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보고 계십니까?
오늘도 우리는 당신을 부릅니다.
2009년 어느 봄날의 기억은, 억장이 무너지는 그날의 고통과 통증이 이내 물밀듯 밀려오고,
당신이 남긴 질문과 약속, 끝내 이루지 못한 길 위에서 우리는 여전히 그 고통과 함께 걷고 또 걸어 왔습니다.
“검찰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
당신께서 남긴 이 한 문장은, 우리에게 남겨진 가장 분명한 과제였습니다.
당신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홀로 싸우셨고, 퇴임 이후 봉하의 숲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매서운 추궁의 칼날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권력의 정점보다, 권력에서 내려온 이후 더욱 거세진 그 압박 속에서도 당신은 끝까지 질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은 두려움이 아니라, 무엇이 정의인가를 묻는 깊은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2009년의 그 아픈 봄, 우리는 한 시대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동시에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시민의식이 깨어나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검찰 공화국'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우리는 울분했고, 무력함 속에서도 서로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다시는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노라고. 어떤 권력도 국민 위에 군림하지 못하게 하겠노라고.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저 견고한 성역을 반드시 허물겠노라고 말입니다.
그로부터 십수 년. 강물은 수없이 굽이쳤습니다.
때로는 거센 바람에 밀려 역류하는 듯했고, 때로는 짙은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듯 보였습니다.
희망이 보였다가도 금세 사라졌고, 개혁의 이름으로 시작된 일들이 또 다른 좌절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강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또한 멈출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셨던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는 결국 시민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점점 더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광장의 촛불로 서로를 확인했고, 검찰의 폭주에 뜨거운 아스팔트위에서 투쟁했고, 투표소의 긴 행렬로 우리의 의지를 드러냈으며, 일상의 자리에서는 끊임없는 질문과 감시의 눈으로 권력을 바라보았습니다.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거대한 흐름이 되었고, 결국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비로소
그 오랜 싸움의 한 결실을 대통령님 영전에 바칩니다.
이제 검찰의 특권적 지위는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고, 법 위에 군림하던 권력은 시민의 통제와 헌법의 엄중한 심판대 위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닙니다. 오랜 세월 기득권 카르텔이 사유화해왔던 '국가 형벌권'을, 주권자인 국민의 손으로 되찾아온 역사적 전환입니다.
이 변화는 어느 한 정치세력의 승리가 아니라, 이름 없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던 이들, 묵묵히 투표소를 찾았던 이들, 일상 속에서 질문을 멈추지 않았던 이들, 그리고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이들의 시간이 모여 이루어낸 결실입니다.
대통령님, 이제 우리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특권과 부패에 물든 검찰의 폭정 아래에서도, 이름 없이 버텨온 시민들.
이 땅의 모든 평범한 시민이 법 앞에 평등한 세상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분명히 한 걸음 더 가까워졌습니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던 당신의 믿음이 옳았음을,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서 증명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 길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선언합니다!
감시하고, 참여하고, 연대하는 시민의 힘으로 권력을 통제하겠습니다.
권력은 언제든 다시 스스로를 확대하려 하고, 제도는 언제든 왜곡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행동합니다. 기록하고, 연결하고, 조직하며, 다시 시민의 힘을 만들어 갑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다짐합니다. 당신이 남긴 질문을 잊지 않겠노라고,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내려놓지 않겠노라고,
민주주의를 살아있는 가치로 지켜내겠노라고 말입니다.
대통령님, 이제 그만 그 무거운 짐을 내려 놓으시고 이젠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당신이 홀로 짊어졌던 시간을, 이제는 수많은 시민이 나누어 짊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지키며, 더 이상 외롭지 않은 길을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그곳에서는 부디 평온하시길 빕니다.
당신이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은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검찰의 칼날이 아니라 시민의 상식이, 두려움이 아니라 연대가, 침묵이 아니라 목소리가 이 나라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 강물이 완전히 바다에 닿는 날, 우리는 다시 당신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리고 말할 것입니다.
당신이 시작한 길 위에서,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고.
2026년 3월 20일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깨어있는시민 일동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