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아 비켜서 너만 혼자 가거라
나이가 들수록 빨간 고추의
아름다운 일생처럼 살고 싶으니
아까운 청춘은 되돌려 놓고
세월아 너만 혼자만 비켜가거라
늙을수록 더 빨갛게 빛을 내며
생을 마감하며 땅에 떨어질 때
뒷모습까지 아름다운
적색의 단풍으로 살고 싶으니
꿈많던 젊음을 되돌려 놓고
열두 달 달력아 너 혼자 넘겨라
고목이 될수록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홍매화처럼 살아가는 나이니
꽃피던 시절은 멈추게 하고
낙엽 지는 시절아 너만 가거라
오래 묵은 향나무의 향기가 더 진하듯
나이 들어도 인생의 향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으니
아름다운 추억은 멈추게 하고
시곗바늘아 너만 혼자 돌거라
수없이 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길섶에 흔해빠진 민들레처럼
수난을 겪으며 살아온
인생이니
사랑할 때 행복은 멈추어 살고
이별할 때 아픔아 너만 혼자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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