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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시성 타고르 / 작품

작성자靑野|작성시간08.09.30|조회수799 목록 댓글 0

 

 

라빈드라나드_타골의_75세의_모습(1936년).jpg

 

                                    <타고르 75세 / 1936년 모습>  

 

 

인도의 시성 타고르 (Tagore, Rabindranath : 1861-1941)

 

원어명  Rabndranth Tagore
본명  타쿠르
국적  인도
활동분야  문학, 철학, 음악
출생지  인도 캘커타
주요수상  노벨문학상(1913)
주요저서  《기탄잘리》(1909)

콜카타에서 태어났다. 벵골어로는 타쿠르( hākur)라 한다. 벵골 명문의 대성(大聖)이라 불리는 아버지 데벤드라나트의 15명의 아들 중 열넷째 아들로, 형들도 문학적 천분이 있었고, 타고르가(家)는 벵골 문예부흥의 중심이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11세경부터 시를 썼고, 16세 때 처녀시집 《들꽃》을 내어 벵골의 P.B.셸리라 불렸다. 인도 고유의 종교와 문학적 교양을 닦고, 1877년 영국에 유학하여 법률을 공부하며 유럽 사상과 친숙하게 되었다. 귀국 후 벵골어로 작품을 발표하는 동시에 스스로 작품의 대부분을 영역하였고, 산문·희곡·평론 등에도 문재를 발휘하여 인도의 각성을 촉구하였다.

초기 작품은 유미적(唯美的)이었으나, 1891년 아버지의 명령으로 농촌의 소유지를 관리하면서 가난한 농민생활과 접촉하게 되어 농촌개혁에 뜻을 둠과 동시에, 작풍에 현실미를 더하게 되었다. 아내와 딸의 죽음을 겪고 종교적으로 되었으며, 1909년에 출판한 시집 《기탄잘리 Gī tāñ jalī》로 1913년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아 세계에 알려졌다. 그뒤 세계 각국을 순방하면서 동서문화의 융합에 힘썼고, 캘커타 근교에 샨티니케탄(평화학당)을 창설하여 교육에 헌신하였으며 벵골분할 반대투쟁 때에는 벵골 스와라지 운동의 이념적 지도자가 되는 등 독립운동에도 힘을 쏟았다. 그가 세운 학당은 1921년에 국제적인 비스바바라티대학으로 발전하였고, 오늘날에는 국립대학이 되었다.

시집에 《신월(新月) The Crecent Moon》 《원정(園丁) The Gardener》(1913) 등, 희곡에 《우체국 The Post Office》(1914) 《암실의 왕 The King of the Dark Chamber》(1914), 소설에 《고라 Gorā 》1910) 《카블에서 온 과실장수》, 평론에 《인간의 종교》 《내셔널리즘 Nationalism》(1917) 등이 있다. 벵골 지방의 옛 민요를 바탕으로 많은 곡을 만들었는데, 그가 작시·작곡한 《자나 가나 마나 Jana Gana Mana》는 인도의 국가가 되었다. 오늘날에도 M.K.간디와 함께 국부(國父)로 존경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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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르 생애와 문학

 

타고르(Rabindranath Tagore) :

1861. 5. 7 캘커타~1941. 8. 7 캘커타. 인도의 시인·사상가·교육자.

1913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며, 인도 문학의 정수를 서양에 소개하고 서양 문학의 정수를 인도에 소개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는 위대한 성자 데벤드라나트 타고르의 아들로서 일찍이 시를 짓기 시작했다.

1880년대에 몇 권의 시집을 낸 뒤 시가집 〈아침의 노래〉(1883)로 그의 예술의 기초를 확립했다. 1890년에는 그의 성숙된 천재성을 보여주는 〈 마나시 Mnas〉라는 시모음집을 펴냈는데 〈마나시〉에는 형식에 있어서 오드를 비롯해서 벵골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시형을 지닌 시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그의 대표적인 시들도 상당수 실려 있다. 이 시집에는 또한 그가 지은 최초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시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1891년 실라이다와 사이야드푸르에 있는 아버지 소유의 부동산을 관리하게 되었다. 그는 거기서 마을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냈고, 그들의 빈곤과 후진성에 대한 깊은 동정심은 나중에 그의 많은 저작들의 핵심적인 주제가 되었다. 1912년에 출간된 〈한 다발의 이야기들 Galpaguccha〉에는 그들의 '비참한 삶과 자그마한 불행들'에 대한 이야기가 모아졌다. 그는 정치적·사회적 문제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었으나, 결코 인도의 독립을 지상의 목적으로 간주하지는 않았다. 그는 실라이다에서 벵골의 전원을 사랑하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갠지스 강을 사랑하여 그의 문학의 중심 이미지로 삼게 되었다. 이곳에 머무는 여러 해 동안 그는 〈황금 조각배 Sonr Tari〉(1893)·〈경이 Citr〉(1896)·〈늦은 추수 Caitli〉(1896)·〈꿈 Kalpan〉(1900)·〈찰나 Kak〉(1900)·〈희생 Naibedya〉(1901) 등의 작품집과 함께 〈Chitrgad〉(1892), 〈Chitra〉라는 제목으로 1913년에 재출간)와 〈정원사의 아내 Mlin〉(1895)라는 서정적 희곡을 출간했다. 1902~07년 사이에 처자식과 사별한 그는 울적한 심경을 훌륭한 시로 형상화했다.

그는 1913년 널리 알려진 작품집 〈기탄잘리 Gtnjali〉('찬송을 헌정함'이라는 뜻, 1910)의 영역본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그는 1915년 영국으로부터 기사작위를 수여받았으나, 1919년 암리차르에서의 대학살에 대한 항거의 표시로 그 작위를 반납했다.

타고르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도 수많은 작품을 썼다. 그는 생애의 후기 25년 동안 21권의 저작을 펴냈다. 그는 이 기간의 대부분을 유럽, 아메리카, 중국, 일본, 말레이 반도, 인도네시아 등지를 여행하며 강연하는 일로 보냈다. 그의 작품들 상당수가 그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 의하여 영역되었지만, 영역본들은 벵골어 원작에 비해 문학적 가치가 상당히 떨어진다. 그는 시와 단편소설 외에 주목할 만한 소설도 여러 편 썼는데, 〈 고라 Gor〉(1907~10, 영역 1924)는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다. 타고르는 1901년 볼푸르 근처 산티니케탄에 학교를 세우고 인도와 서양의 각 전통에서 최상의 것들을 선별해 조화시켜 가르치고자 했다. 그는 1921년 그곳에서 비스바바라티대학교를 세웠다. 한편 1920년 〈동아일보〉창간에 즈음하여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를 기고하여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한국민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타고르가 태어난 시대에는 세 가지 운동이 일어났다. 하나는 형식적이고 물질적인 교의로 막힌 정신적 의의의 길을 여는 개혁 운동인데, 이것은 일종의 종교적인 것으로서 새로운 사상에 의심을 품는 정통파 사람들에게는 정면의 도전이었다.

둘째는 벵갈 문학의 개혁 운동이었는데, 이는 문학 표현의 자유를 찾자는 취지로 일어났다.

셋째는 국민운동으로서, 이는 정치적인 것이었다. 즉, 영국의 굴욕적인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광범한 민족 운동이다. 특히, 인도 청년 중에 과거의 유산으로 내려오는 자기 문화 관습을 조소하는 풍조가 유행하였다. 국민이 스스로를 모욕하고 무시하는 민족성을 구하고자 타고르 가족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타고르 문학의 가치는 문명의 선진으로도 과학의 우세로도 감히 무시 못할 깊이에까지 도달한 인간 공감의 극치에 있다고 하겠다. 그의 문학은 언어 장벽까지도 초월할 수 있는 인간 정서의 최고봉이다. 그의 시는 근대 시인에게서는 보기 드문 조화와 성숙에 이른 것으로, 그의 말 하나, 움직임 하나가 모두 시요, 미요, 또 지혜다. 말하자면 동양과 서양을 묘하게 조화시킨 아름다운 꽃이라 하겠다. 이처럼 최대의 자유와 무한한 개성과 또 온 세계와도 대결하는 불굴의 반항 정신이 그의 시 세계인 까닭에, 시에 뛰어난 철학이 담겨 있다. 현대의 어느 시인보다도 소박한 표현 속에서 가장 깊은 사유의 세계에 접할 수 있게 하는 시인이다.

타고르의 '임'에 대하여

'우파니샤드'에 의하면 본질에 있어 만유의 빛이요, 생명이요, 또 세계 의식인 존재가 브라만이다. 이 브라만이 타고르의 '임', 곧 절대자[=신(神)]이다. 신은 지극히 나약한 존재인 인간을 무한의 경지에까지 이끌어 준다. 그것이 또한 신의 기쁨이 된다. 그러나 고마운 신은 창조로써 존재에 이바지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생명으로 그 존재의 부족을 채워 준다. 타고르의 '임'은 이처럼 존재인 동시에 생성(生成)인 것이다. 브라만은 완전하여 분석하거나 해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브라만은 오직 사랑과 기쁨에 의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브라만에 도달하기 위한 기쁨과 사랑의 노래로 타고르의 시를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임'의 실체는 만해 한용운의 시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타고르가 우리 문학에 미친 영향

타고르는 우리 나라에 "패자의 노래", "동방의 등불"이라는 두 편의 시를 보내기도 했다. 그의 시는 <청춘>, <창조> 등에 소개되었고, 김억에 의해 시집 <기탄잘리>, <신월(新月)>, <원정(園丁)> 등이 번역되었다. 이렇게 번역된 타고르의 시는 임을 노래한 연시(戀詩), 산문시의 가락 등에서 만해 한용운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되고 있다.

타고르의 시와 범아일여

범아일여(梵我一如)는 인도의 우파니샤드에 나오는 사상으로서, 이 사상은 고대 인도의 바라문 계급을 중심으로 발달한 종교인 바라문교의 철학 사상인 고대 인도의 철학사상이다. 이는 우주의 근본 원리인 범(梵)과 개인의 중심인 아(我)가 일치한다는 점이다. 타고르는 이를 시의 바탕에 깔고 있다.

타고르의 시에 대하여

타고르의 시의 경향을 대강 분류해 보면 우선 종교 및 철학적인 시가 있다. 애인을 그리워하는 소녀의 순정으로 신을 사모하는 감동적인 종교시가 있다. <중략>다음 영국의 식민지 정책 압제하에 신음하는 조국 인도의 비참한 상황과 형극의 길을 걸어가면서도 줄기차게 앞날의 영광을 노래하는 민족적 또는 사회적 저항시가 있다. 갖은 압박과 고난과 실의 속에서 뚜렷이 조국의 앞날을 예언하면서 동포에게 용기와 의식을 높이고 세계 열강의 횡포에 단호한 심판의 예언과 경고를 보낸다. 이에 겸하여 사회에 대한 저항 의식을 형상화하고 또 인류의 정의감을 호소하는 절규가 시사되어 있다. 이러한 민족 사회시라고 일컬을 만한 것으로서는 '시들' , '꽃다발 ' , '백조는 날고' 등을 꼽을 수 있다.

셋째는, 서정적인 사랑의 시다. 인도 고유의 풍속과 향토미에서 우러나는 애정을 편력하면서 인간의 영혼에 깃들어 있는 가장 아름다운 정서를 발굴한다. 그리고 이를 근대화의 과정에 있는 시대 조명에 비추어 감각적이요 또 순수한 표현으로 극적이고도 서정적인 맛을 보태고 심오한 정신적 깊이까지 더하도록 한다. 이런 경향의 작품들로서는 '정원사' , '애인의 선물' . '샤말리에서' , '망명자 및 기타' 등이 있다.

넷째는, 어린이 시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인류 중에서 가장 순수하고 속세와 현실에 오염되지 않은 인간 원형 시대의 어린이 세계를 어른의 입장에서 혹은 어린이 자신의 입장에서 노래한 것이다. 참으로 독자로 하여금 천사의 세계에 놀게 하고 저 플라톤의 이데아의 세계로 사람을 다시 돌아가게 하는 법열(法悅)이 경지를 방불케 하는 예술의 세계다. 여기에 또 룻소의 자유와 자연의 사상이 은연중에 스며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인류의 씨로서 또 그 핵으로서 또 미래의 인류의 주인으로서의 어린이 세계를 참으로 고귀하고 또 아리땁게 그린 것을 볼 수 있다. 이 경향에는 '저녁 노래' , '어린이' , '초승달' 등을 들을 들 수 있다

(출처 : 류영, <타고르의 문학> (연세대학교 출판부, 1983)

 

 

 

타고르와 동방의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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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등불 [東方-燈-]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마음엔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스럽고
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는 곳
진실의 깊은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
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을 벌리는 곳
지성의 맑은 흐림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벌판에 길 잃지 않는 곳
무한히 펴져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

그러한 자유의 천국으로
내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1929년 4월 2일자 《동아일보》에 발표된 자유시이다. 당시 주요한(朱耀翰)의 번역으로 실린 이 시는 《동방의 등촉(燈燭)》 또는 《동방의 불꽃》으로도 번역되었다. 1929년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드 타고르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동아일보》 기자로부터 한국 방문을 요청받았으나 응하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대신하여 《동아일보》에 기고한 작품이다. 이 시는 타고르가 한국을 소재로 쓴 두 편의 작품 중 하나로, 일제 식민치하에 있던 한국인들이 희망을 잃지 말고 꿋꿋하게 싸워 독립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보낸 격려의 송시(頌詩)이다.

이 시는 한국 민족문화의 우수성과 강인하고도 유연한 민족성을 '동방의 등불'로 표현하여 당시 식민치하에 있던 한국 민족에게 큰 격려와 위안을 주었으며, 특히 한국의 독립쟁취에 대한 시인의 강렬한 기원을 진취적이고 희망적 어조로 노래하여 3·1운동 이후 실의에 빠져 있던 한국 민족에게 큰 감동과 자긍심을 일깨워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동 방 의 등 불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될지니.

The Lamp of the East

In the golden age of Asia
Korea was one of its lamp - bearers
And that lamp is waiting to be lighted once again
For the illumination in the East.”

그런데 이 시가 짧게 끝나 아쉬웠던지, 언제부터인가 이 뒤에 『기딴자리(Gitanjali)』의 제 35번째 시가 덧붙여져서 유포되었습니다. 이 시는 타고르가 영국에 항거하는 인도 사람들을 위하여 쓴 시인데, 아마 우리의 처지도 그와 비슷하여 자연스럽게 끌어들여진 것 같습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마음에 두려움 없이
머리를 높이 치켜들 수 있는 곳
지식이 자유로울 수 있는 곳
작은 칸으로 세계가 나누어지지 않은 곳
말씀이 진리의 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곳
피곤을 모르는 노력이 완성을 향하여 팔 뻗는 곳
이상의 맑은 흐름이
무의미한 관습의 메마른 사막에 꺼져들지 않는 곳
님의 인도로 마음과 생각과 행위가 더욱 발전하는 곳
그런 자유의 천국으로
나의 조국이 눈뜨게 하소서, 나의 님이시어.

Gitanjali 35

Where the mind is without fear and the head is held high ;
Where knowledge is free ;
Where the world has not been broken up into fragments by narrow domestic walls ;
Where words come out from the depth of truth ;
Where tireless striving stretches its arms towards perfection ;
Where the clear stream of reason has not lost its way into the dreary
desert sand of dead habit ;
Where the mind is led forward by thee into ever-widening thought and action
Into that heaven of freedom, my Father, let my country awake.

 

 

패자(敗者)의 노래

퇴각의 길목을 지키면서 패자의 노래를 부르라고
선생은 나에게 요구하나니
패자란 남 몰래 선생이 사랑하는 약혼녀이기 때문이어라.
어두운 빛 너울을 그녀가 쓰고서 사람에게 얼굴을 가리우나
가슴 안에는 어두운 빛에 빛나는 보석을 간직하였도다.
그녀는 밝은 빛에 버림당했거니와 밤에는 반짝이는 눈물을 흘리며
이슬에 젖은 꽃 손에 들고 바라고 있네.
신에게 광명을 가져다 주기를 말없이 눈을 내리감은 채로
바람과 함께 불평의 소리 나도는 그의 집을 그녀는 뒤로 하였네.
그러나,별들은 고욕을 나타내는 사랑스런 얼굴을 지닌
그녀의 영원한 사랑의 노래에 억양을 준다.
고독의 방문이 열렸구나,부름이 왔네,
그래서 가슴을 두근거리네,어두운 가운데서,뜻 있는 시각의 불안 가운데서.

 

* 최남선이 타고르에게 요청해서 지은 시라고 합니다

 

<출처: 타고르의 문학>

 

 

 

 

타고르 명언 모음

  • 교사(敎師)의 중요한 사명은 모든 의미를 밝혀 주는데 있는 것이 아니고 정신의 문을 두드려 주는 것이다. -타고르

  • 권력이 세상을 향해 말했다. "너는 내 것이다." 세상은 권력을 왕좌에 앉은 죄인으로 만들었다. 사랑이 세상을 향해 말했다. "나는 그대의 것이다." 세상은 사랑에게 머물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라빈드라나스 타고르

  • 나는 최선을 고를 수가 없다. 최선이 나를 고른다. - R. 타고르

  • 나로 하여금 위험을 벗어나 피하고자 축원을 올리게 마옵시고, 위험을 당하여도 두려움없기를 축원케 하옵소서. 나로 하여금 고통을 억제하기를 비는 것이 아니라 용기로써 고통을 이기도록 하옵소서. 인생의 싸움터에서 동지들을 찾을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힘을 찾도록 하여 주소서. 고생스런 두려움 속에서 구원을 받고자 허덕이는 것이 아니라 끈기로써 내 자유를 이겨 찾도록 희망하게 하여 주소서. 나로 하여금 겁쟁이가 되어 내 성공에만 당신의 자비를 느끼는 일이 없게 하여 주시고, 내가 실패를 당할 때 당신의 손이 나를 잡는 것을 발견하게 하여 주소서. - R. 타고르

  • 나무는 대지의 갈망을 상징하는 듯이 발돋움하고 서서 하늘을 본다. - R. 타고르

  •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야말로 확실하고 영원한 생명의 경탄이다. - R. 타고르

  • 내 마지막 인사는 내 불완전함을 알고도 나를 사랑해준 이들에게 한다. - R. 타고르

  • 내 사랑으로 하여금 햇빛처럼 그대를 둘러싸되, 아직도 그대에게 밝은 자유를 주게 하소서. - R. 타고르

  • 당신의 사랑을 믿사옵니다. 이를 나의 마지막 말이 되게 하옵소서. - R. 타고르

  • 대지의 미소를 꽃피게 하는 것은 대지의 눈물이로다. - R. 타고르

  • 만일 그대가 모든 과오에 대하여 문을 닫는다면 진실이 쫓겨나고 말리라. - R. 타고르

  • 사람에겐 사람이 필요하다. -타고르

  • 사랑은 고백한다 하여도 역시 비밀로 남는다. 왜냐하면, 오직 애인만이 자기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진실로 알기 때문이다. - R. 타고르

  • 사랑은 끝없는 신비, 왜냐하면 그것은 달리 무엇이라고 설명할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 - R. 타고르

  • 사람의 목적은 소득이 아니라 환경과 더불어 성장하고, 또 환경과 결합됨으로써 자기의 의식을 실현하고 또 확대해 가는 데 있다. - R. 타고르

  • 사랑이란 영혼의 궁극적인 진리입니다. - R. 타고르

  • 서양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기를 자연은 오로지 무생물과 짐승에게만 속해 있고, 인간성이 시작하는 곳에는 갑자기 까닭 모를 불의의 파괴가 있다고 한다. 이 의견에 따를 것 같으면 존재의 규모에 있어 낮은 것은 오직 자연뿐이요, 따라서 지적(知的)이든 도덕적이든 간에 이에 완전한 표적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이든 인간성이다. - R. 타고르

  • 선(善)은 문을 두드리나 사랑은 문이 열려 있음을 본다. - R. 타고르

  • 신은, 인간이 지혜 속에서 그의 어린 시절을 되찾기를 기다린다. - R. 타고르

  • '아침이다'라고 말하지 말고 그것을 어제라는 이름으로 떠나 보내라. 그리고 그것을 아직 이름도 부여받지 못한 신생아를 처음 볼 때처럼 바라보라. -타고르 [길 잃은 새들]

  • 어린이들은 신이 아직도 사람에게 절망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가지고 태어난다. - R. 타고르

  • 예술가는 대자연의 연인이다. 따라서 그는 자연의 하인이면서 주인이기도 하다. - R. 타고르 [길 잃은 새]

  • 오로지 이론적인 마음은 오로지 날만 있는 칼과 같다. 그것을 쓰다가는 손에 피가 흐르게 된다. - R. 타고르

  • 우리들 자신의 노력과 사랑으로 세우지 않는 나라는 우리의 것이 될 수 없다. -타고르

  •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대자연은 생명의 샘이다. - R. 타고르

  • 우리의 영혼이 얻은 것은 죽음도 빼앗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영혼이 얻은 건 영혼과 더불어 영원토록 하나이기 때문이다. - R. 타고르

  • 인간의 역사는 모욕받는 사람의 승리를 위하여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 R. 타고르

  •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는 등불의 하나였던 한국, 그 등불이 다시 켜지는 날, 너는 동방(東方)의 빛이 되리라. -타고르

  • 자기의 명성이 자기의 진실보다 더 빛나지 않는 사람은 복이 있다. -타고르

  • 자기의 존재에 대하여 끊임없이 놀라는 것이 인생이다. - R. 타고르

  • 자연은 자기 애인에게는 그 광막한 비밀을 밝힌다. - R. 타고르

  • 주여, 이것이 당신에게 드리는 나의 기도입니다. 이 가슴속 넘쳐나는 오만과 편견의 뿌리를 잘라 아예 싹트지 못하게 하십시오. 내 기쁨과 슬픔을 조용히 참고 견딜 힘을 주십시오. 내 사랑이 당신을 섬김에 풍성하게 열매 맺도록 힘을 주십시오. 가난한 사람을 어여삐 여기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거짓된 사람 앞에 무릎을 끓는 일은 없도록 힘을 주십시오, 이 마음이 나날의 하찮은 일들 위에 높이 초연할 힘을 주십시오. 그리고 내 생각이 애정을 지니고 당신의 뜻에 순종하도록 힘을 주십시오. -타고르 [기탄 잘리]

  • 죽음의 신령은 하나지만 삶의 신령은 여럿이다. 신이 죽으면 종교는 하나가 된다. -타고르 [개똥벌레]

  • 죽음이 당신의 문을 두드릴 때, 당신은 무엇을 그에게 바칠 것인가. 나는 나의 생명을 가득 채웠던 그릇을 그 손님 앞에 내놓으련다. 나는 결코 그를 빈손으로 돌려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 R. 타고르

  • 진리는 램프와 같은 것이다. 진리는 그것이 아무리 작더라도 커다란 공포에서 우리를 건져낼 수 있다. 그것은 부정의 측면으로는 극복될 수 없다. 진리는 적극적이다. 그것은 영혼의 증언이다. 만일 진리가 조금이라도 일어나기만 하면 그것은 부정의 핵심을 공격하면서 이를 완전히 압도해 버린다. - R. 타고르

  • 칭찬은 나를 부끄럽게 한다. 그것은 내 마음 한구석에서 그것을 은근히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래빈드래나스 타고르

  • 표면만의 자유의 이름에 의해서 자유를 분쇄하는 것은 아주 쉽다. -타고르

  • 해머로 자물쇠는 열리지 않는다. 자물쇠에 맞는 열쇠라면 열린다. -타고르

 

   

 타고르의 그림과 시

   

Winged-Tagore.jpg 

          Winged Old Man with a Long White Beard - Odilon Redon

 

 

기탄잘리 1

 

당신은 나를 무한케 하셨으니 그것은 당신의 기쁨입니다.
이 연약한 그릇을 당신은 비우고 또 비우시고 끊임없이 이 그릇을 싱싱한 생명으로

채우십니다. 이 가냘픈 갈대 피리를 당신은 언덕과 골짜기 넘어 지니고
다니셨고 이 피리로 영원히 새로운 노래를 부르십니다.
당신 손길의 끝없는 토닥거림에 내 가냘픈 가슴은 한없는 즐거움에 젖고 형언할 수 없는 소리를 발합니다. 

당신의 무궁한 선물은 이처럼 작은 내 손으로만 옵니다.
세월은 흐르고 당신은 여전히 채우시고 그러나 여전히 채울 자리는 남아 있습니다.

 

GITANJALI 1

 

Thou hast made me endless, such is thy pleasure. This frail
vessel thou emptiest again and again, and fillest it ever with fresh life.
This little flute of a reed thou hast carried over hills and dales, and
hast breathed through it melodies eternally new.
At the immortal touch of thy hands my little heart loses its limits
in joy and gives birth to utterance ineffable.
Thy infinite gifts come to me only on these very small hands of mine.
Ages pass, and still thou pourest, and still there is room to fill.

 

 

Oriental-Tagore.jpg 

               Oriental Woman (Woman in Red) - Odilon Redon


기탄잘리 12

 

내 여행 시간은 길고 그 길은 멉니다.
나는 태양의 첫 햇살을 수레를 타고 출발하여

숱한 항성과 유성에 내 자취를 남기며 광막한 우주로 항해를 계속했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가까이 가는 것이 가장 먼 길이며

그 시련은 가장 단순한 가락을 따라가는 가장 복잡한 것입니다.
여행자는 자기 문에 이르기 위해 낯선 문마다 두드려야 하고 마지막 가장 깊은 성소에 다다르기 위해

온갖 바깥 세계를 방황해야 합니다.
눈을 감고 “여기 당신이 계십니다!”고 말하기까지 내 눈은 멀리 멀리 헤매었습니다. 

물음과 외침, “오, 어디입니까!”는 천 갈래 눈물의 시내로 녹아내리고

“나 여기 있도다”란 확언이 홍수로 세계를 범람합니다.

 

GITANJALI 12

 

The time that my journey takes is long and the way of it long.
I came out on the chariot of the first gleam of light, and pursued my
voyage through the wildernesses of worlds leaving my track on many a star and planet.
It is the most distant course that comes nearest to thyself, and that
training is the most intricate which leads to the utter simplicity of a tune.
The traveler has to knock at every alien door to come to his own, and
one has to wander through all the outer worlds to reach the innermost
shrine at the end.  My eyes strayed far and wide before I shut them and said, “Here art
thou!” The question and the cry, “Oh, where?” melt tears of a thousand
streams and deluge the world with the flood of the assurance, “I am!”

 

 

  mystery-Tagore.jpg 

                                             mystery  - Odilon Redon


종이배

 

매일 매일 나는 종이배를 하나씩 흐르는 물살에 띄워보냅니다.
크고 검은 글씨로 나는 그 배에 내 이름과 내가 사는 마을 이름을적어놓습니다. 

낯선 나라 누군가가 내 배를 발견하고 내가 누구인지 알아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집 정원에서 따온 슐리꽃을 내 작은 배에 싣고

이 새벽의 꽃들이 밤의 나라로 무사히 실려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나는 종이배를 띄우고 하늘을 보고 바람 안은 흰 돛 형상의  조각구름을 바라봅니다.
하늘의 내 또래 장난꾼이 내 배와 경주하려 바람을 구름에 날리는지 알 수 없어요!
밤이 오면 나는 얼굴을 팔 안에 묻고 한밤의 별 아래 내 종이배가 흘러 흘러가는 꿈을 꿉니다.

잠의 요정들이 그 배에 노를 젖고 뱃짐은 꿈으로 가득 찬  광주리입니다.

 

PAPER BOATS

 

Day by day I float my paper boats one by one down the running stream.
In big black letters I write my name on them and the name of the village
where I live. I hope that someone in some strange land will find them and know who
I am. I load my little boats with shiuli flowers from our garden, and hope that
these blooms of the dawn will be carried safely to land in the night.
I launch my paper boats and look up into the sky and see the little clouds
setting their white bulging sails.

I know not what playmate of mine in the sky sends them down the air to race with my boats!

When night comes I bury my face in my arms

and dream that my paper Boats float on and on under the midnight stars.
The fairies of sleep are sailing in them, and the lading is their baskets  full of dreams.

 

 

 

flowers_-_Tagore.jpg 

                                            flowers - Odilon Redon


정원사 85


백 년 뒤에 나의 시를 읽고 있는 독자여,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이 풍성한 봄날에 피는 꽃을 한 송이도 당신에게 보내드릴 수 없고 
저 하늘 구름밭 새의  한 줄기 금빛 햇살도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당신의 문들을 열고 밖을 내다보십시오. 

당신의 꽃피는 정원에서 사라진  백 년 전의 꽃들의 향기로운 추억들을 모아보십시오. 

기쁜 마음으로 당신은 백 년 세월 저 너머로  즐거운 목소리를 보내며

어느 봄날 아침을 노래했던 그 생생한 기쁨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The Gardener (85)

          
Who are you, reader,  reading my poems an hundred years hence?
I cannot send you one single flower  from this wealth of the spring, 
one single streak of gold from yonder clouds.  Open your doors and look abroad.
From your blossoming garden gather fragrant memories of  the vanished  flowers of an hundred years before. 

In the joy of your heart may you feel the living joy
that sang one   spring morning, sending its glad voice  across an hundred years.

 

 

 인도 음악.......  Track 8】 VAISHNAVA VIJNAPTI (9:16)

『Prayer To The Vaisnava』 by Narottama Das Thakur
(16th century, Bengali)

 

<출처: 박사플래닛 / sunshine> 

 

 

 

TAGORE,RABINDRANATH_Head_of_a_Woman,1931[2].jpg

     라빈드라니드 타고르의 그림. 여인(女人의 頭部)제작년도 1931년

 

 

타고르 詩모음

 

 

기도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 말게 하시고
위험에 처하여서도 겁을 내지 말게 해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고통을 멎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 말게 하시고
고통을 극복할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인생의 싸움터에서 동조자를 찾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 말게 하시고
인생과 싸워 이길 스스로의 힘을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근심스런 공포에서 구원해 달라고
기도하지 말게 하시고
자유를 싸워 얻을 인내를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겁장이가 되고 싶지 않나이다.
도와 주소서
일취월장하는 성공 속에서만 하느님이
자비하시다고 생각지 말게 하시고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도
하느님이 내 손을 힘껏 쥐고 계시다고
감사하게 하소서

 

 

 

당신의 말씀은

 

당신의 말씀은 단순합니다
오 주여
그러나 당신의 이름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말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저는 알 만합니다
당신의 별들의 소리를
그리고 당신의 수목들의 그 침묵을


저는 느낍니다
제 마음이 꽃같이 피어나려 함을
그리고 저의 삶이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의 샘물을 마시고 충만해 있음을


당신의 노래는
눈에 싸여 적막한 나라로부터 날아온 새처럼
저의 마음에 둥지를 틀고
그 속에서
제 마음의 '4월'의 따스한 보살핌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은 흡족하여
복된 계절을 기다리게 됩니다

 

 

 

영혼의 목소리

님께서 이 몸을 영원케 하셨으니
이것이 곧 님의 기쁨입니다.
연약한 이 그릇을 몇 번이고 비우시고
늘 새로운 생명으로 채우셨나이다.

님은 이 가냘픈 갈대피리를
산과 골짜기 너머로 나르시고
영원한 새로운 멜로디를 불어넣으셨나이다.

님의 불멸의 손길이 닿자
나의 어린 가슴은 기쁨에 겨워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말을 외칩니다.

님의 무한한 선물은
아주 작은 이 손을 타고 와서
세월이 흘러가도 영원히 부으시니
그래도 채울 자리 여전히 남았습니다.

이 예쁜 꽃을 꺾어 가십시오
조금도 지체하지 마시고
꽃이 시들어 땅에 떨어질까 걱정이니
이 꽃이 님의 화관에
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지언정
님의 손길로 꺾는 은총을 베풀어 주십시오.

어느새 해 저물어
님에게 바칠 시간도 없이
때가 지나버릴까 두렵습니다.
빛은 밝지 않고
향기 또한 희미하지만
이꽃을 님을 섬기는 데 쓰고자 하오니
때가 가기 전에 꺾어 주십시오.

 

 

 

기탄잘리(Gitanjali / 신께 바치는 송가)

71~90

 

71
나는 소중하게 간직하던 자신을,
사방으로 향하게 하여
당신의 아름다운 빛에 그림자를 던져야 합니다 
- 이것은 당신의 '마야'입니다.


당신은 스스로의 존재에 울타리를 치고, 
수한 곡조로 당신의 분신을 부릅니다.
당신의 분신은 나의 내부에도 깃들여 있습니다.


절실한 노래는
온 하늘을 통하여
여러 빛깔의 눈물, 미소, 공포, 희망이 됩니다.
물결이  밀려와서는 다시 부서지고,
꿈이 깨어졌다가 다시 이루어집니다.
나의 내부에서 당신은
스스로 이기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세운 막에는
낮과 밤의 붓으로
수많은 형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뒤에 마련되어 있던 당신의 자리는
놀라운 신비의 곡선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불모의 직선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당신과 나의 놀라운 장관이 하늘 가득히 펼쳐지고 있습니다.
당신과 나의 곡조로 대기가  온통 진동을 합니다.
그리고 모든 세대를 거치면서 당신과 나는 숨바꼭질을 합니다.

 

 

72
가장 깊은 곳에서 머무르고 있는 당신은
신비스러운 손길로 나의 존재를 일깨우고 있습니다.
당신은 마법의 주문으로 나의 두 눈에 신비로운 힘을 주고,
기쁨과 고뇌의 선율로 연주하면서 나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금빛과 은빛,
파랑 색과 초록색의 미묘한 빛깔로
환상의 직물을 직조하고
'마야'의 비단을 짜서
그 주름 사이로  발끝을 보여줍니다.


당신의 발에 나의 손이 닿을 때마다,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립니다.


많은 날이 흘러가고, 세월은 지나갑니다.
당신은  언제나 변함없이
여러 가지의 이름으로,
여러 가지의 모습으로,
기쁨과 슬픔의 많은 법열 속에서
나의 마음을 감동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73
나에게 있어 해탈이라는 것은
체념 속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수많은 환희의 속박 가운데
자유로움의 포옹을 느끼고 있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나를 위하여
여러 종류의 빛깔과 향기가 감도는
신선한 술을 부어주고 있습니다.


이 잔에 가득히 채워주고 있는 것입니다.
나의 세계는 당신의 불길로 인하여
수많은 등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당신 사원의 제단 위에 바칩니다.


나는 감각의 문을 닫지 않을 것입니다.
보고 듣고 손길이 닿는 기쁨은,
당신의 환희를 전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나의 모든 환상은 기쁨의 불꽃으로 타오를 것이며,
나의 모든 욕망은 사랑의 열매가 될 것입니다.

 

 

74
날은 저물고 땅거미가 대지를 뒤덮습니다.
강가로 나가서 항아리에
물을 가득히 길어올 때가 되었습니다.
저녁 바람은 강물의 슬픈 음악소리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
저녁 바람과 물소리가
나를 황혼 속으로  불러내고 있습니다.


쓸쓸한 오솔길에는 인적이 모두 끊어졌습니다.
강물에는 잔물결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누군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창 가에 정박하고 있는 작은 배 위에서
낯선 사람이 현악기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75
당신의 선물은 우리의 모든 요구를 부족하지 않게 채워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서도 줄어드는 일이 없이,
당신에게로 되돌아 갑니다.


강물을 날마다 해야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벌판과 마을을 가로질러 달려갑니다.
하지만 강물의 끊임없는 흐름은
당신의 발을 씻어주기 위하여
다시 굽이쳐서 되돌아 갑니다.


꽃은 향기를 풍기면서 대지를 달콤하게 만들지만,
그 마지막 의무는 당신에게 몸을 바치는 것입니다.


당신에게 예배를 드리는 것은,
이  세상을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시인의 말을 들으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의미를 찾아내지만,
그 마지막 의미는 당신을 향하는 것입니다.

 

 

76
오,
내 생명의 신이여.
날마다 당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두 손을 모으고,
오, 이 세계의 신이여.
나는 당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고독과 침묵의 영역에 잠겨 있는 당신의 위대한 하늘 아래에서,
나는 겸손한 마음으로 당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고난과 투쟁으로 소란스러운 당신의 세계에서,
바쁜 사람들의 무리와 뒤섞이면서도
나는 당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나의 일이 이 세상에서 끝나게 될 때,
오, 왕 중의 왕이여.
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홀로 당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77
나는 당신을, 나의 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과 떨어진 곳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당신을 나의  것으로 여기지도 못하고
가까이 접근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나의 아버지라고 생각하면서
당신의 발 아래  머리를 숙입니다.


친구의  손을 잡는 것처럼
당신의 손을 잡지도 못합니다.


당신은 나에게 다가와서,
당신이 나의 것이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을 가슴에 껴안으면서도,
나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당신은 내 형제 중의 형제입니다.
그러나 나는 다른 형제들을 세심하게 보살피지 않습니다.


나의 소득을 형제들에게 나누어 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당신과 나누려고 할 따름입니다.


즐거운 시절이나 괴로운 시절에도
나는 다른 사람들 편에 서려고 하지 않고,
다만 당신의 곁에 서려고 합니다.

나는  내 생명을 버리는 것을 주저하기에,
위대한 생명의 바다에 감히 나의 몸을 던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78
만물이 창조되었습니다.
모든  별이 처음으로 빛나기  시작했을 때,
하늘에 모인 여러 신들은
이렇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오, 완성의 모습이여, 진정한 희열이여!"


그러나 어느 신이 이렇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딘가의 빛줄기가 끊어져서 별 하나를 잃어버렸습니다."
여러 신들이 연주하던 하아프의 황금 현이 끊어졌습니다.
그리고 노래도 멈추어지게 되었습니다.

신들은 몹시 당황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잃어버린 별은 가장 좋은 것이었습니다. 하늘의 영광
이었던 별입니다."


여러 신들은 그 별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 별이 없어졌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기쁨을 잃어버렸다는 외침이 퍼져
나갔습니다.고요한 밤이 되었을 때,
별들은 서로 웃음을 지으면서이야기를 합니다.

"그 별을 찾아다니는 것은 헛된  일입니다.
깨어지지 않는 완전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79
만약 내가 지금의 삶에서
당신을  만나지 못하는 운명이라면,


내가 당신을 만나지 못해서
언제나 아쉬움에 잠기도록 하십시오.


내가 당신을 잠시도 잊어버리지 않도록,
꿈을 꾸거나 잠에서 깨어나서도
당신을 만나지 못하는
슬픔의 고통을 느낄 수 있도록 하십시오.


내가 이 세상의 혼잡한  거리에서 살아가고,
나의  두 손에 커다란 이득이 담겨지게 되더라도,
내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을 언제나 느낄 수 있도록 하십시오.


삶에 지쳐버린 내가 길가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나
먼지 속에 서 자리를 펼치더라도,
아직 내가 걸어가야 하는 길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느낄 수 있도록 하십시오.


내가 잠시도 잊어버리지 않도록,
꿈을 꾸거나 잠에서 깨어나서도
슬픔의 고통을 느낄 수 있도록 하십시오.


나의 방들이 모두 화려하게 장식되고
피리 소리가 들리고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을 때,
내가 당신을 집으로 초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언제나 느낄 수 있도록 하십시오.


내가  잠시도 잊어버리지 않도록,
꿈을 꾸거나 잠에서 깨어나서도
슬픔의 고통을 느낄 수 있도록 하십시오.

 

 

80
나는 가을 하늘을 공허하게 떠도는 구름조각과 같습니다.


오, 영원히 빛나는 나의 태양이여.
당신의 손길은 아직도 나의 수증기를
완전히 녹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당신의 빛과 하나가 되지 못했습니다.


나는 지금도 당신과 분리된 세월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이것이 당신의 소원이고 장난이라면,
나의 허무한 마음을 잡아서 채색하고 도금을 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변덕스러운 바람에 나를 맡겨서
여러 가지의 기적으로 펼쳐지도록 하십시오.


밤이 되어서 당신이 장난을 멈추려고 할 때에는,
나는 녹아서 어둠 속으로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혹은 하얀 새벽의 미소 속으로
혹은 투명하고 순결한 차가움 속으로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81
헛되이 지나간 많은 날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잃어버린 시간에 대하여 몹시 슬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잃어버린 것이 아닙니다.


신이여,
내 삶의 모든 순간을 당신은  손으로 마주 잡아 주었습니다.


당신은 모든 존재의 내밀한 장소에 숨어서 씨앗을  길러 싹트게 하고,
봉오리는 꽃을 피우도록 하고,
꽃은  풍부한 열매를 수확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몹시 피곤하였던 나는,
잠자리에 들면서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나는 정원에 피어있는 꽃들이 기적으로 가득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82
신이여,
당신의 손 안에서 시간은 무한합니다.
당신의 시간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낮과 밤이 지나가고 세월이 꽃처럼 피었다가 사라집니다.


당신은 기다림의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몇백 년이라는 시간을 들여서
한 송이의 작은 들꽃이 피어나도록 합니다.


우리에게는 충분한 시간의 여유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소중한 기회를 놓쳐버리면 안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난하기 때문에 조금도 지체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내어주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그대로 흘러갑니다.
당신의 제단에는 제물이 놓이지 않습니다.
언제나 비어있는 것입니다.


해가 저무는 무렵에,
나는 당신의 문이 닫히는 것이 두려워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문 앞에 도착한 다음,
시간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83
어머니,
내 슬픔의 눈물로
당신의 목에 걸어드릴 수 있는 진주 목걸이를 엮겠습니다.


별들은 그 빛을 연결해서
당신의 발목에 매달 수 있는 장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만든 장식은 당신의 가슴에 드리워질 것입니다.


부귀와 명성은 당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그것을 베풀거나 베풀지 않는 것도
당신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슬픔은 모두 나의 것입니다.


내가 슬픔의 제물을 당신에게 바칠 때,
당신은 자비로 보답할 것입니다.

 

 

84
이 세상 널리 퍼지면서,
끝이 없는  하늘에 무수한 형상을 낳는 것은
고독의 슬픔입니다.


깊은 밤에 조용히 별을 지켜보다가,
비가 내리는 칠월의 어둠 속에서
나뭇잎이 떨어지는 서정의 소리를 듣는 것도 
고독의 슬픔인 것입니다.


우리의 가정에서 사랑과 욕망이 깊어지고,
괴로움과 기쁨이 깊어지는 것도 널리 퍼지는 슬픔인 것입니다.
시인이었던 나의 가슴 속에서
언제나 녹아 흐르고 있는 노래도 바로 슬픔입니다.

 

 

85
전사들이 주인의 집에서 처음으로 나왔을 때,
그들의 힘을 어느 장소에 감추어 두었을까요?
갑옷과 무기는 어느 장소에 있었을까요?


전사들은 초라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전사들이 주인의 집에서 나왔던 날,
그들 위에는 많은 화살이 쏟아졌습니다.
전사들이 다시 주인의 집으로 되돌아갔을 때,
그들은 어느 장소에 힘을 감추어 두었을까요?


전사들은 칼을 버리고 활과 화살도  모두 버렸습니다.
전사들의 얼굴에는 평화가 깃들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명의 열매가 풍성하게 열렸습니다.
전사들은 주인의 집으로 다시 되돌아갔던 것입니다.

 

 

86
당신의 하인이었던 죽음이
나의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죽음은 당신의 기별을 나에게 알리기 위하여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바다를 건너왔습니다.


밤은 어둡고, 나의 마음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등불을 들고 문을 열어서,
친절하게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나의 문 앞에 서 있는 죽음은,
당신의 사자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두 손을 모으고 눈물을 흘리면서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나는 죽음의 발 아래
내 마음의 보물을 모두 펼쳐 놓았습니다.


의무를 모두 수행한 죽음은,
아침에  어두운 그림자를 남기면서 돌아갑니다.

쓸쓸한 집에는 버림을 받은
나의 자아만이 외롭게 남아 있습니다.
나의 자아는 당신에게 바치는 마지막 예물입니다.

 

 

87
절망적인 희망을 품고
나는 그녀를 찾기 위하여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집은 작고 한 번 잃은 것은 다시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섭리는 무한합니다.
나의 신이여.
그녀를 찾는 도중에 나는 당신의 문 앞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나는 당신의 저녁 하늘이 드리우는 황금의 덮개 아래 서 있습니다.
그리고 눈을 들어 당신의 얼굴을 열심히 바라봅니다.


나는 영원의 가장자리에 이르렀습니다.
그곳에서는 아무것도 사라질 수 없습니다.


희망도 행복도 눈물 속에 바라본 얼굴의 환상도.
오! 나의 텅 빈 삶을 그 바다에 담그십시오.
가장 깊은 충만함 속에 던져 넣으십시오.
단 한 번만이라도 우주의 완전함 속의 사라진
달콤한 접촉을 느끼게 하여 주십시오.

 

 

88
황폐한 사원의 신이여!
비나의 끊어진 현은 더 이상 당신을 찬미하지 않습니다.
저녁의 종소리도 당신을 위한 경배의 시간을 알리지 않습니다.
당신을 둘러싼 대기는 적막하고 고요합니다.


당신의 쓸쓸한 거처로 떠돌아다니는 봄날의 미풍이 찾아옵니다.
봄바람은 꽃의 물결을 몰고 옵니다.
그러나 당신을 경배하는 꽃은 더 이상 바쳐지지 않습니다.


당신의 늙은 경배자는 여전히 거절당한 은혜를 갈망하며 떠돌고 있습니다.
땅거미가 지고, 불과 그림자가 어둠의  희미함 속에 뒤섞이는 시간에,
그는 마음에 굶주림을  간직하고 버려진 사원으로 되돌아옵니다.
많은 축제의 날들이 소리없이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황폐한 사원의 신이여!
많은 예배의 밤이 등불도 밝히지 못한 채 지나가 버립니다.
많은 새로운 우상들이 교묘한 기술의 대가들에 의해 세워졌다가 때가 되면
망각의 성스러운 흐름 속으로 흘러가 버립니다.


오직 황폐한 사원의 신만이 영원한 무관심 속에
경배하는 이도 없이 남아 있습니다.

 

 

89
더 이상 시끄럽고 요란스러운 말을 하지 말아라.
이것이 내 주의 뜻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속삭입니다.
나의  마음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말들은
노래의 가락 위에 실릴 것입니다.


사람들은 서둘러 왕의 시장으로 갑니다.
사고 파는 모든 사람들이 그곳에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일이 바쁜 한낮에 때 아닌 휴식을 가집니다.


그러므로 비록 그들의 때가 아닐지라도,
나의 정원에 꽃들이 피어나게 하십시오.
한낮의 벌들도 게으른 붕붕거림을 내게 하십시오.
너무나도 많은 시간을 나는 선과 악의 투쟁으로 보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텅 빈 날들의 유희가
나의 마음을 당신에게로 이끌어 갑니다.
그러나 이렇게 쓸데없는 엉뚱한 일들로
갑작스럽게 부르신 이유를 나는 알지 못합니다.

 

 

90
죽음이 당신의 문을  두드리는 날,
그대는 무엇을 내놓으시겠습니까?


오,
나는 나의 손님  앞에 삶으로 가득 찬 그릇을 차려놓겠습니다.
결코 빈 손으로 죽음을 떠나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내 생명의 마지막 시간에 죽음이 나의 문을 두드리는 날,
나는 모든 가을날과 여름날 밤의 향기로운 열매들을,
분주한 삶에서 얻은 모든 수고와 이삭을 죽음 앞에 바칠 것입니다.

 

 

 

내가 혼자

나 홀로 그대 만나러 약속한 곳으로 가는 밤은
새도 노래하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고
거리의 집들은 묵묵히 입 다물고 서 있습니다.
내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내 발바닥은 웁니다.
나는 부끄럽습니다.
나는 발코니에 앉아 그이의 발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나무 하나 까딱하지 않습니다.
물은 잠에 빠진 초병의 무릎 위 총검같이
여울 속에 고요히 잠들어 있습니다.
사납게 뛰는 것은 내 심장입니다 ―어떻게 하면 진정되겠습니까.

사랑하는 이가 오셔서 내 곁에 가만히 앉습니다.
내 몸이 가늘게 떨립니다.
그리곤 내 눈이 감깁니다.
밤은 점점 검어집니다.
바람이 촛불을 불어 끕니다.
그리곤 구름이 별을 가리며 면사面絲를 잡아당깁니다.
내 가슴 속 보석이
반짝이며 빛을 던집니다.
어떻게 그것을 감추겠습니까.



강우식 해설 /사랑의 신비와 황홀

이 시를 이해하려먼 먼저 인도의 밤의 질량이 피부에 스며들어야 한다. 한국의 가을 하늘이 푸르고 아름답듯이 인도의 여름밤 또한 매우 신비롭다. 어둠의 깊디깊은 질량도 그렇거니와 이름모를 나무들로 가득한 숲과, 숲 속에 흐르는 꽃향기와 하늘에 뜬 별들을 보고 있으면 어둠 속에 빠져서 영원히 헤어나지 못할 마약과 같은 황홀함을 체험하게 된다.
이런 신비롭고 아름다운 밤을 가진 인도 땅의 소년·소녀들은 밤을 통하여 그들의 가슴을 여는 사랑을 속삭인다. 하늘의 별처럼 눈동자를 빛내며 숲의 꽃향기 같은 서로의 입김을 내뿜으며 향유로 가득찬 항아리를 열듯이 가슴과 가슴으로 사랑을 나눈다.
아름다운 밤하늘을 바라보아서 인도 여인의 눈동자는 신비로운가 보다. 달콤한 밤의 질량과 밀착되어서 인도 여인의 피부는 밤의 색깔인가 보다.
그리고 사랑의 뜨거운 열기를 씻어주듯 내리는 한 줄기 소나기. 몸과 마음을 흠뻑 적셔주는 밤 소나기. 그 찬란한 빗줄기를 꿈꾸는 사람들은 인도식 사랑이 무엇인가를 어렴픗이 알리라.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아그라의 타지마할 궁. 타는 듯한 불볕 속에서 꿈꾸듯 서 있는 대리석의 이 거대한 궁은 샤 자한이 그의 왕비 마할을 위해 지은 궁전이다. 궁전의 숲에는 그들의 사랑의 금슬처럼 수많은 앵무새들이 살고 있는 것을 나는 연전에 보면서 인도인의 사랑, 이승에서의 그 다함 없는 사랑의 실체를 보는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인도는 너무나 뜨거운 나라이다. 그들이 맨발로 거니는 땅도 뜨겁고, 사랑도 뜨거운 원시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나라이다. 도마뱀이 방 안의 벽에 붙어 기어다니는 그런 원시의 품에서 그들은 원색적이고 순수한 사랑을 한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이 시를 접하면 훨씬 생생히 이해되리라고 생각한다.
이 시를 읊고 있으면 순수한 사랑의 물결이 가숨 속에 가득 차 오른다. 이 시 속의 사랑에는 사랑에 대한 맹세나 아픔, 아무것도 없다. 그저 사랑하는 만큼의 사랑이 있을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과정이 앞 연에 묘사되어 있다. 모든 것은 정적 속에 감싸여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자신의 발소리도 스스로가 들을 만큼 정적 속에 있다. 그리고 한 소녀는 약속 장소의 발코니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린다. 아, 그 신비한 고요 속에서 그 소녀는 깨닫는다. ‘사납게 뛰노는 것은 내 심장입니다 ―어떻게 하면 진정되겠습니까’
앞 연에 타고르가 묘사한 시 구절은 자연 속에 깊이 밀착되어 있는 사랑의 감정을 노래한 시이다. 사랑의 분위기를 자연의 묘사와 일치시킴으로써 시의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또 세상의 만물은 고요 속에 있는데 유달리 자기 심장만이 뛰는 것 같은 사랑의 크나큰 희열을 그려내고 있다.
둘째 연은 그런 가슴의 희열을 갖고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고 또 그의 품에 안기는 것을 그리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처음으로 안기는 감동의 세세한 것들이 그려져 있다.

내 몸이 가늘게 떨립니다
그리곤 내눈이 감깁니다 / 밤은 점점 검어집니다

이 구절은 첫 포옹의 환희를 나타낸 것이다. 특히 ‘밤은 점점 검어집니다’라는 구절에 이르면 정신까지도 그냥 아득해지고 마는 무아의 경지가 밤과 같은 상징성을 띠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타고르는 아시아권에서는 최초로 19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다. 그의 「키탄잘리」 등의 시편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읽히고 있으며, 특히 「님의 침묵」이라는 시로 유명한 한용운도 타고르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고르의 작품 가운데 한국을 소재로 한 시로는, 한국 찬양의 「아시아의 등불」과 3·1운동의 실패를 같이 아파해 준 「패자의 노래」 등이 있다.
‘영혼의 영원한 자유는 사랑 속에, 위대한 것은 작은 것 속에, 무한한 것은 형태의 구속에서 발견된다’라고 한 그의 말은 그의 시세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타고르는 인류의 영원한 자유는 사랑 속에 있음을 시로 나타내려고 한 시인이다. 그의 사랑은 결코 거창한 외침이 아니다. 첫사랑의 남녀가 처음으로 포옹하는 기쁨에 잠기듯이 그런 순수한 사랑이야말로 어떠한 물리적인 힘으로도 변질될 수 없는 사랑의 자연이요, 본질이며, 생명의 보석이다. 가슴 속에 간직된 빛나는 보석이 있다면 그것이야먈로 사랑이 아닌 다른 무엇이겠는가.
겨울이 온다. 눈이 내릴 것이다. 춥다고 어떻게 사랑을 감출 수 있으랴.

 

<문학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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