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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陶淵明)의 한숨과 부모의 책임

작성자성창일목사|작성시간26.06.20|조회수32 목록 댓글 0

중국 남조 시대의 시인 도연명은 동양의 선비 정신을 대표하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세속적 성공보다 자신의 양심을 더 소중히 여겼다. 가난 때문에 잠시 벼슬길에 나아갔으나 오래 머물지 못했다. 결국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스스로 밭을 갈며 살아갔다. 술을 좋아했고, 가난하여 술조차 마음껏 마실 수 없는 날들도 많았지만 끝내 자신의 절개를 굽히지 않았다.

후대 사람들은 그런 그를 청빈한 선비의 전형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아무리 고결한 선비라 하더라도 자녀 문제 앞에서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도연명이 마흔네 살 무렵 지은 '책자(責子)' 라는 시를 읽어보면 인간적인 웃음과 함께 깊은 공감을 느끼게 된다.

그는 다섯 아들을 두고 있었다.

첫째는 열여섯 살이 되었지만 게으르고, 둘째는 열다섯 살이 되었지만 학문을 좋아하지 않는다. 셋째와 넷째는 열세 살이 되었는데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막내는 아홉 살이 되었지만 배와 밤을 찾는 일에만 관심이 있다.

마침내 그는 시의 마지막을 이렇게 맺는다.

하늘이 내린 운세 실로 이러하니
또다시 술이나 들이킨다오.


읽는 사람은 미소를 짓게 되지만, 그 웃음 뒤에는 부모의 깊은 한숨이 숨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도연명이 세속적 성공을 추구하던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는 벼슬을 포기했고, 재물을 포기했고, 명예를 포기했다.

그러나 자녀에 대한 기대만큼은 포기하지 못했다.

자신의 가난은 견딜 수 있었다.

자신의 실패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자녀들이 학문을 멀리하고 바른길을 걷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안타까웠다.

여기에 부모의 마음이 있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체념할 수 있다.

그러나 자녀에 대해서는 쉽게 체념하지 못한다.

자녀안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바른길을 걷기를 바라며, 선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부모의 사랑은 기쁨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근심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성경은 이러한 부모의 마음을 매우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지혜로운 아들은 아비를 기쁘게 하거니와 미련한 아들은 어미의 근심이니라"(잠언 10:1).

"내 아들아 네 마음이 지혜로우면 나 곧 내 마음이 즐겁겠고"(잠언 23:15).

"미련한 아들은 그 아비의 근심이요 그 어미의 고통이니라"(잠언 17:25).

잠언은 부모의 기쁨과 슬픔이 자녀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부모가 자녀를 걱정하는 것은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연명이 그러했고, 시대를 대표하는 대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도연명을 깊이 흠모했던 퇴계 이황 역시 자녀 문제 앞에서는 평범한 아버지였다.

우리는 흔히 이황을 조선 성리학의 최고봉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의 편지들을 읽어보면 철학적 논쟁보다 자녀 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더 자주 등장한다.

맏아들 준(寯)에게 보낸 편지에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라는 당부가 반복된다.

몸가짐을 삼가라.

독서를 멈추지 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

매사에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

그는 자녀가 단지 많이 아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 것이 아니었다.

바른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학문은 출세의 수단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정약용도 다르지 않았다.

강진 유배지에서 18년을 보내는 동안 그는 두 아들에게 수많은 편지를 보냈다.

당시 그의 집안은 폐족이었다.

정치적 사건으로 인해 정상적인 출세의 길은 사실상 막혀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학문을 포기하지 말라고 권면했다.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배우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다.

벼슬은 하지 못해도 된다.

그러나 사람됨까지 잃어서는 안 된다.

그는 「시이자가계(示二子家誡)」에서 진정한 유산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재물은 흩어진다.

옷은 해지고 음식은 썩는다.

집은 무너질 수 있다.

그러나 학문과 덕은 남는다.

그리고 가난한 친족과 어려운 이웃에게 베푼 선행은 사라지지 않는다.

도연명과 이황, 정약용은 모두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공통된 관심은 놀랍게도 비슷했다.

자녀가 얼마나 높은 자리에 오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였다.

오늘날 교육을 둘러싼 문제도 바로 이 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대 사회는 교육에 대한 불안이 매우 크다.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

좋은 직장을 가져야 한다.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

이러한 불안은 부모를 조급하게 만든다.

그리고 조급함은 통제가 된다.

어떤 부모는 자녀를 자신의 계획 속에 가두려 한다.

성적과 대학, 직업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여긴다.

반대로 어떤 부모는 모든 것을 포기한다.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이름으로 아무런 기준도 제시하지 않는다.

가르치지 않는다.

훈계하지 않는다.

관심도 두지 않는다.

그러나 이 두 극단은 모두 성경이 말하는 양육과는 거리가 있다.

성경은 말한다.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에베소서 6:4).

노엽게 하지 말라는 말씀은 억압과 통제를 경계한다.

양육하라는 말씀은 방임과 무관심을 경계한다.

부모는 독재자도 아니고 방관자도 아니다.

부모는 양육자이다.

사랑으로 가르치고, 인내로 기다리고, 삶으로 본을 보이는 사람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매우 중요한 사실 하나를 인정해야 한다.

부모에게는 책임이 있지만 한계도 있다는 사실이다.

성경은 부모에게 분명한 책임을 요구한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잠언 22:6).

부모는 가르쳐야 한다.

훈계해야 한다.

기도해야 한다.

본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부모는 자녀의 인생 전체를 통제할 수는 없다.

부모는 자녀의 마음을 대신 결정할 수 없다.

부모는 자녀의 영혼을 변화시킬 수 없다.

도연명도 그러했다.

이황도 그러했다.

정약용도 그러했다.

그토록 위대한 인물들조차 자녀를 자기 뜻대로 만들지는 못했다.

그것은 부모의 실패가 아니다.

인간의 한계이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나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나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니라"(고린도전서 3:6-7).

이 말씀은 자녀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부모는 씨앗을 심을 수 있다.

물을 줄 수 있다.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그러나 자라게 하는 것은 하나님이시다.

도연명은 그 사실 앞에서 술잔을 들었다.

자녀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같은 자리에서 무릎을 꿇는다.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최선을 다해 기도한 뒤에는 하나님께 맡긴다.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무관심해지는 것도 아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맡기는 것이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영역이 있음을 인정하기 때문에 맡기는 것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녀를 키우는 과정인 동시에 자기 자신을 낮추는 과정이다.

내 뜻대로 되지 않음을 배우고, 기다림을 배우고, 인내를 배우고, 결국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 말이다.

도연명의 시가 오늘날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대한 시인도 자녀 문제 앞에서는 평범한 아버지였다.

위대한 학자도 자녀 문제 앞에서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부모들 역시 같은 자리에서 사랑하고, 가르치고, 기도하며 살아가고 있다.

자녀는 내 작품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맡기신 한 사람의 인격이며 생명이다.

부모의 책임은 사랑하고 가르치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이후는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다.


참고문헌

1. 도연명(陶淵明), 「책자(責子)」, 이성호 역주, 『도연명전집』, 문자향

2. 이장우·전일주 옮김, 『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개정판) 연암서가 2011

3. 정약용(丁若鏞), 「시이자가계(示二子家誡)」,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문집 권14, 한국고전종합DB, 한국고전번역원



* 예전에 작성한 글을 다듬어서 재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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