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하지(夏至)였고. 비가 내렸다

작성자필킴|작성시간26.06.22|조회수13 목록 댓글 0





하지감자  -  온 춘성

 
닳아 헤진 소쿠리 가득
움 튼 씨감자
주름진 아버지
하지(夏至) 손 꼽으며
텃밭 이랑에
연신 흐르는 땀방울로 심으셨네.

고운 볕 살랑바람
감자줄기 잎 스치니
수줍은 하얀 감자꽃 위
점박이 무당벌레 사랑놀음에
서쪽 하늘은 붉어지고

생 쑥 더미
모깃불 연기에
뜨거운 콧김 뿜으며

맵다 매워
눈물 주르륵
동네 고샅까지 스미는
가마솥 구수한 냄새는
어머니의 깊은 사랑

모락모락 포슬포슬
분나는 하지감자
주린 배로도 행복했던
유년시절

아내가 찐 감자 먹으며
그 추억을
연신 삼키고 있다네.





하지(夏至)였고. 비가 내렸다  - 김 영란


짧은 밤은 건조했다
다소곳 나란히 선 태양계 행성들을 보겠다고
마음을 하늘에 둔 채 유월을 보냈다
바람은 미풍
초록 잎새들도 조용히 흔들리고
폭염의 침묵은 견고했다
사랑은 원래
단 한 번의 스침만으로도 천둥을 심고
순식간에 폭우를 쏟기도 하는 것이다

잠긴 사랑이 우기 지난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꽃 진 자리로 증거 여실하다
진심도 때론 쉽게 변심하여
수국처럼 한 순간 울먹하게 꽃빛을 바꾸는 것이다
하물며 짝사랑이라니
무거운 마음이 가장 먼저 가라앉았다
겹겹이 퇴적된 딱딱해진 지층으로 슬픔이 스몄다
막연하게 한 번만 더... 조금만 더... 붙잡았지만
유령같은 해가 떠오르자 행성의 정렬은 사라졌다

새벽 짙은 어둠 속 쪼개진 구름 사이로
얼핏 당신의 뒷모습을 본 것 같아 뭉클했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오래 기다려 한참 우러러
한 번만 더... 조금만 더... 매달리는 것이다
천둥 번개 비...
우산도 없이 고스란히 젖어도
막연하게 기다리는 것이다





비오는 날 -  롱펠로우

날은 춥고 어둡고 쓸쓸한데
비는 내리고  바람은 그치지 않네
앙상한 담쟁이는 무너져가는 돌담에 매달려 있으나

한 번씩 스쳐가는 겨울 바람에 잎은 떨어지고
날은 춥고 어둡고 쓸쓸하네
내 인생도 춥고 어둡고 쓸쓸하네

비는 내리고 바람은 그치지 않네
나의 생각도 무너져가는 과거에 매달려 있지만
스쳐가는 겨울 바람에 젊은 꿈은 모두 흩어지고
날은 춥고 어둡고 쓸쓸하네

진정하라 슬픈 가슴이여 원망을 마라
저 먹구름 뒤에는 아직도 밝은 태양이 있느니라
너의 운명도 모든 사람의 운명과 다름이 없으나
어느 누구의 생애도 얼마만큼의 비는 내리는 것
어둡고 춥고 쓸쓸한 것도 피할 수 없는 것




2026 - 06 - 21 - edit - 아침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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