들 듯 피데(pide, 밀가루 반죽을 납작하게 만들어 화덕에 구운 터키 빵)에 싸먹기도 한다.
-시시 케밥(shish kebab)
한 입 크기로 썰어 양념에 재워 둔 고기를 꼬챙이에 줄줄이 끼워 구운 케밥으로 우리나라의 꼬치구이와 유사하다. 양, 소, 닭 등 다양한 고기를 사용하며 채소를 추가하여 만들 수도 있다.
가장 역사가 깊은 케밥 중 하나이자 가장 대중적인 케밥이다. 미국에서 케밥이라 하면 보통 이 시시 케밥을 가리킨다.
-도네르 케밥(doner kebab)
다른 케밥과 달리 수직 방향으로 세운 큰 꼬챙이에 고기를 끼우고 구운 케밥. 돈까스용 고기처럼 넓적하게 편 고기를 꼬챙이에 촘촘하게 꿰고 숯불 화덕 앞에서 천천히 회전시키며 굽는다.
먼저 익는 바깥 쪽부터 썰어서 먹는데 썬 고기를 그대로 먹기도 하지만 납작하고 담백한 터키식 빵인 피데(pide)에 싸서 먹는 경우가 많다.
다른 케밥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유럽으로 진출한 터키 노동자들이 이 케밥을 소개하여 유럽에서 일컫는 케밥은 주로 도네르 케밥을 의미한다.
-이스켄데르 케밥(iskender kebab)
도네르 케밥을 썰어 매운 토마토 소스, 양젖으로 만든 버터, 요거트와 함께 부드러운 피데에 올려 먹는 요리. 도네르 케밥을 처음 고안한 이스켄데르 에펜디가 만들어낸 케밥이다.
도네르 케밥을 만들 때보다 두툼한 고기를 사용하여 길게 썬 고기의 두께가 꽤 굵은 것이 특징이다.
-타쉬 케밥(tas kebab)
다른 종류와 달리 스튜 형식으로 만드는 케밥. 고기 조각을 볶다가 물, 토마토 페이스트, 소금, 후추를 넣고 함께 끓인 스튜를 우묵한 그릇에 담아낸다.
이름의 타쉬는 “우묵한 그릇”이라는 뜻이다. 터키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케밥 중 하나이며 그 자체로 메인 요리 대접을 받는다.
-복숭아 케밥(şeftali kebab)
길쭉하게 썬 피망, 슬라이스한 토마토와 달걀 모양으로 둥글게 빚은 곱게 간 고기를 양 내장의 막으로 감싸고 구운 케밥. 북키프로스에 거주하는 터키인들이 많이 먹는 케밥이다.
키프로스에서 알리라는 총주방장이 처음 만들었으며 ‘총주방장 알리’와 복숭아를 뜻하는 쉐프탈리(şeftali)의 발음이 유사하여 복숭아 케밥으로 이름이 잘못 알려졌다.
-카으트 케밥(kagit kebab)
작게 자른 양고기, 양파, 고추 등을 기름종이에 싸서 약한 불에서 익힌 케밥. 고기가 육즙을 머금어 부드럽고 촉촉하게 익는다.
-코프테 케밥(kofte kebab)
곱게 다진 고기를 양파, 파슬리, 민트 등으로 양념하고 꼬챙이에 길게 꿰어 구운 케밥. 주로 양고기로 만든다.
-테스티 케밥(testi kebab)
작게 썬 양고기와 피망, 토마토 등 채소를 점토로 만든 솥이나 병 모양의 용기에 넣고 윗면을 빵 반죽으로 덮어 구운 케밥. 먹을 때는 점토 용기를 깨고 내용물을 꺼내 먹는다.
▶베야즈 필라브(beyaz pilav)
쌀 또는 중동산 밀(bulghur)로 만든 음식으로 필라우(pilau)라고 불리기도 하며 근동지역에서 유래하였다.
쌀을 육수에 넣고 조리하기 전에 먼저 버터나 기름에 황갈색이 되도록 볶고 조리된 야채, 고기, 칠면조 또는 닭고기, 해산물 등의 잘게 썬 재료들을 넣어 만든 쌀요리이다.
인도에서는 커리로 강한 양념을 하며, 사이드 디시나 메인디시로 내놓을 수 있다.
▶초반 살라타(choban salata)
토마토, 오이, 양파 등을 가늘게 썰어 만든 터키인들이 주로 먹는 샐러드
▶쾨프테(kofte)
중국의 난젠완쯔, 서양의 미트볼과 비슷하다. 주재료는 다진 쇠고기·양고기·돼지고기 등이다.
여기에 생강·마늘·양파·민트·파슬리 등 다양한 야채를 다지거나 갈아 넣은 다음 소금·후춧가루·계피 등으로 양념을 하고 달걀을 풀어 넣어 잘 뭉쳐지도록 한다. 준비한 재료를 모두 큰 그릇에 넣고 반죽을 만든다.
양념으로 간을 맞춘 다음, 반죽을 떼어서 경단 모양으로 동그랗게 만든다.
기름을 뜨겁게 달구어 고기 경단을 몇 개씩 넣고 튀기거나 굽는다.
피데 또는 에크멕 등의 빵과 샐러드와 같이 뜨거울 때 먹는다. 또는 고추기름과 녹말물을 섞은 뒤 튀긴 고기 완자를 넣어서 먹기도 한다.
▶피데(pide)
터키에서는 일상 음식으로 먹는 대중적인 빵이다. 이탈리아 요리인 피자가 피데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전통적인 피데는 피자와 달리 치즈를 사용하지 않고, 소금으로 간을 한 밀가루만으로 만들어 매우 담백하다.
다양한 맛을 내기 위하여 여러 가지 야채와 고기, 치즈 등을 올려서 굽기도 한다. 완성된 피데는 구운 고기나 야채를 곁들여 먹는다.
▶시미트(simit)
가운데 구멍이 뚫린 원형 모양의 빵이다. 터키어로 '바삭바삭'을 의미하는 '게브렉(Gevrek)'이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빵 위에 참깨가 촘촘하게 뿌려져 있으며, 간혹 양귀비 씨나 해바라기 씨를 뿌리기도 한다.
1525년 오스만 제국 시기 때부터 이스탄불에서 먹기 시작하였다. 지역마다 크기, 단단함 등이 다르다.
이즈미르에서는 이스탄불보다는 단단하게 만들고, 앙카라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작은 크기로 만든다.
상인들이 수레나 머리에 짊어지고 다니면서 판매하기 때문에 가정에서 만들기 보다는 길거리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식감은 베이글과 비슷하고 맛은 고소하고 담백하다. 주로 아침식사로 잼·치즈·터키식 요거트 아이란·차와 함께 먹는다.
▶바클라바(baklava)
종이같이 얇은 파이 반죽 사이에 견과류를 넣고 달콤한 시럽을 부워 만든 터키의 전통 과자이다. 밀가루를 반죽하여 최대한 얇게 밀은 후, 녹인 버터를 바른다.
버터를 바른 반죽 위에 기호에 따라 땅콩, 마카다미아, 호두, 캐슈넛 등과 같은 같은 견과류를 잘게 부숴 올린 후 그 위에 다시 얇게 밀은 반죽을 올리고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도톰하게 완성된 반죽을 175˚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약 50분 동안 표면에 금빛이 감돌 때까지 굽는다.
완성된 파이 위에 설탕을 녹여 만든 달콤한 시럽을 붓는데, 취향에 따라 바닐라향을 첨가한 시럽이나 꿀로 대신하기도 한다. 시럽은 파이 전체에 촉촉하게 스며들도록 듬뿍 붓는다.
식감은 바삭하며, 매우 달콤하고 사이사이에 견과류가 들어가 고소하다. 터키 식당이나 길거리 카페 등에서 각종 요리, 음료와 함께 판매하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로쿰(lokum)
영어명은 '터키쉬딜라이트(Turkish delight)'이다. 설탕에 장미수나 레몬즙을 넣고 전분과 견과류를 넣어 만든다.
기호에 따라 호두·피스타치오·코코넛·아몬드·헤이즐넛 등의 견과류를 넣기도 한다. 식감은 사탕과 캐러멜의 중간으로 쫄깃하며 젤리와 유사하다.
젤라틴을 사용하여 식감을 만드는 젤리와 달리 로쿰은 전분과 설탕으로 쫄깃한 식감을 낸다.
1776년 이스탄불에 사탕가게를 차린 알리 무힛딘 하즈 베키르(Ali Muhiddin Hacı Bekir)가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19세기에 서유럽까지 전파되었으며, 1950년 영국 소설가 클라이브 루이스의 저서《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에서 '유혹의 과자'로 등장한다.
오늘날 베키르의 5대 자손이 이스탄불에서 과자점을 운영하며,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아이란(ayran)
요구르트는 터키의 음식 가운데 기본이 되는 것으로 식사 때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터키의 요구르트는 걸쭉하여 보통 떠서 먹는데, 아이란은 여기에 시원한 물(탄산수)를 섞어 묽게 만든다.
소금으로 간을 하고 때에 따라 허브 등으로 향을 내기도 한다. 섞는 과정에서 부드러운 거품이 생긴다. 특히 더운 여름에 흔히 마시는 음료수로 갈증을 해소하고 숙면을 도와준다.
▶살렙 아이스크림(salep icecream)
나무를 쇠붙이에 던지는 리드미컬한 쿵쿵 소리를 상상해 보자. 그리고 그것이 사실은 차갑고 쫀득한 아이스크림이 만들어내는 둔탁한 소리라고 생각해보자. 쫀
득하다고? 터키에서는 우유와 설탕에 살렙―야생 난초의 구근을 말려 가루로 만든 것을 섞어 짙은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비법이 3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일부러 녹이는 과정을 늦춰서 그 환상적인 질감을 만들어낸다. 구근에 들어 있는 다당류(바소린)가 응고제로 작용하여 조밀하고 쫄깃한 아이스크림이 탄생한다.
이것을 갈고리에 매달아서 쭉 잡아당긴 뒤 모양을 만들어 피스타치오 가루를 묻힌 뒤 먹으면, 녹아내려 뒤범벅이 되는 일은 전혀 없이 입안에서 녹아든다.
살렙은 아랍어로 ‘여우의 불알’이라는 뜻이다. 난초의 알모양 구근을 아주 적나라하게 표현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으며, 미약 효과가 있다는 명성과도 어울린다.
살레피 돈두르마(salepi dondurma)라고 불리는데 돈두르마는 터키어로 ‘아이스크림’이라는 뜻.
터키 남동부의 카흐라만마라 마을에서 처음 만들어져서 터키, 시리아, 레바논(레바논에서는 부자 비 할리브(bouza bi haleeb)라고 부른다)으로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