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rvara di roma.
베네딕도가 수도한 수비아코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곳에 1500년전 베네딕도 수도승들이 자리를 잡았다. 로마에서 불과 한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이곳을 오는데 27년이 걸렸다. 마을 한 노인이 "로마에 살면서 처음왔다니! " 신음에 가까운 한탄을 한다. 정말 그동안 꼭꼭 숨겨져 있었다. 우리는 늘 가까이 있는 보화를 놔두고 엉뚱한 곳에서 찾다 인생을 마친다. 마을은 우리에게 자동차 기름 경비만으로 결혼 30주년을 기억할만한 멋진 여행을 제공해 주었다.
1053미터 고지에 자리잡은 마을은 이렇게 올라갈 수 밖에 없다.
결혼 30년 중 거반인 27년을 선교지에서 살아온 삶. 그 삶을 이 길에 대변해 주는 듯 하다.
마을에서 바라본 정경은 평화, 바로 그것이다.
우리의 삶 정상에서도 이런 평화를 느낄 수 있을까?
우리 삶의 정상을 이렇게 아름답게 장식 할 수 있을까?
마치 백설공주와 7난장이 집에 나오는 그런 풍경.
그러나 이것이 지나온 우리의 집이다. 거쳐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창틀은 작았지만 창밖엔 끝없이 펼쳐지는 사명의 장대한 꿈과 소망이 있었다.
천년의 세월을 울려온 교회의 종탑.
교회의 종소리는 마을과 온 산야에 울리는 평안의 메시지였다.
마을의 가장 꼭대기에 자리한 교회는 삶과 생활과 마음의 중심이다.
지금은 노인들로 채워져 있지만 오히려 교회의 마지막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인생의 내리막 길. 올라 왔으니 당연히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내려간다는 것이 슬픈 것만은 아니다.
황혼은 오히려 더욱 아름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