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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란다

끊어짐 속에 연결

작성자써니|작성시간26.06.17|조회수14 목록 댓글 0

이 또한 금방 지나가겠지..하며 귀 기울이지 않던 코로나에 대한 뉴스가 전세계로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귀를 막아도 들릴 정도가 되어서야 네팔에서도 코로나환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대규모 환자에 대처할 의료시스템이 없는 네팔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사람들이 서로 모이지 않게 하는 것이었기에 정부는 ‘락다운’을 결정했다. 다만 매일 장을 봐서 먹는 서민들을 위해서 장을 보러 가는 시간까지 규제할 수 없으니 장을 보러 다닐 수는 있었다. 문을 여는 가게들은 슈퍼와 채소를 파는 곳들이었다. 가게마다 큰 동그라미가 1m 간격으로 그려져 있어 사람들은 줄을 서고 한 사람이 들어가서 장을 보고 나오면 또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었다. 다행히 우리가 사는 동네는 시내에서 벗어나 있어서 가게에 가서 사람들을 만날 일은 거의 없었고 서로 모여 이야기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들도 서로 만나지 않았다.

 

 

그렇게 조심을 해도 바이러스를 피해 가기는 어려웠다. 아이들이 먼저 걸리기 시작했는데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고열을 못 이기고 누워서 잠만 자던 아이들이 회복되기 시작하자 내 차례가 왔는데 목 구멍에 뜨거운 물을 붓고 긁어내는 듯한 통증으로 시작되었다. 그렇게 목의 아픔이 사라질 무렵 몸살이 시작되었는데 정말 일어날 힘도 없었다. 일주일을 꼬박 앓고 나서 이제 회복이 시작되나 했는데 이 회복 속도가 말도 못하도록 느렸다. 보통 감기라면 3일 앓고 나면 개운하게 일상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내 경우에 코로나는 극심하게 일주일, 견딜만하게 일주일 그리고 이전으로 돌아가는데는 한 달이 넘게 걸렸다. 코로나로 병원에 갈 수 없어 집에서 온 식구가 한국 의사 선생님이 사다 먹으라고 알려주신 약을 먹으며 그렇게 버텼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못하자 언약 학교도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집에 핸드폰 한 대 정도가 대부분이며 심카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도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선생님들은 집에서 열심히 영상을 만들고 아이들을 위한 수업을 시작했다. 온라인 수업은 지속되었지만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부모님들은 등록금을 내지 않았다. 아니 다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등록금을 낼 수 없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선생님들은 월급을 50%만 받겠다고 하셨음에도 학교 건물 렌트비와 월급으로 매달 나가는 비용이 평균 500만원이 넘었다. 한국도 어려운 상황에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었다. 월급날이 다가오면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한 번도 학교에 필요한 금액을 주지 못한 달은 없었다.    

 

 

1년을 넘는 시간 동안을 처음 3개월 락다운 또 3개월, 또 2개월 이런 식으로 연장하는 식으로 갔는데 끝날 시간이 되면 이제 정말 일상으로 복귀하나 하다가 다시 몇 개월을 연장하는 중 하루 마음이 울렁거렸다. 깊이 숨을 쉬어도 숨이 완전히 쉬어지지 않았다. 한국으로 운행하는 비행기가 끊긴 지 1년쯤 지났던 시간인듯하다. 다음달에 비행기 운항이 재개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에 무엇인가 툭 끊기는 것 같았다. 연결되지 못하고 고립된 채로 겪은 불안이 못견디겠다며 고개를 들었다. 마주하면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아 모른 척하고 외면했던 감정의 아우성이었다. 마음이 깊은 물에 잠겨 짜내고 짜내도 가득 머금은 불안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항공편이 연결된 후에야 알아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불안이 노려보고 있는데 필사적으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어쩌다 마주할 것 같으면 그 너머를 바라보는 척하고 눈을 돌린다. 바라보지 못하는 이유는 그렇게 했다가는 그 불안이 나를 윽박지르고 두려움으로 나를 눌러버릴 것 같아서이다. 그래서 피하고 피하고 버티고 버틴다. 락다운으로 아무도 걸어다니지 않는 길을 바라보는 어떤 순간에는 마치 모든 인간이 사라져 버린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공포가 밀려온다. 이름도 모르던 그들이 나에게 이렇게 소중한 존재들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빛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은 그 시간들을 지나도록 손잡아 준 이들이 있다. 나의 글 벗, 꿈 벗들이다. 손 잡을 수 있는 이들과의 연결이 끊어진 그 순간 줌 화면이 커지면 시간과 공간을 넘어 나는 다시 연결되어 빛을 향해 걸어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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