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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초록

작성자권준희|작성시간26.06.12|조회수11 목록 댓글 0

 

짙은 초록

                             권준희

 

유월이 짙은 초록의 셔터를 내린다

 

비바람과 지나간 절규 위로

초록은 끝내

눈부신 장막을 드리운다

 

사람들은 그 그늘 아래 모여

잔을 부딪치고

 

가뭄의 금 간 자리들은

천천히 잊혀 간다

 

저기

 

저 완강한 초록의 껍질 아래

황토에 이마를 묻은 시간들이 있다

 

굳은 살처럼 갈라진 땅 위로

이름 잃은 숨들이

조용히 밀려 올라온다

 

초록의 장막이 대지를 덮을 때마다

바람에 잎맥들이 뒤집힐 때마다

 

보도블록 밑 깊은 곳에서

줄기들의 숨소리가 번뜩인다

 

유월은 찬란하지만

 

그 빛 아래에는

아직 덮히지 못한 뿌리들이

검게 젖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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