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예배를 인도하시는 목사님이 가운을 입으시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장식을 많이 한 박사 가운을 입고 예배를 인도하시는 예배에 참석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 목사님의 가운 착용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생각이 되었으며 예배시간 내내 그 생각만 하는 시험에 들었었습니다. 목사님이 예배를 인도하실 때에 가운을 입으시는 것과 입지 않으시는 것 어느 것이 맞는가를 알고 싶습니다.
목사가 예배를 인도하면서 가운(Gown)을 입을 것 혹은 입지 말 것을 성경에는 언급이 없습니다. 구약에서 제사장들이 일정한 제복을 입고 집례하였기 때문에 지금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들이 가운을 입는 것이 자연스럽게 생각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신약을 살펴보면 예수님께서 설교를 하실 때나, 사도들이 설교할 때나, 떡을 뗄 때에 예복을 입고 한 기록이 없습니다. 이것은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가 꼭 예복을 입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목사가 예배 때에 가운을 입거나 입지 않는 것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찬성과 반대의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유럽의 교회당을 방문하면 곳곳에서 중세 교회의 금색찬란한 예복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종교개혁 이전은 물론 그 이후에도 교회 성직자들이 자신들의 예복을 얼마나 화려하게 입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금도 Catholic 교황의 옷을 보면 세상의 임금들처럼 황금색 복장으로 하여 그 권위를 나타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종교개혁 이후에도 Catholic의 영향을 받은 많은 교회에서 오랫동안 화려하게 꾸민 예복 착용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외모로 목사의 권위를 높이는 것은 성경적이 아니기 때문에 개혁주의의 교회에서는 예배인도자인 목사의 “가운 착용”을 반대하였고 지금도 같은 의미에서 계속 반대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목사가 가운을 입음으로서 권위가 더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성경적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한편, 목사의 가운착용을 오히려 찬성하며 권장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것도 개혁주의 입장에서의 주장입니다. 예나 이제나 “평범한 가운”에 비교하여 너무 화려한 옷이 많기 때문입니다.
예배는 하나님과 만나는 시간이므로 예배의 참석자들은 몸차림을 단정히 준비하여 엄숙하게 드려야 합니다. 특히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는 하나님의 권위의 말씀을 대언하는 자이므로 말씀준비와 함께 성도들의 시선을 받는 자신의 옷차림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가운을 입지 않는 경우, 목사가 착용하는 “화려한 옷”이나 옷의 “악세사리”가 성도들의 마음을 빼앗아 예배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목사의 옷매무새가 성도들에게 신경 쓰이는 요소가 될 수도 있으므로 단정하도록 주의하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목사가 “단정한 가운”을 착용하면 성도들의 예배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목사의 가운 착용을 지지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평범한 가운”을 입는 것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귀하께서는 예배에서 박사가운 착용이 부자연스러웠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귀하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이유를 고려하면 이해가 되는 일입니다. 박사 가운이 “평범한 가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옷, 화려한 옷을 입은 목사가 강단에 섰을 때처럼 그 가운이 청중으로 하여금 설교 이외의 다른 생각을 하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박사 학위를 받으신 분 중에 간혹 그 박사 가운을 자신의 목회용 가운으로 사용하시는 분도 있습니다만 사실 박사 가운은 “목회용 가운”이 아니라 졸업식 등 특별 예식에 입는 특별예식용 가운입니다. 그러므로 대부분 학위를 소지한 목사님들이, 혹시, 귀하와 같이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을 고려하여 목회 강단에서는 평범한 목사가운을 입으시는 것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목사의 가운 착용 여부는 목회방침으로써 목사에게 위임된 사항입니다. 예배를 인도하는 담임목사가 자신의 입는 옷을 고려하여 입을 수도 있으며,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입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저께는 입었으니 오늘도 입으라고 요구하던지, 성례를 집행할 때에 입었으니 일반 예배에도 입으라고 강요하여도 안됩니다. 단지 목사는 가운을 입을 때도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하여 입고 강단에 서며, 입지 않을 때에도 주의하며 강단에 선다는 것을 꼭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입는 것도 입지 않는 것도 성도들의 은혜 받음을 위함인 줄 이해하고 성도들은 드리는 예배와 듣는 말씀에 마음을 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