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초록
권준희
유월이 짙은 초록의 셔터를 내린다
비바람과 지나간 절규 위로
초록은 끝내
눈부신 장막을 드리운다
사람들은 그 그늘 아래 모여
잔을 부딪치고
가뭄의 금 간 자리들은
천천히 잊혀 간다
저기
저 완강한 초록의 껍질 아래
황토에 이마를 묻은 시간들이 있다
굳은 살처럼 갈라진 땅 위로
이름 잃은 숨들이
조용히 밀려 올라온다
초록의 장막이 대지를 덮을 때마다
바람에 잎맥들이 뒤집힐 때마다
보도블록 밑 깊은 곳에서
줄기들의 숨소리가 번뜩인다
유월은 찬란하지만
그 빛 아래에는
아직 덮히지 못한 뿌리들이
검게 젖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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