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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 "합격은 축복이요, 불합격은 은혜라"

작성자섬김|작성시간15.01.07|조회수48 목록 댓글 0

 

<아름다운 세상> "합격은 축복이요, 불합격은 은혜라"
재수생들의 신앙공동체, 영락교회 베드로부의 훈훈한 이야기
[2978호] 2015년 01월 05일 (월) 15:08:55 [조회수 : 148]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학교는 2월 중순에 있는 졸업식에나 가면 그만인데, 사실 가고 싶지도 않다. 친척들이 이번 설에는 얼굴 좀 보자고 성화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교회는 또 어떤가. 1월 첫주에 친구들과 대학부에 올라가긴 했는데 난 이미 재수를 결정한 몸이니 대학부에 나가도 되나 고민이 되는데, 수시에 합격한 친구들이 벌써부터 캠퍼스별 모임에 참석하는 걸 보면서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교회에도 발 붙일 곳이 없다니..."

재수생은 갈 곳이 없다. 여전히 대학입시에 목을 매는 우리나라의 교육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인생 중 처음으로 실패의 쓴맛을 보는 때가 바로 대학에 떨어졌을 때다. 긴 세월 대학입시만을 위해 공부한 이들이 고배를 마셨을 때 선택할 길은 많지 않다. 오직 재수뿐. 하지만 재수를 결정하는 순간 그동안 당연한 듯 여겼던 많은 관계들이 어려워진다. 변한 것이라고는 내가 1년 더 공부하기로 한 것뿐인데 그때부터는 주변의 시선이 왠지 따갑다. 더불어 유혹이 많아지는 때다.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가만히 둘 세상이 아니다.
많은 학생들이 재수를 결정하는 때인 요즘, 영락교회(이철신 목사 시무) 베드로부의 사역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재수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교회학교인 베드로부. 어느새 창립 26주년을 맞이했다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쌓이고 쌓였을까. 2014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베드로부를 섬기고 있는 교사들을 만났다.

△학생보다 교사가 많은 교회학교
베드로부는 다른 교회학교와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학생보다 교사가 많다는 것인데 그 비율이 거의 2대 1 수준이다. 매 주일 베드로부에 출석하는 이들의 수는 90여 명. 이중 30%는 정교사고, 30%는 베드로부 출신 선배들로 보조교사를 맡고 있으니 전체 교인의 60%가 교사인 셈이다. 다 이유가 있다. 베드로부에 처음 등록하는 재수생들이 매년 듣는 말이 있다. "여러분~ 베드로부는 2년제입니다." 이 말을 들은 '신입 재수생들'은 혼란스럽다. '삼수를 하라는 말인가?'. 하지만 이 '이상한 말'에 복음이 담겨 있다. 베드로부 부감 조성권 집사는 "한해는 재수생으로서 섬김을 받고 이듬해에는 후배 재수생들을 섬기라는 말"이라면서, "이 전통이 지금의 베드로부를 만들어준 동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특히 베드로부는 누가 신입생이 될지 알지 못하는 교회학교다. 일반적으로 교회학교는 신입생의 명단을 미리 받아 12월에 반편성을 마친다. 미리 학생 명단을 받는 것은 교회학교가 1년 살림을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베드로부는 재수생 부서라는 특수성 때문에 학생들이 들어온 뒤에야 출석부를 완성할 수 있다. 베드로부 김명희 지도권사는 "그래서 베드로부의 신년계획이란 건 늘 기도하는 것뿐"이라면서, "자칫 주일성수를 등한시 할 수도 있는 아이들을 한해 동안 돌보고 결국 대학부나 청년부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베드로부의 중요한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신입생이 스스로 와야 정원이 채워지는 '특별한 교회학교'인 베드로부. 신입생들이 베드로부의 문을 열고 들어오면 "잘왔다"라고 간단하지만 따뜻한 인사를 전하는 이 부서는 섬김과 의리로 똘똘 뭉친 곳이기도 하다.

△섬김을 받고 다시 섬기는 공동체
베드로부의 섬김은 특별하다. 베드로부에서 재수생활을 한 선배들이 후배들의 재수생활을 지도하고 어른들은 신앙생활을 돌보는 삼겹줄 섬김이다. 이런 체계적인 섬김으로 낙담한 아이들은 한달이 지나지 않아 자존감을 찾는다고 한다. 이렇게 방황하기 쉬운 재수생들이 빨리 몸과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것은 신앙훈련과 인간적인 유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베드로부 서기 김기선 집사는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한번 베드로부는 영원한 베드로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면서, "베드로부에서의 생활은 재수를 하는 학생들의 신앙이 성장하고 신앙의 공동체 속에서 끈끈한 유대감을 쌓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끈끈한 유대감이 기본이다보니 요즘 유행하는 '의리'라는 구호가 일상인 곳이 베드로부다. 차승천 전도사는 "학생들이 공부하느라 바빠서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을 하기 어려운 게 ㅎㄽ4현실이다보니 여름수련회와 야외예배가 특별활동의 전부고 중점은 심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신앙의 힘으로 딛고 일어서도록 돕는 신앙훈련"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와 학생이 똘똘 뭉치는 것만큼은 다른 모든 교회학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고 말했다.

재수라는 공감대, 베드로부라는 공동체 의식 등이 이들을 똘똘 뭉치게 하는 듯 하다. 매주 8시30분에 예배실에 모여 함께 예배를 드리는 베드로부는 10시 30분면 성경공부도 마친다. 마치고 바로 교회를 떠나는 이들은 없다. 함께 교회식당으로 이동해 국밥 한그릇을 먹고 나서야 삼삼오오 학원으로 향한다. 교회에서의 이런 삶이 의리로, 섬김으로 자리 잡지 않았을까.

△"합격은 축복이요, 불합격은 은혜라~"
김기선 집사의 말이다. "4기였던 것 같은데요. 베드로부 학생이었던 김석현 군이 '합격은 축복, 불합격은 은혜'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결국 이 말은 지금도 베드로부의 표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첫번째 시련을 이겨내는 베드로부 공동체의 마음가짐이 이러하다. "나는 불합격을 통해 은혜를 경험하노라~" 베드로부 1기로 현재로 교사로 봉사 중인 우정민 집사는 "1990년에 유독 고등부에 재수생이 많았다. 당시 교사이던 김승길 집사님이 재수생들을 모아 놓고 예배를 드린게 베드로부의 시작이었다"면서, "베드로부가 너무 좋아 지금도 교사로 봉사하고 있고 우리 남편 윤종진 집사도 함께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재수를 결정한 분들, 베드로부로 오셔서 함께 은혜를 나눠요~"라고 권했다. 이제 2월 중순, 종로학원이 재수생 정규반을 개설하는 때가 베드로부에 본격적으로 신입생이 들어오는 때다. 이 때를 위해 기도하면서 신입 재수생을 기다리는 교사들의 마음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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