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진심
집안 살림을 도맡아 관리하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최술(崔述)이란 젊은 아전이 있었다.
최술은 원래 가난한 상놈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영리하였다.
범상치 않은 아들을 보고 비록 상놈의 자식이지만 천하게 기를 수 없 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엄하게 예의범절을 가 르치고 글을 가르쳤다.
이 덕분에 일반 상놈의 자식과 달리 사리에 밝고 학문에 조예도 깊었다.
청년이 된 최술은 김판서댁에 머슴으로 들어갔고 다른 하인들과 달리 천성이 부지런하고 매사에 성실했다.
평소 다른 하인과 달리 똑똑하고 예의 바르고 어떤 일이라도 막힘없이 매끄럽게 처리를 하는 것이었다.
이런 모습의 최술을 본 김판서는 최술에게 일부러 힘들고 까다로운 일을 시켜 봤지만 아주 능숙하게 일처리 솜씨를 발휘하는 것이었다.
이런 최술에게 막일을 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 김판서는 머슴에서 일약 아전 자리에 앉히고 집안 살림을 총 관리하는 벼슬을 내린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최술의 어머니가 김 판서를 찾아와 아들의 보직을 박탈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를 하는 것이었다.
남들 같으면 뇌물을 바쳐서라도 앉히려고 하는 아전 벼슬자리인데.....
상놈집안 출신으로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아전 벼슬인데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벼슬을 도로 거두어 달라고 조르는 것이다.
김 판서가 이게 무슨 해괴한 소린가 싶어 그 이유를 묻자 최술의 어머니는 천천히 아뢰는 것이었다.
“저희 모자는 쌀겨도 꿀맛같이 여기며 이치에 어긋남이 없이 살아왔습니다.
대감마님 덕분에 자식이 출세하니 여기저기서 딸을 주겠다고 하여 어느 부잣집 사위가 되었으니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그런데 장가 간지 열흘 쯤 되어 이웃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말을 들어보니 자식 놈이 처가에서 쌀밥에 고깃국을 먹어보고는
'이제 어머니가 끓여주는 뱅어국은 맛이 없어 못 먹겠다.'고 투정을 부렸다는 것입니다.
벼슬한 지 얼마나 되지도 않은 놈이 벌써부터 마음이 교만하고 사치하니 더 두었다간 큰 죄를 저지르고 말 것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중죄인이 될 것이 뻔한데 어찌 어미로서 그냥 두고 볼 수 있겠습니까?
그냥 다른 허드레 일이나 시키면서 쌀 몇 말만 내려주시면 더 바랄게
없으니 부디 자식의 직책을 박탈하시어 새로운 마음을 갖게 해주십시오.”
김판서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이렇게 훌륭한 어머니가 있으니 그자식이 비뚤어질 리가 있나?
내 어찌 최술을 나무라겠는가? 알았네. 내 알아서 처리할 테니 돌아가게......“
김판서는 최술의 어머니가 자식이 조금이라도 잘못될까 온갖 정성을 쏟고
올바른길을 가르치는 어머니의 인품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최술은 어머니 뜻을 깨닫고 크게 뉘우쳤으며 그 후로 더욱 겸손하게 몸을 낮추었다.
이것이 바로 자식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어머니의 솔직한 호소가 아니겠는가?
저런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면 불효자가 있을 리 없고 공직에 나가 비리를 저지를자가 어디 있겠는가 싶다.
비록 미천한 신분에 가난하고 배움이 없는 그 옛날 어머니지만 이 시대
많이 배웠다는 고위층 사모님이나 재벌의 사모님보다 열배 스무 배 훌륭한 인품이 돋보인다.
오늘은 그 옛날 최술(崔述) 어머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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