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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간 주보에 ‘1컷 만평’ 그려와

작성자복영칠 요한|작성시간26.06.06|조회수24 목록 댓글 0

만남의 자리_제주교구 서문성당 김원민 골롬바노

 

안창흡 프란치스코 제주 Re. 명예기자

제주교구 서문성당(주임신부 송동림 레오)의 주보 ‘서문본당’에 실리는 ‘1컷 만평’. 선명한 선과 간결한 메시지로 신앙과 삶을 비추는 이 만평은 36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 한 주도 빠짐없이 이어져 왔다. 그 꾸준함의 중심에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 김원민 골롬바노(83) 형제가 있다. 서문성당 설립 50주년을 2년 앞둔 2025년 본당의 날 기념 미사 후 당시 고남일 요셉 주임신부는 그의 수고로움에 감사패를 수여하며 신자들과 함께 격려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가 만평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서문본당’ 주보 창간호부터였다. 교우들과 더 가깝게 소통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선택한 것이 바로 ‘1컷 그림’이었다. “글보다 그림 한 컷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소박한 시도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만평은 단순한 표현을 넘어 그의 신앙도 함께 담아내는 통로가 되었다. 매주 복음을 묵상하고 이를 한 장면으로 풀어내는 작업은 자연스럽게 기도가 되었고, 삶을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는 이 일이 제게 맡겨진 소명처럼 느껴졌다.”라고 말한다.
36년이 넘는 기간을 한 주도 거르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놀랍다. 바쁜 일상과 개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펜과 붓을 내려놓지 않았다. “누군가는 이 만평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저를 다시 책상 앞에 앉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를 지탱한 힘은 단순한 책임감을 넘어선 것이었다. 매주 복음을 새롭게 마주하고 그것을 삶의 언어로 풀어내는 과정이 곧 자신의 신앙을 지켜주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신앙은 일상의 반복 속에서 완성된다
김원민 골롬바노 형제의 삶은 언론인의 길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그는 월남전 당시 맹호부대에서 ‘맹호의 소리 방송’과 ‘진중 신문’ 기자로 활동하며 언론인의 길에 들어섰다. 전쟁터에서의 기록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시대를 증언하는 일이었다. 그 경험은 이후 그의 삶에 깊은 영향을 남겼다. 제대 후 그는 제주 MBC 기자와 한라일보 논설위원, 제주 타임스 편집국장, 제주가톨릭언론인회 회장 등을 지내며 지역 언론 발전에 기여해 왔다. 또한 서양화가로 활동하며 예술의 영역에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가 받은 제주도문화상(예술 부문), 월남전전공표창(국가유공자), 새마을포장 등의 이력이 이를 반증해 준다.
그 긴 여정 속에서도 신앙은 늘 중심에 있었다. “신앙은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게 하는 기준이었습니다.” 언론인으로서 때로는 치열한 선택의 순간을 마주해야 했지만, 그는 신앙 안에서 방향을 찾고자 했다. 그것은 단순한 믿음을 넘어 삶을 지탱하는 힘이었다. 

한 컷 만평 속에는 한 신앙인의 성실한 시간이 담겨 있어
신앙은 또 다른 형태로 그의 삶 속에 자리한다. 1982년 그는 스스로 레지오 마리애의 문을 두드렸다. 서문성당 첫 남성 쁘레시디움인 증거자의 모후 Pr.에서 시작된 성모님의 군사로서 그의 활동은 현재까지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여러 쁘레시디움을 거치며 평단원과 간부로 봉사해 왔으며, 지금은 사랑하올 어머니 Pr. 평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레지오 활동에 대해 “신앙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살아가는 훈련”이라고 설명한다. 공동체 안에서의 봉사와 책임은 그의 신앙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현재 제주가톨릭미술가회 회원, 제주교구역사편찬위원회 위원으로서도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그가 늘 마음속에 간직한 “주님을 찾았더니 내게 응답하시고 온갖 두려움에서 나를 구하셨네”(시편 34, 5) 이 시편 말씀은 삶의 여러 고비마다 그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긴 세월 동안 이어온 1컷 만평 또한 이 말씀 위에서 흔들림 없이 이어져 온 셈이다.
“앞으로도 특별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지금처럼 한 주, 한 주 성실하게 이어가고 싶습니다.” 거창한 계획보다는 꾸준함을 선택하는 그의 태도는,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전한다. 신앙 역시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일상의 반복 속에서 완성된다는 그의 믿음이 담겨 있다.
36년 넘는 기간 동안 이어진 한 컷의 만평. 그 속에는 신앙인들에게 가슴 깊이 새겨질 말씀은 물론 사회상의 변화와 삶의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한 신앙인의 성실한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원민 골롬바노 형제의 ‘1컷 만평’ 그림은 오늘도 말없이 전한다. 신앙은 특별한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을 살아내는 하느님께로 향한 마음가짐과 태도 속에서 드러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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