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로 읽는 성경동물 이야기
공중에 나는 새
어? 저 산 위에 웬 사람들이 저렇게 많을까요?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요? 그래요, 그 날은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다른 날처럼 그 날도 훨훨 날아 갈릴리바다를 다녀오는 길이에요. 갈릴리바다? 갈릴리가 바다가 아니라고요? 그걸 누가 모르나요? 이 몸도 갈릴리가 바다가 아니고 호수라는 걸 알아요. 그래도 갈릴리는 엄청나게 크잖아요? 그래서 갈릴리 마을 사람들은 갈릴리를 바다라고 부른답니다.
너는 누구냐고요? 저 말씀인가요? 그렇군요, 제 소개를 깜박 잊었군요. 저는 벳새다 들판에 집을 짓고 사는 쥬시아라는 새입니다. 아름다운 새 쥬시아? 이름이 어려운가요? 이름이 어렵다면 그냥 쥬스라고 해주세요. 왜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쥬스 있잖아요? 쥬스라고 불러주세요. 콜라로 불러도 되냐고요? 그건 싫어요. 쥬시아라고 하거나 아니면 쥬스라고 불러주세요. 쥬스라는 이름도 어렵거든 그냥 이곳저곳 훨훨 날아다니는 힘찬새라고 해주세요. 정말 그렇게 부르고 싶다고요? 그럽시다. 내 이름은 힘찬새.
나, 힘찬새 쥬시아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산 위로 훨훨 날아갔어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으로 보아 그리 높은 산은 아니었어요. 높은 산이었다면 사람들이 땀흘리며 올라가지는 않았겠지요. 사람들이 얼마나 약다고요? 여간해서는 걸으려고 하지 않아요.
하나님께서는 왜 사람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않으셨을까? 그러면 자동차도, 비행기도 필요 없겠지요? 배도 소용없고, 자전거도 별로겠지요. 그러면 사고를 당해서 수백 명, 수십 명의 사람들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바다에 가라앉아 죽는 일은 없을 거예요. 예수님 당시의 새라 하면서 비행기나 배를 어떻게 아느냐고요? 그야 여러분들을 만나니까 쉽게 알아듣게 여러분 수준으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내가 얼마나 눈치가 빠른 새라고요.
높은 산은 공기가 시원했어요. 이스라엘 나라는 매우 더운 나라잖아요? 그래서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뻘뻘 땀을 흘린답니다. 산 위에 모인 사람들은 어떤 젊은이를 중심으로 빙 둘러서서 무슨 말씀을 듣고 있어요.
가만, 가운데 서서 말씀을 하는 저 젊은이가 누구더라? 어디서 분명 보았는데! 썩 잘 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부드럽고 따뜻한 저 눈길, 어디서 분명 보았는데. 이제 알겠어요. 요단강에서 요한과 만났던 젊은이에요, 요한. 세례 요한이라고 해야 여러분들이 잘 알겠지요? 세례 요한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잘못을 뉘우치고 새 사람이 되겠다는 표시로 세례를 받으라고 했어요. 너도 나도 세례, 모두들 두려워하며 세례를 받았어요. 죄가 많은 사람들이 더 두려워했어요.
모두들 요한을 두려워 한 것은 아니에요. 바리새인이나 사두개인이라는 높은 지위의 사람들은 요한을 미워했어요. 요한을 잡아죽일 기회만 찾고 있었지요.
그때 저 젊은이가 세례를 받기 위해 나아왔어요. 세례를 받았냐고요? 물론 세례를 받았지요. 그러나 세례가 문제가 아니에요. 젊은이가 세례를 받는 순간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어요. 천둥소리? 아니지요. 비바람소리? 물론 그것도 아니에요. 놀라지 마세요. 하나님의 목소리예요. 하나님의 목소리는 이렇게 들려왔어요.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
하, 하나님의 아들! 그러면 저 사람도 하나님? 사람의 몸을 입으신 하나님? 미,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나 믿지 않을 수도 없었어요. 구름 속에 누가 숨어 있다가 말했으면 믿지 않을 수도 있어요. 나무로 가득 찬 숲이었다면 누가 숲에 숨었다가 장난치는 줄 알겠지요. 그곳은 나무들이 많지 않는 언덕과 같은 작은 산이었어요. 요한과 저 젊은이 두 사람이 짜고서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었어요.
세례 요한도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을까요? 물론 들었겠지요. 요한이 듣지 못했다면 하나님께서 왜 그런 말씀을 하셨겠어요. 다른 사람들은? 그건 모르겠어요. 그러나 나, 이름 모를 새는 분명히 들었어요. 저 젊은이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음성을.
그 일이 있고 나서 그 하나님 젊은이, 그냥 젊은이라고 해야겠어요. 그 젊은이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렸어요. 어디서 지내고 있는지, 무얼 하고 있는지, 그 젊은이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잊었어요.
나도 바쁜 몸이에요. 이곳저곳 다니면서 노래도 불러야 하고, 벌레 양식도 구해 와야 하고 매우 매우 바쁘단 말이에요. 그래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이 산 위에서 만날 줄이야! 그러니 내가 얼마나 반가웠겠어요.
이제 저 젊은이의 이름을 알겠어요. 예수예요. 어떤 이들은 나사렛 예수라 부르고, 어떤 이들은 목수의 아들 예수라고도 불러요. 여인들은 마리아의 아들이라고 부르길 좋아하더군요. 어떻든 그동안 예수 젊은이는 몰라보리만큼 위엄에 차 있었어요. 그래서 이 산 위에서 처음 만났을 때 “누구더라?” 했다니까요.
예수 젊은이는 사람들에게 말했어요. 다정하면서도 힘있는 목소리, 멀리 퍼지면서도 가까이에서 소곤거리는 목소리, 뭐라고 말했을까?
(CF의 김정은의 흉내로)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랬을까요? 아니에요. 예수 젊은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음이 깨끗한 자들은 복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착한 행실의 빛을 사람들에게 비추어야 합니다.”
“기도할 때는 떠버리지 말고, 하나님께서 들으시도록 진실 되게 하십시오!”
예수 젊은이는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여러분,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 염려하지 마십시오.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십시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책임져 주실 것입니다.”
산 위의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얼굴로 가만히 있었어요. 나, 힘찬 새가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난한 차림새들이었어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자 예수님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잠깐 하늘을 우러러 보셨어요.
예수님께서 잠시 조용해진 틈을 타서 나, 힘찬 새는 얼른 하늘을 날아 올랐어요. 예수 젊은이의 말씀을 듣다보니 시간이 너무 흘러버렸군요. 아빠새 엄마새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사나운 독수리라도 만나서 부상을 당하지나 않을까, 엄마새가 나를 기다리느라 걱정이 될 거예요. 그래서 엄마새에게로 가려고 하늘을 포로롱 날아올랐는데, 예수님과 내 눈이 공중에서 딱! 마주쳤어요. 예수님은 올려다보시고,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눈과 눈이, 사람의 눈과 새의 눈이, 하나님의 눈과 쥬시아의 눈이 공중에서 딱! 마주쳤습니다.
그 눈을 보는 순간 나 쥬시아는 갑자기 마음이 울렁거렸어요.
언젠가 높이 높이 하늘로 올라간 날이 있었어요.
그 날 왜 그렇게 높이 올라갔을까요?
문득 하늘 끝까지 올라가고 싶었어요.
저 하늘 끝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높이 높이 나라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래서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갈 생각으로 훨훨 날아오르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품으로 내가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아빠새보다 더 넓은 품, 엄마새보다 더 아늑한 품, 누구의 품일까? 문득 “하나님이다!”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너무도 흥분되고 벅찬 가슴으로 다시 땅 위로 내려온 그 날의 벅찬 감동, 지금 예수 젊은이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바로 그 느낌이 다시 몰려왔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를 쳐다보시며 빙긋 웃어주셨어요.
하나님의 미소.
나는 그 미소를 그렇게 불러주고 싶어요. 참 평안한 미소, 내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 주는 미소였으니까요.
내 마음을 그렇게 만들어 줄 이는 아빠새 엄마새 그리고 하나님 밖에 누가 또 있겠어요.
나, 쥬시아를 쳐다보던 예수 젊은이는 사람들에게 나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여러분, 공중에 나는 새를 쳐다보세요! 저기요!”
산 위의 사람들이 나 쥬시아를 쳐다보았어요. 저 많은 눈, 눈, 눈들, 그렇게 많은 눈들이 쳐다보고 있다면 오금이 저려서 날개가 얼어 붓고 날 수 없을 텐데 참 이상해요. 너무 신이 나서 사람들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힘차게 날개 짓을 했어요.
예수님은 나 쥬시아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저 새는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지만 하나님께서 먹이시고 입히십니다. 하나님께서 새들도 보호하시는데 여러분들을 그냥 모른 척 두시겠어요? 그러니 너무 염려들 하지 마세요!”
그제야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끄덕 예수 젊은이의 말씀이 옳다고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예수 젊은이는 날보고 손을 흔들었어요.
“안녕! 잘 가라!”
그 뜻이겠지요.
나 쥬시아도 “예수님 안녕히 계세요!”하고 하늘을 훨훨 날아 우리 집으로 날아갔어요.
그 날은 내 생애에 가장 행복한 날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