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詩작품

늦여름의 땅거미 / 나태주

작성자靑野|작성시간10.07.31|조회수259 목록 댓글 0

 

 

 

 

늦여름의 땅거미

 

      나 태 주

 

 

차마 빗장도 지르지 못한

대문간을 지켜 불그레

꽃을 피운 능소화

종꽃부리의 우물 속으로

빠져드는 매미 울음

 

마당 가 좁은 텃밭을 일궈

김장 채소 씨앗을 묻을

채비를 서두르는 아들은

나이보다 많이 늙었다

 

얘야, 시장할 텐데

연장이나 챙기고 밥이나 같이

먹자꾸나

저녁상을 차리는 어머니는

더 많이 늙었다

 

허리 숙인 담장

키 낮은 담장 너머

휘휘휘휘 키가 큰

어둠이 기웃대는 여름이라도

늦여름의 땅거미

 

꽈리나무 꽈리 주머니

주먹 쥔 꽈리알 속으로

스며들어가서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황토빛 노을.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