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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꽃, 나도 부추

작성자김경준|작성시간26.06.23|조회수15 목록 댓글 0

어머니 살아 계실 때 가장 좋아하시던 꽃은 배꽃.

출입이 어려우신데 배꽃이 보고 싶으시다기에 출입문 바로 앞에, 거실에 앉아서도 보실 수 있도록 배나무 두 그루를 심었었습니다. 바깥을 나가지 않아도 배꽃을 거실에서 쉽게 보실 수 있도록 출입문 바로 앞에 심어 놓았습니다.

어머니는 배꽃을 보시면 왜 좋으실까?

백설처럼 흰 꽃잎이 좋으셨을까? 소복하게 탐스럽게 모여 피는 모습이 예쁘게 보이셨을까?

거실에서 출입문으로 당겨 앉으신 의자에서 오랫동안 배꽃을 보시는 어머니 뒤에서서 긴 상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흑백사진-- 곱게 딴 머리로 단정히 카메라 렌즈를 보시던 모습이 담긴 그 시간부터 어머니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 보고 외갓집의 뒷마당에 3층탑 높이로 높이 자란 돌배나무도 생각해 냈습니다. 어머니는 외갓집 그 어린 시절 뒷마당에 흐드러진 배나무에 핀 배꽃을 그리워하면서 어머니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신 건 아닐까? 백목련을 좋아하지 않으시면서도 배꽃을 좋아하신 이유가 아닐까, 홀로 두루뭉술 해답인 양 어머니께 여쭈어보지도 않은 채 홀로 그러려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천상의 주님께로 돌아가시고도, 몇 해 동안을 배나무를 캐내지 못하고 출입할 때마다 불편을 감수하면서 지내는데도 마음은 더 없이 편하고 좋았습니다. 어머니가 눈에 담으셨던 배나무, 어머니가 곱게 그리운 시간을 담아 두셨던 배나무의 배꽃이 피는 봄이면 나도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 했으니까요.

 

어머니는 화초를 참 좋아하셨습니다.

그리고 화초를 얼마나 잘 기르셨는지 다 죽어가고 시들었던 이웃집 화초도 어머니 손으로 오기만 하면 짙푸른 잎이 무성해지는 걸 한 두번 본 게 아닙니다.

그 중에 산수국과 나도 샤프란을 귀하게 여기고 자주 손질하며 아끼셨습니다.

 

11월, 장례를 마치고 그 첫해는 온통 정신이 없고 얼이 빠진 채 먹먹한 마음으로 지내느라 한 겨울 지날 동안에도 화초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봄이 불현듯 찾아왔을 때 어머니를 깨우듯, 만나듯, 찾아보듯 어머니의 화초를 기억해 냈습니다. 화분은 바짝 말라서 모두 말라 죽고 다 죽은 것 같아 온몸이 떨리고 혼절할 듯 정신 없이 화분을 단도리하며 물을 주고 보살폈습니다. 이꽃들 마저 잃고 나면 어머니 향취가 모두 사라져 버릴 것 같아 혼이 나갈 지경으로 애타게 보살피고 아기 보듯 살폈더니 다행히 산수국도 눈을 틔우고 ‘나도 샤프란’ 꽃도 듬성듬성 잎이 올라 왔습니다. 눈물이 나고 울음이 솟고 가슴이 뛰었습니다.

올 해 다시 나도 새푸란이 이렇게 무성하게 꽃대를 올리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소식인 듯 이 아침이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워집니다. 흔들리는 바람도 좋습니다. 흔들리는 초록의 무성한 나뭇잎들도 좋습니다. 오늘 하루가 온통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중에 목련공원으로 그리운 어머니 아버지를 보러 훨훨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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