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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발자국

[귀농일기]영원한 시골마을 잡부가 되고픈 남편

작성자녹색마녀|작성시간14.05.03|조회수75 목록 댓글 0

 화천에서 온 편지


글 ) 녹색마녀 /이진선

 


 

“아빠 전화 왔어요~~”은봄양은 전화가 울리는 소리를 먼저 듣고 알려준다.

이번에는 10년 가까이 함께 살고 있는 우리 남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오늘도 남편의 전화기가 바쁘게 울린다.

겨울이 지나고 날이 풀리면서 얼마 전부터 생겨난 현상이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용건을 요약하자면, 일을 도와달라는 내용이다.

 

책 읽고, 사람들과 막걸리 마시면서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하는 남편에게 일을 도와달라고?

미안하지만, 처음에는 그저 같이 술 먹자는 전화인줄 알았다.

집에서는 사실 그렇게 일처리가 빠르고 눈치가 좋지 못해서 남편을 찾는 전화가 올 때마다 좀 의심스러웠는데 실제로 일을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걸 보니 남편이 일은 좀 하나보다.

화천에서 집을 짓는 곳은 많고, 기능공들은 그나마 좀 있는데, 옆에서 일을 도와주는 잡부는 구하기 어렵다. 농사철이 시작되면 사정은 더 나빠진다.

 

 

 

화천에 오고 나서, 남편은 농사일을 하면서 동네형님들과 틈틈이 집짓는 공사장에 기능공을 돕는 보조로 일을 나갔었다. 별다른 기술이 없으니 기능공 형님들의 뒷수발을 해주는 일을 하고 일당을 벌어왔다. 일명, 데모도, 노가다, 잡부라고 부른다.

우리가 처음 만날 시기에 ‘건설노동조합’에서 일하는 활동가였던 남편이 전공을 살리는 시간이다. 손재주가 좋거나 기술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읆는다.‘고 했던가? 아무래도 노동조합에서 만난 건설노동자들과 어울리고 상담도 하면서 일본어 표현이 많은 건설용어도 잘 알아듣고, 성격 시원시원하고 싹싹하니 동네 형님들에게 인기가 좋은 모양이다.


그래도 잔소리를 몇 번 해야 벽에 못 하나 박아주던 우리 남편이 일 다니면서 못 주머니도 차보고 하더니만(보통 기능공들만 못 주머니를 찰 권리가 주어진다. 건설현장에서는 훈장과도 같다고 해야할까?), 얼마 전에는 6개월간 망가져있던 현관 앞 계단을 다 고쳐주었다.

많이 많이 칭찬해주었더니 집안 여기저기 점검하면서 다 고쳐준단다.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다.

조금씩 기능공이 되어 가는걸까?


지난달에는 옆마을에 산야초체험장 한옥 건물 짓는 곳에서 15일간 일을 하고 왔는데, 일을 다니고 있는 상황에도 5곳에서 데모도 일하러 오라고 연락이 왔고, 지금도 간간이 데모도 구한다며 사정사정 하는 전화를 받고 있다.

 

남편은 개인적으로 대학공부도 하고 있고, 600평 밭농사를 기계없이 짓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나면 형님들의 부탁으로 일을 나가기 때문에 그리 큰 돈을 만들지는 못한다.

2년 전에는 군부대 공사를 나갔던 동네 형님들의 밀린 일당을 받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는 등 남편의 활약이 대단하다.

 

이렇게 형님들이라면 이런저런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하는 이유는 바로 ‘사람’ 때문이다. 사람과의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남편은 돈보다 사람을 만나고 친해지고 의리를 지키는 일이 즐거워서 시간이 허락하는 한 건설현장의 영원한 데모도(보조 잡부)가 되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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