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
옛말에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란 말이 있어요
이는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거나 고독하지 않아 이웃이 있다는 뜻이지요
논어 이인편(論語 里人篇)에 나오는 구절인데
이인편(里人篇) 첫머리에는
‘이인위미 택불처인 언득지(里人爲美 擇不處仁 焉得知)
"마음이 어진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것이 좋다.
그러한 곳을 골라 살지 못한다면 어찌 지혜롭다고 말할 수가 있겠는가"에서
이름을 따온 이 편엔 인덕(人德)에 관한 내용이 수록돼 있어요
다시말해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란
덕(德)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따르는 사람이 있어 외롭지 않다는 뜻이지요
조선 철종때 경상도 상주 땅에 서(徐)씨 성을 가진 농부가 살았는데
사람들은 그를 그냥 "서선달"이라고 불렀어요
원래 선달이란 과거 시험에 급제는 했으나 아직 벼슬을 받지 못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지만
이 사람은 급제와는 상관없이 이웃일을 자신의 일인냥 돕고사는
심성이 착하고 무던한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어느해인가 봄이 왔어도 그해 농사를 지을 종자돈이 없을 정도로 곤궁 하였지요
생각다 못한 그는 부산 쌀가게에서 장부를 담당하며 일하는 큰 아들을 찾아갔어요
효자 아들은 주인께 통사정을 하여 1년치 월급을 가불받아 아버님께 드렸지요
서선달은 500리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느 고개를 넘던 중 그만 돈주머니를 흘려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서선달은 30리를 더 가서야 돈을 잃어버린 것을 알았는데
일년 농사지을 목숨과도 같은 돈을 잃어버렸으니 눈앞이 캄캄했지요
이때 반대쪽에서 고개를 넘어오던 한 노인이 이 돈꾸러미를 발견했는데
세어보니 자그만치 한 백냥쯤 되는 큰 돈이었어요
그런데 다행이 돈을 발견한 사람이 착한 사람이었지요
횡재라고 좋아하는 하인에게 그가 말하였어요
"돈을 잃은 사람은 반드시 찾아올것이다
목숨같이 귀한 돈을 잃은 그 사람은 얼마나 속이 탈꼬 !!"
그 노인은 가던 길을 멈추고 몇 시간이고 돈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어요
과연 몇시간 후 서선달이 얼굴이 훍빛이 되어 나타났지요
주운돈을 서선달에게 돌려주자 서선달은
"이 돈은 제 목숨과도 같은 돈이랍니다
어른께서 제 목숨을 살려 주셨습니다" 하며 돈을 찿아준 은혜를 갚겠다며
사례를 하려고 하자
"은혜랄게 뭐가 있겠소!! 당연히 이 돈은 당신 돈인데...." 하고는 유유히 사라졌어요
서선달은 고마움을 표시하고 다시 집을 향해 오다가 이윽고 어느 큰 강가에 이르렀어요
그런데 마침 건너편에서 오던배가 뒤뚱거리다가 뒤집혔는데
사공은 헤엄을 처 뭍으로 살아 났지만
한 소년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구경꾼은 많아도 누구 하나 뛰어들어 구해줄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때 서선달이 큰 소리로 외쳤지요
"누구든지 저 소년을 구해내면 내 돈 백냥을 주겠소!!"
돈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돈보다 사람의 목숨이 더 중한 것이지
천만금을 주고도 살수 없는것이 사람 목숨 아닌가?
순간적으로 서선달은 그런 생각을 하였지요
그러자 어느 장정이 뛰어들어 소년을 구해냈어요
서선달은 그 장정에게 목숨과도 같은 백냥을 주저없이 선뜻 건넸지요
그러자 죽다 살아난 도령이 선달에게 말하기를
"정말 고맙습니다
어른이 아니었으면 저는 수중고혼(水中孤魂)이 되었을 것입니다
저희 집은 안동에 있는데 함께 가시면 백냥을 갚아드리겠습니다"
서선달은 무슨 사례를 받고자 한일은 아니었으나
자기의 사정도 딱한지라 같이 안동까지 가게 되었지요
안동의 총각집은 놀랄정도로 고래등 같은 큰 부자집 이었어요
소년이 들어가 부친에게 몇마디 고하자
소년의 부친이 버선발로 달려 나왔지요
그런데 그 부친이란 사람이 다름 아닌 서선달의 돈을 찾아준 바로 그 노인 이었어요
"전 재산을 털어 제 아들을 구해 주시다니 당신은 진정 의인이요!! 정말 고맙소이다"~~
"아닙니다 댁의 아드님은 어르신께서 살려내신 것입니다
제가 돈을 잃었다면 무슨 수로 아드님을 살렸겠습니까?"
"겸손의 말씀 이십니다 ~
7대독자 외아들을 살려주신 은혜 백골이 되어도 잊지 않겠습니다"
안동 권 부자는 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살려준 보답으로 후한 대접과 함께
돈 천냥을 나귀에 실어 서선달에게 주었어요
그리고 나중에 다시 서선달이 사는 상주 고을을 찾아와 백섬지기 전답까지 사주고 돌아갔지요
이 일은 후에 조정에까지 알려져 안동과 상주 두 고을은 모두 조정으로부터
후한 상을 받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 이야기는 평소에 덕을 많이 쌓은 서선달이 그 덕분으로 잃었던 돈을 찾게되고
그 돈으로 다시 목숨을 구해주는 덕을 베풀어 큰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여기서 그 권씨노인 또한 목숨처럼 귀한 돈을 찾아주는 덕을 베풀어
자신의 7대독자 아들을 구한것으로 묘사되고 있어요
언제나 덕을 베풀면 좋은 이웃이 생기며 또 복(福)도 받는다는 설화이지요
덕이 있고 심성이 착한 사람은 반드시 주위에 돕는 손길이 있는 법이지요
착하고 양심적으로 사는것이 사람답고 행복하게 사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하지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 구절이 있듯이
‘좋은 이웃은 큰 축복이고 나쁜 이웃은 큰 불행’이란 서양 격언도 있어요
'이웃 사촌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옛 속담도 있듯이
백만매택 천만매린(百萬買宅 千萬買隣)
"백만금으로 집을 사고 천만금을 더 얹어 이웃을 산다"는
중국 '송계아(宋季雅)'가 말한 뜻은 이웃의 가치를 잘 표현한 말이지요
그러나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은 천만금을 들이지 않고도
좋은 이웃을 얻을 수가 있으니 가장 좋은 방법이지요
그래서 덕(德)을 많이 쌓아야 하지요
덕이 있으면 따르는 사람이 있으므로 외롭지 않아요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은 남의 질시를 받아 한때 고립될수는 있어도
결국 정성이 통해 동참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는 뜻을 지녔지요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이처럼 짧지만 많은 뜻을 포함하는 이 성어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귀감으로 삼고있어 더욱 유명해 졌는지도 몰라요
마을까지 어진 사람이 사는 곳을 고르는데
덕을 지닌 사람은 다른 사람을 모이게 하여 평온하고 화목한 덕의 길로 인도해주면서
그 길을 함께 나아가므로 외롭지 않은 것이지요
공자(孔子)의 이 말은 주역(周易)에 나오는 논리를 더 심화시키고 있어요
문언(文言)에 나오는 ‘군자는 공경으로써 마음을 바르게 하고
의로움으로써 외모를 반듯하게 한다. 공경과 의로움이 섰으니 덕은 외롭지 않다
군자경이직내 의이방외 경의립이덕불고(君子敬以直內 義以方外 敬義立而德不孤)’란 구절이지요
주역이 개인적인 덕성 함양에 초점을 맞춘데 비해
공자는 더 사회적으로 효용의 범위를 넓혔어요
여기에 지칭하는 이웃은 물론 꼭 이웃 사람이 아닌 따르는 사람임은 알아야 하지요
다시말해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이야기지요
이웃이 있다는 말은
주변에 아껴주는 사람, 따르는 사람, 사모하는 사람,
감싸주는 사람, 도와주는 사람, 존경하는 사람,
협조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지요
덕은 사람을 끄는 힘이 있어요
덕은 정성스러운 수양의 산물이며
꾸준한 연마의 결과이지요
이제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어요
우리 새해부터는
훈훈한 덕의 향기가 풍기는 그런 이웃이 많기를 바랄께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