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신고 방치해 과태료…'진도선진농협', 피해자에 되려 '갑질 조사'
이효빈 기자
- 입력 2026.06.08 19:53
노동청, 사용자 조사 의무 위반 인정 과태료 부과
전남여성단체, 10일 규탄 행동 예고
농협중앙회 감사위 징계 요구, 12일 이사회 결과
전남 진도선진농협이 직장 내 성추행 신고 이후 법이 정한 조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노동청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중앙회 종합감사위원회도 관련 상임이사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가운데 피해자가 병가 중 직장 내 괴롭힘 피신고자로 조사를 통보받은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농협중앙회 전남본부 전경. ⓒ이효빈 기자
(진도=여성신문) 이효빈·최경필 기자 = 전남 진도선진농협이 '직장 내 성추행 사건' 신고가 이뤄진 이후 법이 정한 조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노동청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중앙회 종합감사위원회도 관련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가운데 피해자가 병가 중 직장 내 괴롭힘 피신고자로 조사를 통보받은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8일 여성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진도선진농협의 사용자 조사 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감독관은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용자 조사 의무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했고 납부도 완료됐다"고 전했다.
과태료 고지서는 진도선진농협에 5월 말 발송됐으며 이후 납부 절차도 마무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노동청이 법 위반을 인정해 처분까지 마친 상황에서 진도선진농협 조합장이 지난 1일 "노동청 결과를 기다린다"고 뭉뚱그려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사건을 축소하거나 책임을 뒤로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진도선진농협 조합장은 "노동청 과태료를 부과 받은 사안은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당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조치를 했지만 관련 서류를 갖추지 못해 문제가 된 것 뿐"이라며 "노동청 결과를 기다리는 건 2차 가해 결과"라고 해명했다.
농협중앙회 전남검사국 관계자는 "종합감사위원회가 관련 사건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상태"라며 "해당 농협은 이사회를 통해 후속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사 결과에 따른 요구 사항은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치게 되며 결과는 중앙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며 "요구된 징계보다 낮은 수준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노동청의 과태료 처분과 농협중앙회의 징계 처분이 요구된 가운데, 최근 피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 피신고자로 조사를 통보받은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남여성인권단체연합은 "피해자가 사건 직후 피해 사실을 알렸음에도 적절한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노동청은 사용자 조사 의무 위반을 인정해 과태료까지 부과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가 또 다른 조사 대상이 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제는 성추행 의혹 자체뿐 아니라 사건 처리 과정 전반에 있다"며 "조합이 피해자 보호보다 조직 방어에 치중한 것은 아닌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연합은 10일 진도선진농협 본점 앞에서 조합의 책임 있는 조치와 가해자 징계, 피해자 보호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규탄행동을 예고했다.
한편, 진도선진농협은 오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농협중앙회 감사 결과에 따른 해당 사건에 대한 징계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