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꽃(夫妻花)황혼에 솟구치다
어디를 다녀오세요. 물으니
오늘도 그의 손에는 팥죽이 들려 있다.
형님은 10년 이상을 홀로 거동도 못하고 치매에 반신불신인 누어만 있는 아내를 위하여
비가 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피치 못해 아내 곁을 떠나는 경우라도 아내가 좋아하는 따끈따끈한 팥죽이 들려있다.
그러면서 항상 하는 말은 거동이 불편한 아내라도
그런 세월이라도 길었으면 좋으련만
그리고 몹시 안타까워한다.
아내도 그렇게 하지 않았겠느냐며
천사가 있다면 그런 사람이 천사가 아니겠느냐.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며
세월은 그렇게 빨리 흘러갔다.
과연 부부란 무엇이며,
그리고 나이 먹고 병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나 젊은 날의 사랑은
그 사랑도 세월의 풍파 속에 삭으러드는 재처럼
그러나 정은 세월이 흐를수록
그래서 정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익어가는 것인가 보구나.
세월이 흐를수록 형님처럼 알토란같은 정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수 십 년 간 정 이란 이름으로 사육시켜 왔고, 길들려 왔다. 참으로 잘 한 일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생각은 점점 키워나가야 한다.
매달리는 정은 진정한 정이 아니다. 이제 매달리는 정이 아닌 진정 아껴주는 정으로....
황혼이란 이름을 빌려 서로 아껴주고, 보담아 주며,
아스라이 떠오르는 정으로 거듭나리. 이제 비록 몸은 옛날 같이 않아 모든 일
뜻대로 되지 안치만 정 만은 형님을 닮아 황혼이지만 우뚝 솟구치는 그렇게 통 큰 질긴 정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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