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의 도시 베네치아(Venezia)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것이 바로 독특한 모양의 곤돌라(Gondola)이다. 시가지가 석호의 모래톱(沙洲)이었던 곳에 들어선 베네치아는 세계 유일의 석호도시로 118개의 섬들이 400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으며 섬과 섬 사이의 수로가 주요 교통로 역할을 하여 좁은 수로를 이동하기 위한 필요성에 의해 곤돌라가 자연 생겨나게 되었다.
먼저 곤돌라의 어원은 정확하지 않으며 논란의 여지를 가진다. 어떤 이는 라틴어로 ‘작은 배’라는 뜻의 ‘cymbula’에서 왔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작은 조개’라는 뜻의 그리스어 ‘kundy(navicella) 혹은 ‘배를 민다’는 뜻의 ‘kuntò-helas(spingere – naviglio)가 그 어원이라 하는 이도 있다. 곤돌라에 대한 최초의 공식적 문서는 10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베네치아 공화국 Vitale Falier 통령(Doge)이 ‘Gondulam이라 불리우는 것을 남부 베네치아 주민들에게 제공할 것’을 지시한 문서가 그것이다.
15세기 말 이전까지는 곤돌라의 외관을 예측할 수 있는 어떤 자료도 있지 않지만 이후 16세기 초로 대략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의 형태를 볼 수 있는 자료가 나타난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다른 배들과의 특별한 차이는 없었고 이후 부유층의 개인적 이동수단으로서의 성격이 두드러지면서 그 형태를 가지기 시작하는데 섬과 섬 사이 이동이나 휴식을 취하고자 할 때 또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 등으로 활용되어 졌다. 이 시기 부유층에서는 곤돌라의 치장으로 그들의 부를 과시하였고 그 도가 점차 지나치기 시작하자 베네치아 당국은 일제히 모든 곤돌라의 색을 검은색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기원으로 오늘날까지 베네치아의 곤돌라는 모두 검은색이다. 하지만 당시 부유층은 벌금을 물어가면서까지 곤돌라 장식에 치중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곤돌라가 검은색인데 대한 다른 설로는 1630년 이후, 페스트로 사망한 많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함이라는 얘기도 전해진다.
16세기 초 곤돌라에는 ‘felze’라고 불리는 승객용 객실이 주로 겨울철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바람막이 역할을 해 주거나 밀회의 장소가 되기도 하였다. 한편 배의 방수처리를 위해서는 송진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16세기 중반부터 그 형태면에서 특색을 나타내기 시작한 곤돌라는 본체 길이가 길어지고 날씬해 지며 선두(船頭)와 선미(船尾)의 철에 독특한 모양을 놓는 등 좀더 우아한 모양으로 치장되어진다.
17세기로 들어서면 곤돌라는 그 성격을 좀더 명확히 하게 되는데 선체(船體)의 길이는 좀더 길어지고 선미(船尾)가 좀더 올라간다. 이시기 선두의 철 부분은 자신의 모양을 확고히 가지게 되고 크기도 좀더 커진다. 또한 선미의 철 부분이 그 중요성을 조금씩 잃어가다가 곱슬한 장식으로 우아한 모양을 가지게 되는 등의 변화를 갖는다.
18세기 곤돌라의 선체는 여전히 길어지며 선두의 철 부분은 곤돌라에서 강조되는 부분이 되지만 크기는 조금 축소된다. 선미부분의 ‘forcola’라고 하는 조종대는 팔꿈치 모양으로 주로 노를 조종 할 때나 배를 뒤로 이동할 때 사용된다. 1800년대 특이할 사항은 선체가 11m로 늘어남으로써 노를 쉽게 젓게 하기 위해, 선미의 높이를 좀더 올려 뱃바닥이 바다에 닿는 부분을 줄였다. 또한 선미의 상승은 곤돌라를 운전하는 ‘Gondoliere’의 시야를 한결 넓혀주기도 하는데 이 적정한 상승 높이는 오늘날에도 거의 유사하게 이어져오고 있다. 아울러 선두쪽도 높이가 올려지게 되는데 베네치아와 같이 수로가 좁은 도시를 쉽게 다니려면 곤돌라 바닥이 바다면에 닿는 부분을 가능한 줄여 노를 쉽게 젓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시기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닐지라도 특이할 사항 중 하나는 곤돌라의 바닥이 의도적으로 불균형을 이루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또한 노를 쉽게 젓기 위함으로 오늘날 관광객들이 베네치아에서 곤돌라를 타면 한쪽으로 기울어져 불안한 느낌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리는, 노가 배의 오른쪽에 놓여 저어질 때 배는 왼쪽방향으로 나가려 하는 성향이 있는데 배의 무게중심을 오른쪽에 놓게 되면 배가 왼쪽으로 진행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또한 Gondoliere가 배의 왼쪽 가장자리에 서게 되므로 함께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결과로 일반 좌우 대칭 배의 경우 노를 오른쪽에서 저을 때 10도의 방향각이 틀어진다면 곤돌라는 약 5도만 틀어진 상태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노를 저어 전진하기가 그만큼 쉽다. 1800년대가 곤돌라의 성격과 형태를 특정지우는 시기였다면 1900년대는 이를 좀더 확고히 다지게 되는 시기이다. 다시 말해 뱃머리는 좀더 치켜지고 바다에 바닥이 닿는 면도 좀더 줄어들게 되어 더욱더 노를 쉽게 젓게 하였다. 물론 배의 불균형도 더 강조하였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당시는 필요에 의해 생겨난 ‘felze’가 이때부터 사라지게 된다. 물론 오늘날에도 시야가 가려진다는 이유로 ‘felze’는 관광객들에게 알려지지 않고있다.
오늘의 곤돌라는 길이 11m, 무게 600kg으로 8종류의 나무가 280조각들을 이루어 하나의 곤돌라를 형성하며 유일하게 금속(철)이 사용되는 곳은 선두와 선미의 장식부분 뿐이다. 곤돌라 하나를 완성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최소 1년이다. 현재 곤돌라는 도시 관광이나 낭만을 즐기기 위하여 혹은 결혼식, 장례식 등의 특별 행사에 사용되어지며 베니스인들의 주요 교통수단으로는 대운하를 건너기 위한 ‘Gondolone’라 불리우는 좀더 큰 배나 택시/버스 보트가 있다. 곤돌라는 외적인 미(美)나 기술적인 면에서 아주 우수한 배임에 틀림없다. 이는 세기를 거치며 좀더 실용적으로 베네치아 수로에 적합하게 변화를 시도한 결과로 베네치아 인들의 실생활에서 필수적 생활품이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글: 박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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