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천’(召天) 과 ‘하나님의 부르심’
기독교인들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흔히 ‘소천’이라 부르는데 이 말의 뜻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이다. 인간의 죽음에 대해서는 죽음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완곡어법(婉曲語法)을 써서 고인의 신분과 종교적 전통에 따라 여러 가지 표현(20 여 가지)을 쓰는 것이 통례이다. 일반적으로 쓰는 별세(別世), 작고(作故), 타계(他界), 서거(逝去) 등 외에 왕에게는 승하(昇遐), 불교인에게는 입적(入寂) 또는 열반(涅槃), 가톨릭 교인들에게는 선종(善終) 등을 쓰는데 개신교인들은 주로 ‘소천’이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국어학적인 문제가 없지 않다. 보통 한 낱말이 동사와 명사로 이루어졌을 때는 먼저 동사가 오고 다음에 명사가 올 경우에는 그 명사는 동사의 목적어(대격)가 되는 법인데, 그렇다면 이 말의 문자적인 뜻은 “하늘(=하나님)을 부른다”가 되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말과는 정반대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법적인 지식을 누구나 갖는 것이 아니기에 이 말은 널리 비판 없이 쓰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록 국어사전에도 없는 이 말이지만, 언어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성격을 수용하여 근사치의 해석으로, “하늘(=천국)에의 부르심”(‘하늘’을 처격으로 하여)이라 이해하여 “소천을 맞으셨다” 또는 “소천을 당하셨다”라고 하면 될 것이다. 혹은 ‘소천’ 대신에 ‘서천’(逝天: 하늘로 가시다)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일본 기독교인들은 성도의 죽음을 ‘승천’(昇天)이라고 쓰는데, 이는 기이하게도 우리말의 ‘소천’(召天, 일본어로 しょうてん, 쇼오텡)과 발음상으로는 똑 같아서 일본사람들도 ‘소천’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인간의 죽음을 법적개념처럼 ‘사망’(死亡)이라고 생각하지 아니하고 다른 곳(더 좋은 처소)로 옮겨가는 것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원망(願望) 무엇보다도 강열한 데서 그 표현에 대한 말도 신분과 종교를 따라 이렇게 많이 만들어 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