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Anton Pavolvich Chekhov)
(러시아어: Анто́н Па́влович Че́хов, 문화어: 안똔 체호브
러시아의 단편 소설가이자 극작가
생애
체호프는 1860년 흑해 위에 있는 아조프 해 연안의 항구 도시 타간록 (Taganrog)에서 식민지 수입 상품점을 하는 아버지 파벨 예고로비치 (Pavel Egorovič)와 어머니 예브게니야 야코브레브나 모로조바 (Evgenija Jakovlevna Morozova) 사이에서 셋째 아들로 태어난다. 1867년 고향에서 고대 그리스어를 가르치는 예비학교을 다닌 후, 1869년 고전 교육을 목표로 하는 타간록 인문학교에 입학한다. 1872년 성적 불량으로 3학년 과정을 반복하며, 3년 뒤 고대 그리스어 시험에 낙제하여 다시 5학년 과정을 반복한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체호프 가족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며, 15세의 체호프는 큰 형 알렉산드르와 함께 문학 창작에 열중한다. 두 형 알렉산드르와 니콜라이 그리고 동생 이반이 5년 과정으로 타간록 학교을 졸업한 반면, 체호프은 1879년 8년 과정으로 학교를 졸업하므로서 대학 진학 자격을 얻는다. 같은 해 타간록 모교로 부터 장학금을 받아 모스크바로 올라가 그 곳에 이미 자리를 잡은 부모 형제들과 재회하며, 같은해 10월 모스크바 대학의 의학과에 입학한다. 그러나 이 때부터 체호프은 타간록에서 받는 장학금과 잡지의 기고료로 부모와 세 동생의 뒷바라지를 한다.
1887년 연극 이바노프의 첫 상연이 있기까지 체호프은 문학잡지 《귀뚜라미(Strekoza)》, 《파편(Oskolski)》, 《자명종(Budilnik)》, 《페테르부르크 신문》 등에 100줄에서 150줄로 한정된 짧은 단편과 수필을 일주일이 멀다하고 기고한다. 특히 1883년에는 《Oskolski》에 매 이주일마다 모스크바의 일상을 스케치하는 컬럼을 맡는다. 이처럼 글을 써 돈벌이를 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1883년 10월부터 의학 졸업시험 준비에 열중하여 다음해 9월 졸업을 했으며, 11월에 처음 결핵 증세로 요양을 한다. 1884년에는 또한 첫 단편집 《멜포네네의 우화》가 출판된다.
전집
- Sočinenija (작품), 10권, 편집 A. f. Marks, 1899-1902, 페터스부르그 (최초의 안톤 체호프 전집).
- 30권 전집, 편집 Belčikov, D. D. Blagoj, G. A. Bjalyj, A. S. Majsnikov, L. D. Opulskaja, A. I. Revjakin, M. B. Chrapčenko, 1974ff. 모스크바.
대표작품
단편
- 〈관리의 죽음〉(1883)
- 〈우수〉(1885)
- 〈키스〉
- 〈사랑에 대하여〉
- 〈귀여운 여인〉(1898)
- 〈약혼녀〉(1902)
- 〈개를 데리고 있는 여인〉(1899)
- 〈카멜레온〉(1884)
- 〈초원〉(1888)
- 〈6호 병실〉 (1892)
- 〈사할린섬〉(1890)
- 〈아리아드나〉
- 〈결투〉(1892)
희곡
<위키백과>
체홉의 생애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은 1860년에 러시아 남부 돈강 하류의 작은 항구도시 따간로그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빠벨은 작은 잡화상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파산한후 모스크바로 도주했다.
뒤따라 어머니와 식구들 모두 모스크바로 이동했지만 그는 혼자남아 가정교사 노릇을 하며 김나지움을 졸업한뒤 모스크바로 갔다.
체홉의 아버지는 성격이 난폭하고 자녀를 거칠게 대하는 인물이었으나 교회합창단을 이끄는 등 특이하게 예술적 기질이 있었다.
체홉은 아버지 밑의 성가대에서 다른 형제들과 함께 노래를 했는데, 나중에 체홉은 그 시절은 좋지 않게 회상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나 성가대에서의 경험은 훗날 그의 많은 작품의 모티브로 활용되었다.
이렇듯 그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는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 고난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후일 체홉은 "나의 재능은 아버지로부터, 감성은 어머니로부터 타고났다"고 술회했다.
1873년 가을, 처음으로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아름다운 헬레네>를 관람하게 되면서 연극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형제들과 집안에서 연극공연을 하기도 하였다.
1879년 모스크바 대학 의학부에 입학했지만 학업과 더불어 가족의 생계가 그에게 달려있었다.
그때부터 신문과 잡지의 독자투고란에 작은 소품들을 투고하기 시작했다.
그의 최초의 창작은 단순히 생계를 위하나 돈벌이 수단으로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때 그는 안또샤 체혼쩨등 여러가지 필명으로 기고 활동을 했는데 초기 몇 년간은 연 평균 120편이라는 기록적 분량의 소품을 발표했다.
그는 의대를 졸업한 후 1884년 모스크바에서 개업을 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진료활동을 해 나갔다.
그가 진지한 의미에서 작가가 될 것을 생각하게 된것은 외부로부터 온 자극 때문이었다.
그 후 작가로서의 입지를 생각한 그는 필명을 버리고 안똔 체홉이라는 실제 이름을 쓰기 시작한다.
1886년부터 93년까지 체홉은 여러 장르에 걸친 실험을 시도한다. 이시기에 단편 '카멜레온', '우수', 중편 '초원', 과 '곰', '청혼'등의 단막극 등이 쓰여졌다. 이 무렵 그는 좋지 않은 건강에도 불구하고 시베리아와 사할린으로의 여행을 강행한다.
그는 작가로서 불행하고 고난에 찬 사람들의 운명에 관심을 가졌다. 사할린에서 그가 보고들은 일들은 그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며 (6호 병실), 여행에서 받은 인상을 '사할린 섬'이라는 작품에서 서술하고 있다.
그는 1892년 러시아의 기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구호 운동에 참여하였고 1896년 딸레쉬 마을의 초등학교 건립 후원자로 활동했다.
1897년 노비욜스키 마을의 초등학교 건립 후원자로도 활동하였으며 1898년 멜리호보에 학교를 건립하는 등 서민들의 교육문제를 위해 봉사했다. 특히 멜리호보 시대와 그 후 요양 차 옮겨간 얄따 시대는 그의 작품의 원숙기였다.
'흑승', '6호 병실', '이오느이치', '농부들', ''골짜기에서'등의 수많은 작품들이 이때 배출된 것으로 당대의 인간적이며 사회적인 문제점들을 극명하게 반영하고 있다.
특히 생애 후반기에는 드라마 부분에 큰 관심을 기울여 러시아 문학상에 빛나는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 동산'을 완성하였다. 처음에 그의 희곡 '갈매기'에 나타난 새로운 형식은 단 한 명의 비평가도 이해시키지 못하였다. 그러나 후에 모스크바에 세워진 새로운 극장에 의해 그의 작품 '갈매기'는 가장 성공적인 희곡이 되어 그때부터 하늘은 나는 갈매기는 이 극장의 상징이 되었다. 체홉은 이 극장을 위해서 '세 자매'를 쓴다.
이러한 체홉과 극장사이의 창작적인 유대관계는 20세기 연극발전에 새로운 형태로 영향을 미쳤다.
1898년 9월 그는 41세의 늦은 나이로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여배우 올가 끄니베르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때쯤 그에겐 20세 때부터 앓아온 지병인 폐결핵이 상당히 진행되어있었다.
1904년 아내와 함께 치료 차 독일 남부 지역으로 전지 요양을 떠난다. 그곳 흑림 지대의 온천지 바덴 바일러에 머물고 있던 그 해 여름, 중 유럽을 강타한 열병에 못 이겨 체홉은 그만 머물고 있던 호텔에서 44세의 짧은 생을 마치게 된다.
그의 모스크바로 운구되어 노보제비치 수도원에 안장되었다.
체홉은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가장 섬세하고 복잡한 영혼의 움직임을 통찰하고 알아내는 의사이자 작가였다.
그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20세기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그 시대의 러시아의 운명을 볼 수 있다.
체홉의 작품세계
체홉은 러시아 문학상 변환기의 작가라 할 수 있다. 그를 기점으로 거장들의 대규모 장편소설 시대가 막을 내리고 중단편의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실제로 체홉은 장편소설을 자신의 문학적 소양과 거리가 먼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총 작품수는 580편 가량 되지만, 거의 대부분이 중편도 아닌 짧은 단편 작품들이다.
그는 간결하게 표현하며, 결코 과장하지 않는 작가였다.
그는 인간을 변화시키거나 교육하려 하지 않았고 단순히 그들을 위로하려는 입장에 있었으며 인간의 평범한 일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거기서 인간존재의 답을 구하려고 하였다.
그는 일상에 가려진 인간의 삶의 본질, 인간의 참 모습을 웃음과 눈물, 연민과 비판, 감정동화와 객관주의, 멜로드라마와 자연주의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그만의 독특한 희곡 세계속에 창조하였다.
체홉은 희곡의 중심요소인 강력한 사건과 갈등을 의도적으로 분산시키거나 은폐한다.
가장 강력한 연극적 효과를 야기하는 사건들은 무대뒤에서 벌어지고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복합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들로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서처럼 선인과 악인, 영웅과 소인으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
단지 현실에 잘 적응하는 인물들과 과거와 미래만을 꿈꾸는 인물들이 있을뿐이다.
또한 등장인물들은 서로 단절되어있다.
체홉의 모든 인물들은 자신의 내적인 세계에서만, 자신의 과거와 미래의 틈, 현실과 이상의 틈 속에서만 존재하고 꿈꾼다.
그리고 진정한 의미는 말로 이어지는 일상적인 대화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이루는 말들 사이사이에, 말 줄임표 등을 통해 말을 하는 인물의 내면속에 감추어져 있다.
희곡에서 사용되는 체홉의 언어는 모호하고 불명확한 분위기이다.
그의 언어는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시적이고 서정적이고 상징적인 언어들이 결합되고, 민요, 노래, 속담, 의성어, 의태어, 침묵등도 풍부하게 사용되어 독특한 그만의 언어를 창조하고있다.
체홉의 희곡에는 때로는 말을 하는 주체는 있으나 듣는 대상은 불명확하게 설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들이 자신의 내부의 프리즘을 통해 주변 세계, 주변 인물들과 교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대사가 독백인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것인지 명확하지 않을때가 많고 그래서 체홉의 대사를 대화체와 독백체로 나눠 그 의미와 형식을 파악하기도 한다.
이러한 대사의 구성은 인간들의 단절, 영원한 고독, 서로에 대한 이해의 불가능 등과 연결되는 체홉의 작품의 주제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단편 <카멜레온,1884>,<우수1886>, 중편<초원1888>, 단막극<청혼,1889>,단편<흑승,1894>, 여행기<사할린 섬,1895>, 중편<농부들,1897>,단편<상자속의 사나이,1898>, <구즈베리 열매,1898>, <이오느이치,1898>, <사랑에 대하여,1898>, <사랑스러운 여인,1898>,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1899>, 중편<골짜기에서,1900>,단편<약혼녀,1903>외에 희곡<갈매기,1896>,<바냐 아저씨,1899>, <세자매,1901>, <벚꽃동산,1904>등이 있다.
<백과사전>

체호프의 명언
● 가정 생활과 결혼 생활에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은 인내다.
● 남자와 사귀지 않는 여자는 갈수록 퇴색한다. 여자와 사귀지 않는 남자는 서서히 바보가 된다.
● 남편의 사랑이 지극할 때 아내의 소망은 조그마하다.
● 만일 고독을 두려워한다면 결혼을 해서는 안 된다.
● 부드러운 말로 상대를 설득하지 못하는 사람은 위엄 있는 말로도 설득하지 못한다.
● 사람은 항상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이 일함으로써 살아간다면 의의도 행복도 모두 찾아낼 수 있다.
●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이 지상의 생활에는 절대적 행복이란 있을 수 없다. 행복은 우리들에게는 없다. 드물게 조차 없다. 우리들은 다만 행복을 바랄 뿐이다.
● 인생은 철학과 위배된다. 게으름이 없는 곳에 행복은 없고, 무용한 것만이 만족을 가져다 준다.
● 진실을 구해 인간은 두 걸음 앞으로 나서서 한 걸음 물러선다. 고뇌와 과실과 생에 대한 권태가 그들을 뒤로 던져 버리지만, 진실에의 열망과 불굴의 의지는 앞으로 몰아세운다.
● 평탄한 길에서도 넘어지는 수가 있다. 인간의 운명은 그런 것이다. 신 이외의 누구도 진실을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기 때문에 행복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불행한 사람의 침묵이 없었던들 행복 같은 것이 있을 리 없다.
체호프의 작품(희곡)
<갈매기>
제1막(쏘린가의 정원)
해가 질 무렵 노을이 곱게 물들어 있다. 호수가 보이는 정원에는 가정극을 하기 위해 급작스레 가설무대를 만들고 있다. 쏘린가의 지배인 샤므라예프의 딸 마샤는 국민학교 교사인 메드베젠꼬와 산책을 하고 있다.
마샤는 검은 옷만을 즐겨 입고 다니면서 자기는 인생의 상복을 입고 다닌다고 주장하면서도 메드베젠꼬의 구혼에는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쏘린과 그의 조카인 뜨레쁠레프가 나온다. 뜨레쁠레프는 극작가 지망의 청년으로 오늘 밤 이 가설 무대에서 공연되는 연극의 작가이다. 뜨레쁠레프는 유명한 여배우인 어머니 아르까디나에게는 상당히 비판적이고, 외삼촌을 상대로 새로운 연극의 형식에 대하여 열렬히 역설한다.
그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자가 뜨리고린과 어머니의 관계 때문이다.
오늘 연극의 주인공인 니나가 급히 달려온다. 그녀는 여배우가 되는 것을 무척 꿈꾸고 동경하는 순수한 처녀다. 그녀의 부모는 니나의 이러한 희망을 마땅치 않게 여긴다. 그러나 니나는 갈매기와 같이 여기 호숫가에 끌린다고 한다. 뜨레쁠레프는 니나를 사랑한다. 두 사람이 가설무대 뒤로 사라진 다음, 샤므라예프의 아내 뽈리나는 의사 도른에게 사랑을 호소한다. 아르까디나와 쏘린, 뜨리고린, 샤므라예프, 메드베젠꼬와 마샤도 모여들어 개막을 기다린다. 풀피리 소리가 나고 뜨레쁠레프는 20만년 후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하며 막을 올린다.
무대는 저 멀리 수평선 위에 둥근 달이 걸려져 있는 아름다운 호수의 경치가 펼쳐진다.
바위 위엔 흰 옷을 입은 니나가 앉아 있다. 연못에는 불빛이 보이고 유황 냄새를 풍긴다.
뜨레쁠레프의 이 획기적이며 새로운 형식의 시도는 어머니 아르까디나의 "어쩐지 데카당 냄새가 풍기는군"하는 조소로 격분을 일으키게 되고 곧이어 뜨레쁠레프는 이 연극을 중단시켜 버리고 나가 버린다.
마샤는 그를 찾아 따라 나간다. 무대에서 내려 온 니나는 관객들의 갈채를 받으며 동경했던 작가 뜨리고린을 소개 받는다. 도른만 남겨 놓고 모든 사람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그때에 뜨레쁠레프가 다시 돌아온다.
도른은 뜨레쁠레프의 연극에 감격했다고 하며 칭찬을 해 주나 니나를 찾고 있는 뜨레쁠레프에게는 그런 말이 들리지 않는다.
이때 자기를 찾아 들어오는 마샤를 보고 피해 버린다. 마샤는 도른에게 뜨레쁠레프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제2막(쏘린가의 정원, 조그만 크로켓트 운동장, 여름 낮)
벤치에는 아르까디나, 도른, 마샤가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아리까디나와 마샤는 나란히 서서 자기의 젊음을 강조해 보인다. 쏘린과 니나, 메드베젠꼬가 들어온다.
이들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꽃을 피운다. 샤므라예프와 뽈리나가 등장한다. 외출하겠다는 아르까디나에게 샤므라예프는 말을 내 줄 수 없다고 하면서 언쟁을 벌인다.
아르까디나는 화를 내면서 모스크바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고집스런 남편의 성격을 옆에서 지켜보다 참지 못하겠다는 듯 뽈리나는 도른에게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 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도른은 지금 와서 갑자기 생활을 바꿀 수 없다고 하며 동조하지 않는다.
니나가 꽃을 따 가지고 들어온다. 아르가디나와 같은 유명한 여배우가 하찮은 일에 눈물을 흘린다든가 뜨리고린과 같이 유명한 작가가 하루 종일 낚시질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가 한 마리밖에 잡히지 않았다고 짜증을 내고 있는 일등을 신기하게만 느끼고 있다.
엽총을 멘 뜨리쁠레프가 와서 니나 발밑에 총에 맞은 갈매기를 던진다."지금 나는 이와 같이 자살하게 될 거요" 이렇게 외치는 뜨레쁠레프, 니나는 뜨레쁠레프의 속마음을 알 수 없어 당황하고 있다. 이때 뜨리고린이 온다. 뜨레쁠레프는 그를 피하듯 나가 버린다.
뜨리고린에게 솔직한 감정으로 동경한다고 고백하는 니나. "유명하다는 것은 엄청나게 멋진 일이예요." 니나는 이렇게 말했다. 뜨리고린은 말하기를 "작가에게 글을 쓴다는 일은 못 참게 괴롭다"고 하며 허무한 어조로 말한다. 그러나 니나의 동경은 오히려 더 매력을 느낀다. 니나는 작가나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고난이라도 참을 수 있다고 말한다.
뜨리고린은 니나의 발밑에 죽어 있는 갈매기를 보고 단편소설의 자료로 삼으려고 수첩에 메모를 한다. 갈매기와 같이 호수가 마냥 즐거워 행복하고 자유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 처녀를 한 사내가 나타나 그녀를 파멸시킨다는 이야기---. 아르까디나가 뜨리고린을 부른다. 모스크바로 떠나는 것을 그만두자고 한다. "이건 꿈이야" 니나는 입속으로 혼자 감격에 차서 중얼거린다.
3막(쏘린가의 식당)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술에 취해 몸을 비틀거리고 있는 마샤는 뜨리고린에게 메드베젠꼬에게 시집가겠다고 고백한다.
뜨레쁠레프가 권총 자살을 한 것, 그리고 뜨리고린에게 결투를 신청한 것 등이 아르까디나를 한시 바삐 이 고장을 떠나게 하는 동기가 된다. 니나는 뜨리고린에게 작별의 기념으로 문자가 새겨진 메달을 선물한다.
아르까디나와 하인들이 출발 준비로 어수선할 때 머리에 붕대를 감은 뜨레쁠레프가 들어와서 어머니인 아르까디나에게 붕대를 갈아 달라고 간청한다. 두 사람은 정말 모처럼 차분히 지나간 옛날 이야기들을 하다가 화제가 뜨리고린에게로 옮겨졌을 때 언쟁이 벌어진다. 뜨리고린은 니나가 메달에 새긴 문자의 의미를 알게 된다.
"저의 생명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가져가 주세요."
니나의 사랑에 이끌리어 이곳에 그대로 남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때 아르까디나는 격렬하게 뜨리고린에게 많은 찬사와 사랑을 호소하며 같이 가자고 애원한다. 뜨리고린은 결국 아르까디나에게 굴복되며 "나는 내 의지가 없는 사람이오---. 어디든 나를 데려가 주오" 이렇게 말하는 뜨리고린에게 아르까디나는 비로소 안도감을 느끼며 "이제야 내것이 됐군" 하며 좋아한다. 출발할 시간이 가까워 옴에 따라 작별 인사로 한동안 떠들썩할 때 뜨리고린은 스틱을 찾으러 식당으로 들어왔다가 니나와 마주친다. 니나는 연극을 하기 위하여, 무대에 서기 위하여 모스크바로 간다고 알린다. 모스크바에서의 재회를 약속하며 두 사람은 뜨거운 포옹을 한다.
4막(2년 후, 쏘린가의 거실)
어머니 뽈리나에게 남편인 메드베젠꼬가 다른 고장으로 전근만 하게 된다면 그에 대한 사랑 같은 건 끊어질 수 있다고 말은 하지만--- 도른과 메드베젠꼬가 휠체어에 몸을 의탁한 쏘린을 밀고 들어온다.
쏘린은 자기의 인생을 회고하며(자기는 어떤 이상에 도달하려 했던 사나이)라고 말한다.
뜨레쁠레프가 등장하여 니나의 소식을 알린다. 뜨리고린과 동거하여 어린 애가 생겼으나 죽고, 설상가상으로,
뜨리고린에게 버림을 받았으나 계속 여배우가 되려고 노력하는 니나는 뜨레쁠레프에게 '갈매기'라고 서명한 편지를 보내 주기도 했다고 말한다.
니나는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뜨레쁠레프는 만나 주지 않았다. 아르까디나는 뜨리고린과 같이 돌아온다.
샤므라예프도 마중나왔다가 같이 들어와서 재회의 인사들을 교환한다. 뜨레쁠레프는 여전히 뜨리고린에게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모양 같다. 일동은 트럼프를 시작하지만 뜨레쁠레프는 참가하지 않는다.
샤므라예프가 갈매기 박제가 아직도 남아 있다고 뜨리고린에게 알려 주나 그는 기억이 없다고 한다. 일동이 식사하려 식당으로 들어 갔으나 뜨레쁠레프만은 혼자 남아 원고를 쓰며 자기 작품의 한계에 도달함을 통감할 때 누군가가 창문을 두들긴다. 니나다. 니나는 울면서 지친 듯 이야기를 꺼낸다.
"저는 울지 않아요. 나는 갈매기예요. 아니, 그게 아니지. 나는 여배우."
니나는 괴로움과 좌절에서부터 다시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쓴다. 무대에 다시 설 것을 생각하며 인생은 무서운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밖으로 나가 버린다. 혼자 남은 뜨레쁠레프는 원고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며 정원으로 나간다. 식사를 끝낸 모든 사람들은 다시 돌아온다. 샤므라예프는 뜨리고린에게 갈매기 박제를 보여주지만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때 한 발의 총성이 들려 온다.
희곡 <갈매기> 작품해설
<갈매기>는 체홉 4대 작품의 첫 작품으로 1896년 완성된 작품이다. <갈매기>의 초연은 1896년 10월알렉산 드린스끼 극장에서 올려졌고 그 공연은 외면당하고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 후 1898년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다시 한번 네미로비치 단첸코의 설득으로 공연이 이루어졌는데 그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4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전통적인 극작술에서 벗어나 제1막에서 뜨레쁠레프라는 주인공의 위기, 절정의 상황으로 시작되어진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이 작품을 단정지을 수 없는 표현방법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 혼합된 서술양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안에는 자연주의, 인상주의, 상징주의 등이 내재되어 있다. 실제로 환경에 종속되어 버리는 인간들의 삶들은 리얼리즘적이고 특별한 사건 없이 인물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점에서 자연주의극이며, 갈매기라는 커다란 상징물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은 상징주의적이고, 탈출구 없는 인간존재의 고찰이라는 면에서 부조리적이기도 하다.
<출처: 정복 Acting Factory>
<세 자매>
제1막
장군이고 여단장이었던 아버지가 꼭 일년 전에 죽었고, 지금은 장남 안드레이와 세 자매 올가, 마샤, 이리나만 남아 있다.11년 전에 떠나 온 모스크바로 되돌아 가고 싶어한다.명명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군의관인 체프뜨긴,육군중위 뚜젠바흐,그리고 육군이등 대위 솔로늬이가 찾아와 자매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오늘따라 유난히 기분이 좋은 이리나는 일하는 것의 행복에 대해서 말하고 다른 사람들은 동감의 표현을 한다. 뚜젠바흐의 부대에 새로 부임한 중대장 베르쉬닌 중령이 방문한다. 한편, 이리나를 사랑하는 솔료니이는 자신의 연적 뚜젠바흐의 말을 가로막는 등 좌중의 분위기를 흐리는 언동으로 이리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뚜젠바흐는 이리나에게 사랑고백을 하지만 이리나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어 안드레이의 연인, 나따샤가 축하 방문을 한다. 여러 사람으로 부터 놀림을 받은 나따샤는 홀에 나와 울음을 터뜨린다. 안드레이는 나따샤를 위로한다.
제2막
안드레이는 지금까지 대학교수가 되기를 희망했지만 지방자치회 의원이 된 것에 대해서 못마땅해한다. 그의 아내, 허영심많은 나따샤는 남편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고 아들 보비끄를 여러 사람들에게 자랑시키느라 바쁘다. 각기 남편과 아내에게 불만을 갖는 등 가정적 문제를 느끼는 마샤와 베르쉬닌은 서로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끼고 그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리나에게 사랑을 고백했던 뚜젠바흐는 그녀의 뒤를 계속 따라다니지만 이리나는 귀찮아 하며 외면한다. 베르쉬닌은 집 안 문제로 서둘러 귀가하고 그 후, 다들 쭈뼛쭈뼛 자리를 파하고 뿔뿔히 헤어진다. 안드레이는 체프뜨이낀과 부엌으로 빠져나가 다시 노름을 하러 간다. 한편, 대화도중 쫓겨났던 솔료늬이가 황급히 들어와 이리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평소에 솔료늬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이리나는 솔료늬이의 말을 듣지도 않고 나가라고 소리친다.올가는 안드레이의 노름빚으로 골치아파한다. 혼자남게된 이리나는 이 모든 생활을 탈출시켜 줄 모스크바를 외치며 괴로워한다.
제3막
화재 때문에 경종이 울리고 있다. 도시는 화재로 인한 이재민 구제책을 계획하고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집 안에 사람들이 들이닥쳐 북새판이 되자 나따샤는 나이많고 할멈 안피사를 내쫓으려 한다. 하지만 올가한테서 오히려 인정없다는 소리를 듣게된다. 그로인해 올가와 나따샤는 싸움이 일어나게 된다. 군의관 체프뜨이낀은 한 여자를 치료하는 도중 그 여자가 죽자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그 일로 인해 그는 마시지 않던 술을 퍼마시게 된다. 베르쉬닌은 화재의 아우성 속에서 잠옷 바람으로 문간에 서 있던 두 딸을 발견한다. 두 딸의 표정에서 공포인지 놀라움인지 모를 두려움을 발견한다. 그리고 현재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에 삶의 의욕을 느낌을 발견한다.사표를 냈던 뚜젠바흐는 벽돌공장으로 일하러 떠나겠다고 하며 이리나에게 같이 가자고 한다. 집을 저당잡힌 오빠, 안드레이 때문에 짜증스러워 한다. 올가는 그런 이리나를 감싸주며 선량한 끌르이긴과 결혼하라고 충고해준다. 여단이 이 도시에서 철수한다는 소문이 도는 가운데, 이리나는 언니 올가에게 끌르이긴에게 시집가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함께 모스크바로 가자고 부탁한다.
제4막
체프뜨이낀과 이리나, 뚜젠바흐, 끌르이긴은 행군복장을 한 페도띠크와 로데이를 전송한다. 모두들 내일이며 이 도시가 텅비어질 것에 대해서 두려워한다. 끌르이긴은 체프뜨이낀에게 솔료니이와 뚜젠바흐 남작이 어제 가로수길 극장 근처에서 만나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묻는다. 내일이면 뚜젠바흐 남작과 혼례식을 올리고 모레면 뚜젠바흐가 일할 벽돌공장으로 떠나기로 되어있다. 자신도 국민학교 교사로 부임할 예정이다. 올가는 교장선생님이 되어 이 도시를 떠날 수 없게 되었다. 대학교수의 희망이 좌절된 안드레이는 정원을 돌아다니고, 여동생들에게 나따샤와 자신의 노름빚을 변명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뚜젠바흐는 이리나에게 거짓핑계를 대고 솔료니이와 결투를 하러 간다. 베르쉬닌도 세자매에게 작별을 하러 온다. 베르쉬닌을 사랑하는 마샤는 끝내 눈물을 흘리지만 남편 끌르이긴은 그런 아내를 이해하고 다독겨려 준다. 체프뜨이낀이 등장하여 결투에서 뚜젠바흐가 죽었다고 전한다. 이리나는 자신의 일터인 국민학교로 향해 떠나겠다고 한다. 세자매는 현실의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후세에 올 기쁨을 확신하며 현실에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한다.
4. 인물분석
올리가 - 프로조로프 집안의 장녀. 교사로서의 직무에 매달리는 강박과 책임감이라는 굴레에 갇혀사는 듯 하다.
마샤 - 둘째 딸. 당시에는 제일 똑똑한 줄 알았던 남편 클르이긴과 결혼을 하나 항상 일상적인 남편에 질려 유부남과 바람(?)..
일리나 - 막내 딸. 항상 모스크바로 가는 꿈을 꾼다.
안드레이 - 프로조로프 집안의 장남. 상속자. 항상 어디론가 갑자기 사라지며 바이올린 켜는 것을 좋아한다.
대학교수의 꿈을 접은 후 부터 시의원이 되어버렸다.
베르쉬닌 - 육군대령. 포병 대대장. 자살광인 아내에게 질려 고민하고 있는 나약한 사나이.
솔료느이 - 육군 이등 대위. 남에게 시비거는 투로 잘 말함.
체브트이킨 - 신문을 자주 봄...--;
클르이긴 - 마샤의 남편. 마샤를 끔찍하게 아끼지만 정작 마샤는 질려하는 인물.
투젠바흐 - 일리나를 좋아함(?)
<출처: 해빛과찬란이네집>
<벚꽃동산>
라네프스카야 부인은 일찍 남편을 여의고, 어린 자식을 강에서 익사시킨 후부터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외국으로 도망가, 정부나 다를 바 없는 사내와 파리며 만턴에서 타락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내에게 돈을 몽땅 털리고 피로로 지치자, 자기를 데리러 온 딸 아냐와 함께 무능한 오빠 가에프가 사는 영지(領地) 「벚꽃 동산」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백과 사전에도 실려지고 있는 조상 대대의 이 유명한 토지도 빚의 담보로 잡혀지고 있는 데다가, 오는 여름에는 경매에 붙여지게 되어 있다. 부인을 경애(敬愛)하는 상인 로파힌은, 옛날 이 저택에서 일하고 있던 농노의 아들이지만, 지금은 신흥 자본가가 되어 있고, 일가의 곤경(困境)을 마음으로부터 염려하여, 이 벚꽃 동산의 벚나무들을 모두 잘라 버리고 별장지로 조성하도록, 현실적인 권고를 한다. 별장지로 만들어 빌려주면, 적게 어림잡아도 연 2만 5천 루불의 수입은 되니까 부채 따위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는 열심히 설득한다.
그러나 라네프스카야 부인이나 가에프는 그 충언을 별로 귀담아 듣지도 않고, 옛날 습관대로 거리의 레스토랑에서 고급 식사를 즐기고, 돈도 없으면서 통행인에게 금화를 던져주면서. 허송 세월을 하고 있다. 죽은 자식의 가정 교사였던 만년 대학생 트로피모프는, 결단적으로 낡은 생활을 버리고 새 생활로 뛰어 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젊은 아냐도 그러한 그에게 공명한다.
곧, 8월의 경매일이 다가온다. 라네프스카야는 그런 속에서도 유태인의 악단(樂團)을 불러 무도회를 열고 즐긴다. 가에프는 야로슬라브리에 있는 조모가 아냐 앞으로 보내온 1만 5천 루불을 가지고 경매에 참가하러 간다. 가에프는 로파힌과 함께 돌아오지만 입을 열 기운도 없다. 경매의 결과를 묻는 라네프스카야에게, 로파힌이 취한 듯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벚꽃 동산은 제가 샀습니다. 벚꽃 동산은 저의 재산이 된 것입니다!」
옛날의 농노의 자식이, 마침내 이 광대한 토지를 소유로 만든 것이다. 라네프스카야는 비통하게 울부짖는다.
일가가 헤어지는 날이 온다. 라네프스카야는 다시 파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내한테로 간다. 가에프는 은행에 취직한다. 양녀 와리야는 이웃 지주의 집의 가정부로 들어갔다. 젊은 아냐만이 아무런 미련도 없이 낡은 집, 낡은 생활에 이별을 고하고 , 지금부터 공부를 하여 여학교에 들어가겠다고 희망에 불타고 있다. 새로운 생활로 뛰어 들어가려는 것이다.
모두가 사라진 뒤의 텅 빈 방에, 혼자 남은 병난 늙은 하인 필스가 나타나, 벚나무를 자르는 도끼 소리를 들으면서, 힘없이 소파에 드러눕는다.
주인공
라네프스카야 부인은 매력있는 용모를 하고 있으며, 마음씨가 좋아 누구한테서나 호감을 산다. 옛날의 농노의 아들 로파힌이, 경매에 붙여지는 벚꽃 동산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도, 라네프스카야를 마음으로부터 경애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감정의 기복이 지극히 예민한 여성으로서, 웃음에서 눈물로, 심각한 명상에서 쾌활한 즐거움으로 마음이 순식간에 변하여 간다. 오빠 가에프의 말을 빌리면, 라네프스카야에게는 「배신적인 데가 있고, 그것으로 일종의 삶의 보람을 느끼는 것같이 여겨진다」는 것이다.
귀족도 아닌 변호사와 결혼하고, 지나친 과음으로 남편이 죽자, 곧 다른 사내와 친해지고, 벚꽃 동산을 버리고 외국으로 도망가서는, 뒤쫓아온 사내와 함께 싸구려 아파트에서 동거 생활을 즐겨 왔다.
그녀는 과거의 생활에 사는 여자이고, 주위의 현실에 똑바로 보지 못한다. 그러니까 1천 헥타아르(약 3백만평)의 영지를 가지면서도, 로파힌의 구체적이자 현실적인 계획을 귀담아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상실하고는 다시 파리로 되돌아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벚꽃 동산』의 라네프스카야 부인을 단순히 「몰락해 가는 러시아 귀족 계급의 상징」으로서 감상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그렇기 때문에, 좁은 일면적인 관찰이고, 체호프는 그녀를 좀더 냉철한 새로운 면에서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출처: 창작과감상>

▲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빠블로비치 체호프 © 김미소 기자
체호프의 작품(단편)
어느 관리의 죽음
어느 멋진 저녁, 이에 못지않게 멋진 회계원 이반 드미트리치 체르뱌꼬프는 객석 두 번째 줄에 앉아서 오페라글라스로
<코르네빌의 종>을 보고 있었다. 공연을 보면서 그는 행복의 절정에 다다른 기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설에서는 이 <그런데 갑자기>가 너무 자주 나온다 하지만 작가들이 쓸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만큼 인생에는 갑작스러운
일들이 가득한데!
그런데 갑자기 얼굴이 일그러 지고 정신이 아득해 지며 숨이 멎는가 싶더니 ......
눈에서 오페글라스를 떼고 몸을 구부리자 마자 에취!!! 재채기를 했던 것이다.
그 누구라도, 그 어디에서라도 재채기를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농부도 경찰서장도, 때로는 심지어 삼등관도 재채기를 한다.
누구나 재채기를 한다. 체르뱌코프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훔친 다음 예절 바른 사람답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재채기 때문에 남에게 폐를 끼친 건 아닐까? 한데 저런, 당황스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
그는 앞의 첫 번째 줄에 앉아 있던 노인이 자신의 대머리와 목을 장갑으로 열심히 닦으며 뭐라 투덜거리는 것을 보았다.
체르뱌꼬프가 보니 그 노인은 통신부 장관 프리즈쟐로프 였다.
<저분께 침이 튀었군>
체르뱌꼬프는 생각했다.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부서의 장관님이시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용서를 구해야 겠어.>
체르뱌꼬프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 나서 몸을 앞으로 숙여 장관의 귀에 낮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용서해 주십시오. 장관님 제가 재채기를 해서 침이 튀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괜찮소, 괜찮아요......"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정말이지 전 ...... 이렇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아, 됐으니 조용히 하십시오 들을 수가 없잖소!"
체르뱌꼬프는 어쩔줄 몰라 어색하고 미소짓고는 다시 공연을 보기 시작했다. 보긴 보지만 그는,
행복감은 더 이상 느낄 수 없었다. 온통 걱정 뿐이었다. 막간 휴식시간에 그는 프리즈쟐로프에게 다가갔다.
주변에서 얼쩡거리던 그는 마침내 용기를 내어 더듬더듬 말했다.
"제가 재채기를 해서 침이 튀었습니다, 장관님...... 용서하해 주십시오...... 전 사실 전혀 그런......"
"허, 정말...... 이미 다 잊었는데 계속 그런말을 할거요"
이렇게 말한 장관의 아랫입술이 실룩 움직였다.
<잊어버렸다고 그분의 눈은 화가 나 있어.>
체르뱌꼬프는 걱정스레 장관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생각했다.
"나에겐 말도 하시기 싫은 거야 하지만 일부러 그런게 절대 아니라고...... 그건 자연의 현상이라고 말씀 드려야 할텐데
그렇지 않으면 내가 침을 뱉으려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실거야 지금 당장은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더라도 나중엔
그렇게 생각하실거야!"
집에 돌아온 체르뱌꼬프는 아내에게 자신의 무례한 행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보기에 아내는 이 사건을
너무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깜짝 놀라긴 했지만 프리쟐로프가 다른 부서 사람임을 알고는 안심했던 것이다.
"그렇더라도 당신이 가서 사과하세요"
그녀는 말했다.
"안 그러면 당신이 사람들 있는 데서 예절도 못 차린다고 오해할 테니!"
"그래, 그래, 바로 그거야! 사과를 했는데도 그 사람은 뭔가 이상했어...... 한마디 대꾸도 없더라고.
하긴 제대로 이야기할 시간도 없었지만"
다음날 체르뱌꼬프는 새 관복을 차려입고 말끔하게 면도한 다음 프리쟐로프에게 해명하러 갔다. 장관의 접견실에는
청원자가 많이 보였고 그들 틈에서 바로 그 장관이 벌써 접견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장관은 몇몇 청원자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에 눈을 들어 체르뱌꼬프를 보았다.
"기억나실는지 모르겠지만, 장관님, 어제 아르까지야 극장에서"
회계원은 여쭙기 시작했다.
"제가 재채기를 했습죠만....... 그래서 본의 아니게 침을 튀겼습니다....... 죄송하......"
"거 무슨 쓸데없는......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요! 선생은 무슨 일이지죠!"
장관은 다음 청원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말하기 싫다 이거군!>
체르뱌코프는 그렇게 생각하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화가 나신게 분명해....... 그렇다면 가만히 있으면 안돼 .... 해명을 해야 겠어.......>
장관이 마지막 청원자와 면담을 끝내고 내실로 행하려 할 때, 체르뱌꼬프는 황급히 그를 쫓아가며 중얼거렸다.
"장관님! 제가 감히 이렇게 폐를 끼치게 된 이유는 외람된 말씀이지만 참회의 감정 때문입니다!
본의가 아니었다는 걸 제발 알아주십시오!"
장군은 울상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여보세요, 날 놀리자는 겁니까, 뭡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문을 닫았다.
<놀리다니 무슨 말이지?>
체르뱌코프는 생각했다.
<놀리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어! 장군은 이해를 못하시는 군! 그렇다면 좋아. 더 이상 이런 오만한 인간에게
사과하지 않겠어! 맘대로 해보라지! 편지를 쓰는 거야, 찾아가지 말고! 젠장, 안 찾아가겠어!>
그런 생각을 하며 체르뱌코프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편지는 쓸 수 없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보아도
무슨 얘기를 써야 될지 몰랐던 것이다. 결국 다음날 장군에게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장관님, 저는 어제 와서 폐를 끼친 사람입니다만"
장관이 그를 의아한 눈길로 쳐다보자 그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건 장관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장관님을 놀리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 단지 재채기를 하고 침을 튀긴 것에 대해서
그걸 사죄드리려고 했던것 뿐입니다. 놀리다니요 전전혀 그럴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감히 그럴수 있겠습니까? 놀린다는 건 단지 그러니까 남을 ......존중하지 않을 때나......"
"당장나가!!"
격노한 장관이 몸을 떨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그러십니까?"
공포에 질린 체르뱌꼬프가 기어드는 목소리로 물었다.
"꺼지라니까!!"
장관이 발을 구르며 다시 소리 쳤다.
체르뱌꼬프의 뱃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졌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고
그는 뒷걸음질쳐 거리로 나와 간신히 걸었다...... 기계적으로 집에 도착해 제복도 벗지 않고 그는 쇼파에 누웠다.
그리고...... 죽었다.
<철처: 방송대부산지역대학국어국문학과04학번동기회>
<6호병동>
난 내가 읽은 체호프의 모든 글을 사랑하지만 그중에서도 뽑으라면 단연 "6호병동"이다.
줄거리
단연하고 명백한 대답이 있어 보이지만 그리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닌듯 쉽다.
<글: 칵테일군>
귀여운 여인
퇴직한 팔등관 쁠레얀니꼬프의 딸 올렌까는 자기 집 뜰로 내려서는 작은 계단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기어 있었다. 무더운 날씨에 파리마저 귀찮게 굴었으므로, 곧 저녁이 되리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좀 후련해진다.
동쪽으로부터는 검은 비구름이 몰려들어 거기에서 습기찬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뜰 한가운데서는 이 집 건넌방을 빌려 쓰고 있는 꾸우낀이란 사나이가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 사나이는 야외극장 '찌볼리'의 경영자이자 연출자였다.
"또로군!"
꾸우낀은 절망적으로 말했다.
"또 비야! 매일같이 비, 비, 마치 누군가가 장난을 치는 것 같군! 그렇다면 사형선고가 아닌가! 파멸이 아닌가! 매일같이 늘어만 가는 엄청난 이 손해, 정말 어떻게 하란 말인가!"
꾸우낀은 올렌까 쪽을 향해 두 손을 쳐들어 보이며 불평을 계속했다.
"올리가 세묘노브나, 이것이 우리들의 생활이란 거요. 정말 울고 싶어! 밤잠도 자지 않고 일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잘 살려고 애쓴 보람이 이게 뭐란 말입니까.
동료나 관객들은 교양이 없고 야만적이지. 나는 최고의 오페라타나 환상극, 일류 풍자 탤런트를 내보내고 있으나 과연 그것이 관객들에게 필요한지, 어떤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광대예요! 게다가 날씨조차 이 모양이니. 거의 매일 밤 비가 아닙니까.
오월 십일에 시작해서 오월, 유월 줄곧 이렇게 계속되지 않아요? 정말이지 이런 일이 또 어디 있담! 관객이 모여들지 않아도 나는 텃세를 물어야 해요. 배우들에게 급료도 지불해야 하지 않아요?"
이튿날도 저녁때가 되자 비구름이 몰려왔다. 꾸우낀은 히스테릭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재미있는데, 어서 또 퍼부어라. 야외극장이 물에 잠겨 내가 빠져 죽었으면 속이 시원하겠다! 어차피 이승에서나 저승에서 잘 살긴 글러먹었으니 말이야! 배우들이 고소하겠다면 하라지! 재판이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시베리아로 유형이라도 갔으면 속시원하겠다! 단두대에라도 올랐으면! 핫, 핫, 핫!"
그 다음 날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렌까는 아무 말도 없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꾸우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그 눈에는 가끔 눈물이 방울지는 것이었다. 결국 올렌까는 꾸우낀의 불행에 마음이 움직여 이 사나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꾸우낀은 작은 키에 마르고 누런 얼굴을 한 사람으로서 고수머리를 곱게 기르고 있었다. 목소리는 가는 테너로서 말을 할 때마다 입을 실룩거리는 버릇이 있었다. 그리고 얼굴에는 언제나 긴장의 빛이 돌고 있었으나, 그래도 이 사나이는 처녀의 마음에 깊은 참사랑을 불러일으키게 했던 것이다.
올렌까는 항상 누구를 사랑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여자였다. 전에는 자기 아버지를 사랑했었는데, 그 아버지는 지금 병중이어서 어두운 방안에서 안락의자에 앉아 고통스럽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언젠가는 숙모를 사랑한 적도 있었다.
그녀는 브란스끄에서 1년에 두 번 정도 찾아올 뿐이었다. 그보다 훨씬 전인 단기여학교 시절에는 프랑스어 선생을 사랑하기도 했다. 올렌까는 점잖고 기품이 있으며 정이 많은 여자로서 온화하고 부드러운 눈동자를 가졌고 몸은 아주 건강했다.
그 통통한 장미빛 뺨이나 검은 점이 하나 있는 부드러운 목덜미, 무언가 즐거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 그 얼굴에 떠오르는 티없는 미소를 보게 되면 사내들은, "응, 거 괜찮게 생겼는걸!" 이런 생각을 하며 웃음을 띠게 되고, 여자들은 참을 수 없어 이야기 도중에 올렌까의 손을 잡고 흡족한 나머지 저절로 입을 벌리는 것이었다.
"귀여운 아이야!" 하고.
올렌까가 태어나면서부터 살고 있는 이 집은 아버지의 유언장에 그녀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그녀의 집은 도심지에서 조금 떨어진 집시촌에 있었고 거기에서 찌볼리 야외극장도 멀지 않았다.
저녁때부터 밤중까지 야외극장에서 연주되는 음악소리와 펑펑 터지는 불꽃 소리가 언제나 들려왔다. 올렌까에게는 그것이 꾸우낀이 자기 운명과 싸워 최대의 적, 즉 무관심한 관객에게 돌격해 들어가는 소리처럼 들렸다. 올렌까의 마음은 달콤한 고민으로 가득찼다.
졸음은 어느덧 달아나고 날이 밝아 꾸우낀이 돌아오게 되면 침실 창문을 똑똑 두드리며 커튼 사이로 얼굴과 한쪽 어깨만을 내밀며 상냥한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꾸우낀의 청혼으로 두 사람은 결혼을 했다. 올렌까의 목덜미나 살이 통통하고 건강한 어깨를 가까이서 보았을 때, 꾸우낀은 손뼉을 치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귀여운 여자야!"
꾸우낀은 행복했다. 그러나 결혼식을 올릴 때에도, 그날 밤에도 비가 내렸기 때문에 그 얼굴에서는 절망의 빛이 사라지지 않았다.
결혼 후 두 사람은 즐겁게 살았다. 올렌까는 입장권을 팔거나 야외극장 전체를 보살피기도 하며 장부를 기입하고 급료를 지불하기도 했다. 그녀의 장미빛 뺨과 사랑스럽고 티없는, 마치 후광과도 같은 미소는 매표구의 창이나 무대 뒤, 매점 등 여러 곳에서 보이곤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올렌까는 어느덧 친구와 친지들에게 이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것, 제일 중요한 것은 연극이고, 참된 즐거움을 맛보고 교양이나 휴머니즘을 몸에 배게 하기 위해선 연극을 보아야 한다고 역설하게 되었다.
"하지만 관객들이 그것을 이해할지 모르겠어."
하고 올렌까는 말했다.
"관객에게 필요한 것은 광대야, 어제 우리가 개작(改作) <파우스트>를 공연했더니 관람석이 거의 비었어. 그러나 바니치까와 내가 어떤 저속한 것을 공연했더라면 틀림없이 초만원이었을 거야. 내일 바니치까와 나는 <지옥에서의 오르페우스>를 공연하겠어. 꼭 보러 와요."
그리고 꾸우낀이 연극이나 배우에 대해 하는 말을 올렌까는 그대로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관객이 예술에 무관심하고 교양이 없다는 것을 그녀는 남편과 함께 경멸했다. 무대 연습에 끼어들어 배우의 연기를 고쳐주고 악사들의 행동을 감독했으며, 지방신문에 연극의 악평이 실리기라도 하면, 눈물을 흘리며 억울해 했으며 신문사에 직접 해명하러도 다녔다.
배우들은 올렌까를 좋아하여, '바니치까와나'라거나 '귀여운 여신'이라 불렀다. 올렌까도 배우들을 좋아하여 약간이라면 돈도 빌려주고, 때로는 속기도 했으나 몰래 눈물만 흘릴 뿐 남편에게 일러바치지 않았다.
그 겨울도 즐거운 생활이 계속되었다. 두 사람은 겨울 동안 마을의 극장을 빌려 그것을 잠깐 동안씩 우끄라이나의 극단이나 마술단, 그곳 아마튜어 극단에 제공했다. 올렌까는 점점 몸이 나기 시작하고 만족한 생활에 얼굴이 환해져 갔으나 꾸우낀은 마르고 핏기가 없어졌다.
겨울 동안에도 사업은 잘 되어 갔으나 그는 대단한 손해를 보았다고 엄살을 부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밤마다 기침을 하기 때문에 올렌까는 나무딸기나 보리수 꽃을 달여 먹이거나 오드콜로뉴을 발라주기도 하고 자기의 따뜻한 숄로 덮어주기도 했다.
"정말 당신은 훌륭한 분이셔요!"
하고 남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올렌까는 다정하게 말했다.
"당신은! 아주 좋은 분이셔요."
사순제의 꾸우낀은 극단 출연 교섭을 위해 모스크바로 떠났다. 올렌까는 남편이 떠난 뒤 밤에 잠도 못 이루고 창가에 앉아 별을 바라보며 지냈다. 그리고 자신을 암탉에 견주어 보는 것이었다. 닭장에 수탉이 없으면 암탉들이 불안을 느껴 밤에 잠도 못 자는 것이 아닌가.
꾸우낀의 모스크바 체재는 의외로 길어졌다. 부활제까지는 돌아오겠다고 한 편지에는 찌볼리 극장 일에 대해 여러 가지 지시가 적혀 있었다. 그런데 부활제 1주일 전인 월요일 밤늦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불길한 소리가 울렸다. 누군가가 나무로 된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그것도 나무통으로 두드리는지 텅텅텅 하고 울리는 것이다.
잠이 덜 깬 식모인 마브라가 맨발로 물이 질퍽하게 괸 뜰을 거쳐 문을 열러 달려갔다.
"문 좀 열어주세요!"
하고 누군가가 문밖에서 굵직하고 거친 목소리로 불렀다.
"전보예요!"
올렌까는 전에도 몇 번 남편의 전보를 받은 적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웬일인지 갑자기 정신이 아찔해졌다. 떨리는 손으로 전보를 받아보니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이반 뻬뜨로비치 오늘 급사, 지시 바람, 화요일 장례.'
서명은 오페레타 연출가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여보!"
하며 올렌까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가엾은 바니치까, 그리운 사람! 왜 나는 당신과 만나게 되었나요. 어째서 당신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된 것인가요! 당신은 먼저 보내고 이젠 누구를 의지하란 말입니까. 올렌까는 너무나 비참해요. 불행해요......"
꾸우낀은 화요일에 모스크바의 바가니고보 묘지에 묻혔다. 올렌까는 이튿날 돌아와 자기 방에 들어가자마자 침대에 몸을 던지고는 이웃과 통행인이 들을 정도로 통곡하기 시작했다.
"저 불쌍한 사람이!"
하고 이웃 사는 여자들은 성호를 그으면서 말했다.
"불쌍한 올렌까가 저렇게 비탄에 젖어 있군요!"
석 달이 지난 어느 날, 올렌까는 아직도 상복을 입은 채 낮미사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우연히 함께 걷게 된 것은 역시 교회에서 돌아오는 중이던 바실리 안드레이치 뿌스또발로프라는 이웃 사람이었다.
이 사나이는 바바카예프라는 목재상의 주인이었다. 밀짚모자를 쓰고 흰 조끼에 금시계줄을 드리운 그 모습은 상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시골 지주에 가까웠다.
"세상 일은 다 미리 정해진 것입니다. 올리가 세묘노브나!"
하며 심각하고 동정어린 목소리로 그는 말했다.
"그러므로 가족의 어느 누가 세상을 떠났다 하더라도 그것은 신의 섭리일 것이니 우리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순종하고 참으며 살아야 합니다."
올렌까를 문께까지 바래다 준 다음 그는 작별의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이런 일이 있는 후 올렌까에게는 그 사나이의 진실어린 목소리가 들렸고 눈을 감으면 그의 검은 수염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이 사나이가 그녀의 마음에 자리잡았던 것이다.
그리고 올렌까도 분명히 그 사나이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모양이었다. 그것은 며칠이 지난 뒤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중년 여인이 커피를 마시러 와서는, 테이블에 앉기가 무섭게 뿌스또발로프에 관한 이야기를 지껄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분은 의지할 데가 없는 사람이라는 둥, 그 사람에게라면 어떤 여자라도 기꺼이 시집을 갈 것이라는 둥 떠들어대는 것이었다. 사흘 뒤 이번에는 뿌스또발로프 자신이 찾아왔다. 그는 잠시 동안, 10분 가량 앉아 있었을 뿐 별로 말도 하지 않았으나 올렌까는 완전히 반하고 말았다.
얼마나 그에게 반했는지 밤새 잠도 자지 못하고, 마치 열병에라도 걸린 듯이 몸을 뒤척이다가 아침이 되자 그는 중년 부인에게 사람을 보냈다. 얼마 되지 않아 약혼이 성립되고, 그리고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결혼한 뿌스또발로프와 올렌까는 사이좋게 지냈다. 남편은 대개 점심때까지 재목 하치장에 있다가 일을 보러 외출하는 것이었는데, 그 뒤는 올렌까가 맡아 저녁때까지 사무실에 앉아서 계산서를 떼거나 물건을 발송하거나 했다.
"재목 값이 해마다 이십 퍼센트씩이나 오르고 있어요."
올렌까는 사러 오는 사람이나 친지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여태까지 이 지방 목재만 가지고 장사를 했는데, 지금은 바시치까가 해마다 모길레프 현까지 재목을 구입하러 가곤 해요. 그 운임이 어찌나 비싼지!"
하며 무섭다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거듭 말했다.
"운임이 아주 엄청나요!"
올렌까는 벌써 오래 전부터 목재상을 경영해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또 필요한 것은 재목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각재, 통나무, 판자, 기둥, 톱밥...... 등의 말을 들으면 어쩐지 다정스럽고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밤마다 꿈 속에서는 산더미같이 쌓인 판자나 나무토막, 어딘가 마을 저쪽으로 재목을 운반하는 짐마차의 행렬이 나타나곤 했다. 또는 직경 25센티, 길이 8미터나 되는 통나무의 연대가 당당하게 재목 하치장으로 들어오는 모습이나, 통나무의 각재와 판자가 서로 부딪쳐 투명하고 마른 나뭇소리를 내면서 넘어지고 일어서고 서로 쌓이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올렌까가 놀라 소리를 지르고 깨어나면 뿌스또발로프가 다정하게 말을 했다.
"올렌까, 왜 그래 여보? 어서 성호를 그어요!"
남편이 생각하는 것은 곧 올렌까가 생각하는 것이었다. 남편이 이 방은 덥다거나, 이 무렵엔 장사가 한가해졌다고 하면 올렌까도 그렇게 생각했다. 남편은 도시 오락이란 것을 싫어하며 축제일에도 외출을 하지 않았는데, 올렌까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나 집이 아니면 사무실에서 일만 하는군."
하고 친구들은 흔히 말하는 것이었다.
"가끔 연극이나 서커스 구경이라도 다녀오지."
"바시치까와 저는 연극 구경을 갈 틈이 없어요."
하고 올렌까는 대답하는 것이었다.
"일이 바빠서 여가를 가질 여유가 없어요. 그런 연극이 어디가 좋다는 것인가요."
토요일마다 뿌스또발로프와 올렌까는 저녁 기도에 나갔고, 축제일에는 아침 미사에 나갔다. 교회에서 돌아올 때는 언제나 사이좋게 감동의 빛을 띠고 어깨를 나란히 하여 걷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향기로운 마음을 발산하고, 올렌까의 명주옷은 살랑살랑 상쾌한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집에 돌아오면 버터 바른 빵이나 여러 종류의 잼을 먹으면서 차를 마시고 다시 피일로그를 먹었다.
점심식사 때가 되면 보르시치나 양, 또는 오리 고기를 굽는 냄새가 뜰과 문앞에까지 풍겼으며, 사순제에는 그것이 생선 요리 냄새로 바뀌어 군침을 삼키지 않고는 그 집 앞을 지나지 못할 정도였다. 사무실에서도 언제나 사모바아르가 끓고, 손님들은 차와 둥근 빵을 대접받았다.
1주일에 한 번씩 이 부부는 목욕탕에 갔다가 두 사람 모두 얼굴이 불그스레 상기되어 함께 돌아오곤 했다.
"그저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요."
하고 올렌까는 친지들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누구나 모두 바시치까와 저같이 지낸다면 세상은 평화스러울 것이에요."
뿌스또발로프가 모길레프 현으로 재목을 구입하러 가게 되면, 올렌까는 몹시 적적해서 밤잠도 자지 않고 울고만 있는 것이었다. 가끔 저녁에는 이 집 건넌방에 세들어 있는 군수의(軍獸醫) 스미르닌이란 젊은 사내가 놀러오곤 했다. 그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해주고 트럼프 상대도 해주어 올렌까도 기분전환이 되는 것이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이 군수의의 가정사정이었다. 스미르닌은 이미 결혼을 하여 자식이 하나 있었으나 부인이 바람을 피웠기 때문에 이혼을 하였다. 지금은 그 부인을 미워하면서도 매달 40루블리의 돈을 자식 양육비로 보내준다고 하였었다. 이 말을 들으면서 올렌까는 몇 번이나 한숨을 쉬고 머리를 흔들며 가엾어했다.
"그럼, 조심하세요."
올렌까는 촛불을 켜들고 수의를 층계까지 바래다 주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대단히 고마워요, 지리하셨지요. 성모 마리아께서 당신을 가호하시기를......"
남편의 말투를 닮아 올렌까는 최근 침착하고 분별있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수의의 모습이 아래층 문에서 사라지려는 순간, 일부러 다시 불러 이렇게 말했다.
"블라지미르 쁠라또니치, 부인과 화해하세요. 아드님을 위해서라도 부인을 용서해야 해요! 아드님도 모든 것을 이해해 줄 거예요."
뿌스또발로프가 돌아오자 올렌까는 목소리를 죽여가며 수의와 그 가정에 관해 이야기했다. 두 사람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으면서, 그 어린애는 얼마나 아버지가 보고 싶겠느냐고 남의 일 같지 않게 동정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이상한 일이 연상되어 부부는 성상(聖像) 앞에 무릎을 꿇고 우리에게도 자식을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뿌스또발로프 내외는 아기자기하고 서로 사랑하며 사이좋게 6년간을 지냈다. 그러던 어느 해 겨울 바실리 안드레이치는 사무실에서 뜨거운 차를 한 잔 마시고, 재목이 발송되는 것을 살피러 모자도 쓰지 않고 나갔다가 그만 감기가 들어 자리에 눕고 말았다.
훌륭한 의사들로부터 진찰을 받았지만, 병은 좀처럼 낫지 않고 넉달이나 신음하다가 결국 뿌스또발로프는 죽고 말았다. 그리하여 올렌까는 또다시 미망인이 되었다.
"그리운 당신을 먼저 보내고, 나는 누구를 믿고 살란 말이에요."
하며 남편의 장례를 끝내고 나서 그녀는 통곡을 했다.
"당신이 없으니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요? 너무나 슬프고 불행해요. 친절한 여러분, 저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 의지할 데라곤 아무도 없는 저를......"
모자나 장갑과는 인연을 끊고, 올렌까는 언제나 검은 상복에 흰 상장을 달고 있었다. 교회나 남편의 묘지를 찾아가는 외엔 거의 집을 나가지 않고 수녀와 같은 생활을 했다. 6개월이 지나자 겨우 상장을 떼고 덧문을 열어 놓게 되었다.
낮에는 가끔 식모를 데리고 반찬거리를 사러 시장에 가는 모습이 보였으나, 올렌까의 요즈음 생활이나 집안 사정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추측을 할 뿐이었다.
그녀가 뜰안에 앉아서 수의관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다느니, 수의관이 그녀에게 신문을 읽어주고 있는 것을 보았다느니, 또 우체국에서 어떤 친구를 만난 올렌까가 이런 말을 하더라는 것이 그 추측의 재료가 되었다.
'이 고장에서는 가축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질병이 많은 것이에요. 우유를 마시고 속이 언짢아졌다거나, 말이나 소에게 병을 옮았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지 않아요? 원래 가축의 건강도 인간의 건강과 마찬가지로 주의를 해야 해요.'
올렌까는 수의의 이야기를 되풀이했고, 이제와서는 어떤 일에나 수의와 의견이 같았다. 애정 없이는 1년도 살지 못하는 올렌까가 자기집 건넌방에서 새로운 행복을 발견한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다른 여자라면 세상의 비난을 받을 것이 틀림없지만, 올렌까의 경우엔 누구 하나 이를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것이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었었다. 올렌까와 수의는 자기들 사이에 생긴 변화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숨기려 했으나 그것은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올렌까는 원래 비밀을 가질 수 없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군대 동료들이 수의를 찾아오면 올렌까는 차와 저녁을 대접하면서, 가축의 홍역이라거나 결핵이라거나 시장의 도살장 이야기를 떠들어대는 것이었다. 입이 딱 벌어진 수의는 손님이 돌아가자 올렌까의 손을 붙잡고 화를 내며 불평을 말하는 것이었다.
"알지도 못하는 그런 소릴 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소! 우리 수의사끼리 말할 때는 제발 입을 열지 말아요. 지리할 뿐이니까!"
올렌까는 놀라고 불안스런 눈초리를 하며 되묻는 것이었다.
"볼로치까, 그럼 나는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요?"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사나이를 껴안으며 화내지 말라고 애원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행복했다. 그러나 이 행복도 오래 계속되지 못했다.
군대가 시베리아와 같은 먼 곳은 아니지만 꽤 먼 어느 벽촌으로 이동하게 되어 수의도 이 군대와 함께 영원히 떠나버린 것이다. 올렌까는 다시 외톨이가 되었다.
이번에야말로 올렌까는 완전한 외돌토리였다. 아버지는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고 그 안락의자는 다리가 하나 부러진 채 먼지투성이가 되어 다락방에 틀어박혔다.
올렌까는 조금 야위고 볼품도 없어져, 길에서 만나는 사람도 전과 같이 좋아하거나 미소를 던지거나 하지 않았다. 분명히 인생의 황금시절은 지나고, 어떤 알지 못할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고 있었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 저녁이 되면 뜰로 내려가는 층계에 앉아, 그녀는 찌볼리 야외극장의 음악이나 불꽃 소리를 듣곤 했지만 그것은 이미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게 했다.
낮에는 아무 생각도, 아무 희망도 없이 뜰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밤이 깊으면 잠자리에 드는 것이었으나, 꿈 속에서도 텅빈 뜰을 바라보았다. 먹고 마시는 것조차 싫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불행은 자기 의견이란 것이 전혀 없어진 것이었다. 눈으로는 주위의 여러 가지 대상을 바라보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었으나, 어떤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정리하지 못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 의견도 갖지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가령 병이 하나 세워져 있는 것을, 또는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을, 그리고 농부가 달구지를 타고 가는 것을 분명히 보고는 있으면서도, 그 병이나 비나 농부가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한다. 비록 1천 루블리를 준다 해도 말을 못하는 것이다.
꾸우낀이나 뿌스또발로프가 살아 있을 때라면, 혹은 수의와 함께 있을 때라면 올렌까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고, 어떤 것에 대해서도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머리 속도 마음도 자기 집뜰과 같이 텅 비어 있다. 쑥이라도 먹은 것같이 쓰고 기분 나쁜 것이었다.
시가지는 점점 사방으로 확대되어 나갔다. 집시 마을은 이미 집시 가로 이름이 바뀌고, 찌볼리 야외극장과 재목 하치장이 있던 장소에는 건물이 즐비하고 많은 사잇길도 생겼다. 시간의 흐름이란 얼마나 빠른 것인가! 올렌까의 집은 이미 낡아 지붕은 녹슬고 창고는 기울어졌으며, 뜰에는 잡초와 가시나무가 무성하게 자랐다.
올렌까 자신도 늙고 추하게 되었다. 여름에는 뜰로 내려가는 층계에 앉아, 그리고 겨울에는 창가에 앉아 눈 내리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마음 속은 역시 공허하고 적적했다.
그럴 때 문득 봄의 기척을 느낀다거나 바람이 교회의 종을 건드려 소리가 나게 하면 불현듯 과거의 생각이 떠올라 가슴이 뿌듯해지고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순간적인 일로서, 그것이 지나면 다시 공허가 깃들어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검은 고양이 브리스까지 다가와서 야웅거리고 재롱을 부렸으나 그런 고양이의 재롱쯤은 올렌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지 못했다. 올렌까에 필요한 것은 이런 것일까! 아니,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의 전 존재를, 마음과 이성의 모든 것을 붙들고, 자기의 사상과 생활에 방향을 찾아주고 식어가는 피를 덥혀 줄 하나의 애정인 것이다.
그녀는 옷깃에 매달리는 고양이를 쫓아버리며 싫은 소리를 했다.
"저리 가, 저리로...... 귀찮아."
이렇게 해서 날이 가고 해가 거듭되었으나 아무런 기쁨도 없고 아무 의견도 없다. 생활은 식모인 마브라가 하는 대로 맡겨 버렸다.
무더운 7월의 어느 날, 시외로 나갔던 가축들이 집안에 온통 먼지를 씌우며 지나갈 저녁 무렵이었다.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올렌까는 자신이 문을 열어 주러 나가 상대를 보는 순간 기절을 할 뻔했다.
문 밖에 서 있는 것은 이미 머리가 희끗한 평복을 입은 수의인 스미르닌이었다. 순간 그녀는 잊어버렸던 모든 과거를 되찾았다.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그의 가슴에 머리를 파묻고 엉엉 울었다.
두 사람이 어떻게 집안에 들어오고, 어떻게 차를 마시러 식탁에 마주앉게 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흥분해 있었다.
"당신이군요!"
기쁨에 떨면서 올렌까가 속삭였다.
"블라지미르 쁠라또니치!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거예요?"
"여기 정착하려고."
하며 수의가 말했다.
"군대를 그만두고 왔죠. 자유의 몸이 되어 정착된 생활을 하면서 내 운을 시험해 보고 싶어서요. 그리고 자식놈도 이젠 중학교에 들어갈 나이이고. 다 자랐어요. 실은 나는 마누라와 다시 결합했어요."
"그럼, 부인은 어디에?"
하고 올렌까가 물었다.
"아들과 함께 호텔에 있지요. 나는 집을 빌리러다니는 중이고요."
"어머, 그렇다면 이 집에서 사세요! 여기가 마음에 안 드세요? 그렇게 하세요. 집세 같은 건 한푼도 필요 없으니까요."
올렌까는 흥분하여 다시 울기 시작했다.
"여기서 사세요. 나는 저 건넌방 하나로도 충분해요. 아아, 정말 기뻐요!"
이튿날 지붕에는 페인트 칠이 시작되고 벽에는 회를 바르기 시작했다. 올렌까는 손을 허리에 얹고 뜰을 거닐며 이를 지켜 보았다.
그 얼굴에는 전처럼 미소가 되살아나고 전신에는 활기가 넘쳤다.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수의의 아내는 마르고 못생긴 여자로서 머리를 짧게 자르고 어딘지 모르게 고집이 센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함께 온 사샤라는 사내아이는 나이에 비해서는 작았으나(벌써 열살이다) 살이 찌고 서늘한 푸른 눈을 가졌으며 볼에는 보조개가 패였다. 소년은 뜰안에 들어서자마자 고양이를 쫓아 무섭게 달려가더니 곧 이어서 기쁨에 넘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줌마, 이거 아줌마네 고양이예요?"
하고 소년은 올렌까에게 물었다.
"이게 새끼를 낳으면 우리에게도 한 마리 주세요. 우리 엄마는 쥐를 제일 싫어하거든요."
올렌까는 잠시 소년과 이야기하고 차를 마시게 됐는데, 마치 그 소년이 자기 자식인 것처럼 갑자기 가슴이 뭉클 하는 것을 느꼈다. 그날 밤 소년이 식당에 앉아 복습하는 것을 올렌까는 감동과 사랑의 눈초리로 바라보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얼마나 귀엽고 상냥한 아이인가...... 어쩜 저렇게도 영리하고 잘 생겼을까!"
"섬이란."
하며 소년은 읽어 갔다.
"육지의 일부로서 사방이 바다에 둘러싸인 것을 말한다."
"섬이란 육지의 일부로서......"
하고 올렌까는 반복했다. 그것은 침묵과 공허로 그 많은 세월을 보낸 뒤, 처음으로 확신을 갖고 말하는 의견이었다.
이렇게 해서 자기 의견을 가진 올렌까는 저녁을 먹으면서 사샤의 부모를 상대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즉, 최근의 아이들은 중학교 공부가 어렵다고 하지만, 그래도 고전교육이 실업교육보다는 좋다.
왜냐하면 중학 졸업생은 앞길이 창창하여 희망에 따라 기술자도 되고 의사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라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사샤는 중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소년의 모친은 하르꼬프에 있는 자기 언니네 집에 가서 거기 눌러앉아 있었다. 부친은 매일같이 어디론가 가축검사를 하러 가는데 어떤 때는 2, 3일씩 묵는 수도 있었다.
올렌까는 사샤가 자기 가정에서 거추장스런 존재가 되었고, 따라서 완전히 버림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굶어죽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는 소년을 데려다 건넌방에 붙은 작은 방 하나를 비워주었다.
이렇게 사샤가 올렌까에게 와서 살게 된 지도 벌써 반 년이 지났다. 올렌까는 매일 아침 소년의 방에 갔다. 소년은 한 손을 얼굴에 대고 숨소리 하나 없이 잠들어 있었다. 올렌까는 깨우기가 가엾었다.
"얘, 사센까."
하고 올렌까은 애처로운 듯이 아이를 불렀다.
"착한 아이지, 일어나요! 학교갈 시간이 됐어!"
소년은 일어나 옷을 입고 기도를 하고 나서 테이블에 앉았다. 큰 컵으로 석 잔이나 차를 마시고 둥근 도우넛 두 개와 버터가 발린 빵 절반을 먹었다. 아직 잠이 덜 깨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사샤, 아직 우화를 암송하지 못했지?"
하고 올렌까는 말하면서 먼 여행을 떠나는 사람을 바라보듯 소년을 살펴보았다.
"정말 걱정이야.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안 돼요......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내버려 두세요. 제발."
하고 사샤는 말했다.
그리고는 작은 몸에 큰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메고는 한길에 나가 학교로 걸어갔다. 그 뒤를 올렌까가 가만히 따라갔다.
"사센까야!"
하며 올렌까가 불러 세웠다.
소년이 돌아보면 올렌까는 대추나 캐러멜을 소년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리고 학교가 보이는 골목길까지 접어들면, 소년은 자기 뒤에서 키가 크고 뚱뚱한 여자가 따라오는 것이 부끄러워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주머니, 돌아가세요. 나 혼자서도 갈 수 있어요."
올렌까는 멈추어 서서 소년이 학교 정문 저쪽으로 사라질 때까지 곁눈질도 하지 않고 지켜보았다. 아아, 얼마나 이 소년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지금까지 이토록 깊은 사랑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자기 마음 속에서 모성적인 감정이 점점 더 강하게 불타고 있는 지금처럼 타산이 없고 욕심도 없고, 더구나 이처럼 기쁘고 마음이 뿌듯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핏줄은 닿지 않지만, 이 소년을 위해서라면, 그 볼의 보조개와 제모를 위해서라면, 올렌까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면서 기꺼이 자기 생명을 버릴 것이다. 웬일일까. 이 이유를 누가 대답할 수 있을까!
사샤를 학교에 바래다 주고 나면 올렌까는 흡족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가슴 가득히 애정을 느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 반 년 동안에 젊어진 얼굴은 미소로 빛나고 있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런 올렌까를 보고 친밀감을 느끼며 말을 건네었다.
"안녕하세요, 올리가 세묘노브나! 요즘 어떠세요?"
"요즘은 중학교 공부도 어려워졌어요."
하며 올렌까는 시장에서 이런 말을 떠들어대는 것이었다.
"농담이 아니에요. 어제 일 학년 숙제를 보았더니 우화 암송과 라틴어 번역, 그리고 문제가 또하나...... 사실이지, 어린 학생에게 너무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선생 이야기나 수업에 대한 이야기, 교과서 이야기를 끄집어내었다. 사샤가 말하는 그대로.
두 시가 넘어서야 두 사람은 함께 점심을 먹고 밤에는 함께 예습을 하며 같이 울기도 했다. 소년을 잠재우고 나서 올렌까는 오래도록 성호를 그으며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는 자기도 침실에 들어가 먼 미래를 꿈꾸었다.
사샤는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나 기술자가 되어 자기의 큰 저택을 갖고 자가용 마차를 가질 것이다. 그리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겠지...... 올렌까는 눈을 감고 언제까지나 그런 생각만 했다. 감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검은 고양이는 올렌까 곁에서 야옹거리고 있었다.
"똑...... 똑...... 똑......"
갑자기 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소리에 올렌까는 눈을 뜨고 겁에 질려 숨을 죽였다. 심장이 마구 뛰었다. 30초 가량 지나서 다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르꼬프에서 전보가 왔구나!'
올렌까는 이렇게 생각하며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사샤의 어머니가 사샤를 하르꼬프로 부른다...... 아아, 어쩔 것인가!'
올렌까는 절망을 느꼈다. 머리와 수족이 싸늘해졌다. 나처럼 불행한 사람은 이 세상에 다시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1분 가량 지나자 목소리가 들렸다. 수의가 클럽에서 돌아온 것이다.
'아아, 잘됐어!'
올렌까는 이렇게 생각했다.
심장의 고동이 점점 가라앉으면서 기분이 다시 가벼워졌다. 올렌까는 다시 드러누워 사샤의 일을 생각했다. 사샤는 옆방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다. 가끔 잠꼬대가 들려왔다.
"이 자식, 저리 가! 해볼테냐!"
<출처: 단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