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4: 정부가 SMR 등 원전사업을 방산과 관련지어 수출을 확대하고 기술을 도입에 열성적으로 추진 중이다. 그런데 원전은 가장 반생태적이지 않은가? 실용주의 때문인가? (이 질문이 좀..부족한 듯)
A4:
원전이 방사성 폐기물이라는 치명적이고 영구적인 오점을 남긴다는 점에서 '가장 반생태적'이라는 지적은 본질적으로 타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주요국들이 SMR(소형모듈원전)을 개발하고 이를 방위산업과 묶어 국가적 역량을 쏟아붓는 것은, 선생님께서 짚어내신 대로 철저하고 냉혹한 '실용주의'의 결과가 맞습니다.
전통적인 생태주의 관점에서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이 현상의 이면에는, 현재 자본주의와 국제 정치가 직면한 세 가지 거대한 딜레마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1. 최악(기후 위기)을 막기 위한 차악(원전)의 선택
과거의 환경 운동이 '자연 훼손 최소화'에 맞춰져 있었다면, 현재 전 세계의 최우선 과제는 '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방어'로 좁혀졌습니다.
*탄소 배출 제로: 원전은 건설과 폐기 과정에 문제가 있을 뿐,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 자체에서는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습니다.(?)
*발등의 불: 지구 온도가 당장 임계점을 넘어가 생태계 전체가 붕괴하는 '최악'을 막기 위해, 방사성 폐기물이라는 '차악'을 임시로 수용하는 지독한 타협을 한 것입니다. 유럽연합(EU)이 원전을 '친환경 분류 체계(택소노미)'에 조건부로 포함시킨 것도 이 때문입니다.
2. AI와 반도체가 쏘아 올린 '전력 무한 소비' 시대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뚜렷합니다.
*간헐성의 한계: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합니다.
*막대한 전력 수요: 반도체 공장 하나, AI 데이터센터 하나를 돌리려면 웬만한 중소도시 전체가 쓰는 엄청난 전력이 24시간 끊김없이 필요합니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태양광 패널만으로 이 엄청난 기저 전력(항상 유지되어야 하는 기본 전력)을 감당하기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 공백을 메울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SMR이 소환된 것입니다.
3. 원전과 방산의 결합: 단순한 수출이 아닌 '안보 동맹'
원전 사업을 무기 수출(방위산업)과 묶어서 추진하는 이유는, 현대 사회에서 '에너지'가 곧 '무기'이자 '국가 안보'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스관을 틀어쥐고 유럽을 위협한 러시아의 사례가 이를 증명합니다.
*60년짜리 지정학적 결속: 원전을 다른 나라에 수출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닙니다. 건설에 10년 이상이 걸리고, 운영과 부품 공급, 폐기까지 최소 60년 이상 해당 국가와 기술적·군사적·외교적으로 묶이는 '혈맹' 수준의 계약입니다.
* 무기(방산)로 국경을 지켜주고, SMR(에너지)로 산업의 심장을 뛰게 해주는 패키지 수출은 현재 국제 정세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실용주의 외교 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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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지금의 SMR과 원전 드라이브는 "원전이 생태적으로 완벽해서"가 아닙니다. "당장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고, AI 산업을 위해 전기는 폭발적으로 필요하며, 국가 간 에너지 안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팍팍한 현실이 만들어낸 고육지책에 가깝습니다.
생태적 이상과 자본의 이익이 충돌할 때, 세계는 결국 생존과 성장을 위한 극단적 실용주의를 택하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