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4 : 국회를 개혁하고 사법부도 개혁하려면 우선 입법부가 잘 움직여 줘야 하는데, 자신들의 기득권을 나눠주는 셀프 입법, 셀프 정치 개혁이 가능하겠는가?
A4: 질문하신 내용이야말로 정치학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난제이자, 한국의 모든 국가 개혁 논의가 결국 부딪히게 되는 '최종 병목(Bottleneck)'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국회의원들 스스로 자신들의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놓는 '셀프 개혁'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의 한계
현행 헌법과 법률 체계상, 사법부를 견제하고 행정부의 권한을 분산시키며 선거 제도를 고치는 등 모든 국가 구조 개편의 '열쇠'는 입법부인 국회가 쥐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 스스로가 개혁의 주체가 될 때 다음과 같은 모순이 발생합니다.
선거제도 개편의 딜레마: 다당제를 통해 양당의 기득권을 깨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어도, 룰을 정하는 것은 거대 양당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보았듯,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동원해서라도 자신들의 의석수를 지키는 쪽으로 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버립니다.
특권 내려놓기의 기만: 선거 때마다 불체포특권 포기, 세비 삭감 등을 공약하지만, 막상 국회가 개원하면 '입법부의 독립성 보장'이라는 명분 아래 흐지부지되는 패턴이 수십 년간 반복되고 있습니다.
결국, 권력을 나누고 기득권을 축소하는 법안은 국회의원 개인의 정치적 생존(재선)과 정당의 이익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의회 내의 자발적 합의로는 결코 문턱을 넘을 수 없습니다.
기득권의 벽을 넘기 위한 대안적 접근들
그렇다면 입법부가 움직이지 않을 때, 어떻게 국가 시스템을 바꿀 수 있을까요? 정치학자들과 역사적 경험은 결국 국회 내부가 아닌 '외부로부터의 강제력'에서 답을 찾습니다.
1. 헌법 개정안 '국민발안권' 도입
현재 대한민국의 헌법 개정안은 '대통령'이나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만 발의할 수 있습니다. 즉, 국민은 국회가 짜놓은 판에 투표만 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개혁하여 일정 수 이상의 국민이 직접 헌법 개정안이나 중요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는 권리(국민발안권)를 부여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앞서 곽노현 전 교육감이 '직접민주주의 도입'을 해법으로 슬쩍 언급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2. 제3의 독립기구, '시민의회(Citizens' Assembly)' 활용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룰을 정하지 못하게,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 시민들로 무작위 추출된 '시민의회'나 '공론화 위원회'에 선거법 개정이나 개헌안 초안 작성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도출된 결론을 국회가 함부로 수정하지 못하고 국민투표에 바로 부치도록 법제화하는 것입니다.
3. 강력한 외부 충격 (시민사회의 압력)
한국 정치사에서 기득권이 양보를 한 경우는 스스로 내어준 적이 한 번도 없으며, 1987년 민주항쟁이나 2016년 촛불집회처럼 광범위하고 압도적인 시민의 직접 행동이 임계점을 넘었을 때뿐이었습니다. 선거를 통한 강력한 심판이나 범국민적 연대만이 국회를 억지로 움직이게 하는 유일한 동력이 됩니다.
결국 현 상황에서는 '무엇을 개혁할 것인가' 못지않게, 기득권이 되어버린 국회의 손을 빌리지 않고 '누가 어떻게 룰을 바꿀 것인가'를 설계하는 것이 정치 개혁의 가장 중요한 첫 단추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