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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작품

천상병 / 생애와 작품

작성자靑野|작성시간08.05.07|조회수1,206 목록 댓글 0

 

 

 

생애

1930년 1월 29일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에서 출생했다.

1949년 마산중학교 5학년 때, 《죽순(竹筍)》 11집에 시 《공상(空想)》 외 1편을 발표했으며, 여러 문예지에 시와 평론 등을 발표했다.

 

1955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다니다가 중퇴했으며, 중앙정보부에 의해 과장된 사건으로 판명된 소위 '동백림사건'(1967년)에 연루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루었다. 친구 강빈구에게 막걸리값으로 5백원,1천원씩 받아 썼던 돈은 공작금으로 과장되었으며, 천상병 시인 자신도 전기고문으로 몸과 정신이 멍들었다. 그때의 처참한 수난을 천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이젠 몇 년이었는가/아이론 밑 와이셔츠같이/(고문)당한 그날은...//이젠 몇 년이었는가/무서운 집 뒷창가에 여름 곤충 한 마리/땀 흘리는 나에게 악수를 청한 그날은.../네 사과 뼈는 알고 있다./진실과 고통/그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

 

이후 천시인은 여러 일화들을 남기는데, 1970년에는 무연고자로 오해받아 서울시립정신병원에 수용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지인들은 갑자기 사라진 천시인이 죽었다고 생각, 유고시집《》를 발표하였다.

당시 시집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내 영혼의 빈터에/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내가 죽는 날/그 다음날.//산다는 것과/아름다운 것과/사랑한다는 것과의노래가/한창인 때에/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한 마리 새.//살아서/좋은 일도 있었다고/나쁜 일도 있었다고/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새)

 

1972년 친구의 여동생인 목순옥 여사와 결혼한 천상병 시인은 1979년 시집 《주막에서》를 민음사에서 펴냈고,《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다》(1984년),《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든다면》(1987년),시집 《요놈! 요놈! 요 이쁜 놈!》(1991년), 동화집 《나는 할아버지다. 요놈들아》"(1993년)도 발표하였다. 말년에 그리스도교에 입문한 천시인은 하느님에 대한 소박하고 순수한 신앙을 보여주는 작품활동도 하였다.

"하느님은 어찌 생겼을까?/대우주의 정기(精氣)가 모여서/되신 분이 아니실까싶다.//대우주는 넓다./너무나 크다.//그 큰 우주의 정기가 결합하여/우리 하느님이/되신 것이 아니옵니까?"(하느님은 어찌 생겼을까)

 

1993년 4월 28일 지병인 간경화증으로 별세하였다.

그 후 유고시집《나 하늘로 돌아가네》,《천상병 전집》이 발표되었다.

 

2003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7년 5월 1일에는 천상병시인을 기념하는 제4회 천상병 예술제가 천시인이 별세하기 전, 10여년간 거주한 의정부시에서 열리기도 했다.

 

 

 

 

천상병(千祥炳) 詩모음

 

 

                                                   <출처: 사과나무 / 사진: 김일주>  

 

 

127
 나무

UNI
2004/07/03 13389
126
 유리창

UNI
2004/07/03 8558
125
 主日(주일) 2

UNI
2004/07/03 5286
124
 아가야

UNI
2004/02/28 8854
123
 새 세 마리

UNI
2003/12/18 6891
122
 먼 山

UNI
2003/12/17 6200
121
 들국화

UNI
2003/12/17 7942
120
 꽃밭

UNI
2003/12/17 6979
119
 소릉조(小陵調) - 70년 추일(秋日)에

UNI
2003/11/11 4780

 
 
 
 
118
 담배

UNI
2003/08/16 6366
117
 막걸리

UNI
2003/08/16 6053
116
 김관식의 입관 (金冠植의 入棺)

UNI
2003/07/04 3856
115
 

UNI
2003/07/04 4060
114
 피리

UNI
2003/07/04 2895
113
 내가 좋아하는 女子

UNI
2003/05/14 9338
112
 村놈

UNI
2003/05/14 4081
111
 고향

UNI
2003/05/14 4589
110
 강물 - 영문판

UNI
2003/04/06 3544
109
 귀천 - 영문판

UNI
2003/04/06 17112

 
 
 
 
108
 회상 2

UNI
2003/02/15 4808
107
 간 봄

UNI
2003/02/15 3250
106
 주일 1

UNI
2003/02/12 2416
105
 새 - 아폴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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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12 3151
104
 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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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28 4283
103
 국화꽃

UNI
2003/01/28 5228
102
 진혼가 - 저쪽 죽음의 섬에는 내 청춘의 무덤도 있다(니체)

UNI
2003/01/28 4913
101
 시냇물가 3

UNI
2003/01/21 1927
100
 8월의 종소리

UNI
2003/01/21 2470
99
 낚시꾼

UNI
2003/01/21 2382
 
 
 
 
98
 동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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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21 2498
97
 계곡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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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21 1768
96
 어두운 밤에

UNI
2003/01/13 3381
95
 찬물

UNI
2003/01/13 2170
94
 크레이지 배가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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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11 2797
93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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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11 2449
92
 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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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11 2417
91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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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11 4246
90
 덕수궁의 오후

UNI
2003/01/08 2495
89
 

UNI
2003/01/08 2896
          
 
 
 
88
 나의 가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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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8 6347
87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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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8 4111
86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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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8 2456
85
 

UNI
2003/01/08 2631
84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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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7 3177
83
 한낮의 별빛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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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7 2014
82
 

UNI
2003/01/07 4092
81
 하늘.2

UNI
2003/01/07 2189
80
 하느님 말씀 들었나이다.

UNI
2003/01/07 3116
79
 오월의 신록

UNI
2003/01/07 2424
          
 
 
 
78
 어린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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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7 2046
77
 세계에서 제일 작은 카페

UNI
2003/01/07 3932
76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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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7 1632
75
 친구(親舊).4 -日曜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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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7 1893
74
 친구(親舊).3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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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7 1603
73
 요놈 요놈 요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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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7 4291
72
 백조(白鳥) 두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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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7 1262
71
 우리집 뜰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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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7 1779
70
 마음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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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7 3205
69
 봄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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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7 2477
         
 
 
 
68
 내 방(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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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7 1494
67
 유관순 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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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7 1477
66
 난 어린애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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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7 2671
65
 창에서 새

UNI
2003/01/07 1555
64
 꽃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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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7 1945
63
 방한화(防寒靴)

UNI
2003/01/07 1124
62
 친구(親舊).2 -歲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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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7 1963
61
 친구(親舊).1 -히아신스-

UNI
2003/01/07 1748
60
 친구(親舊)

UNI
2003/01/07 2665
59
 허상(虛像).4 -구름-

UNI
2003/01/07 1588
 
 
 
 
58
 허상(虛像).2 -골짜기-

UNI
2003/01/07 1069
57
 노도(怒濤) .1

UNI
2003/01/07 1157
56
 집.5

UNI
2003/01/07 1172
55
 집.4

UNI
2003/01/07 1098
54
 허상(虛像) -폭풍우-

UNI
2003/01/07 1161
53
 어머니 변주곡(變奏曲) . 4

UNI
2003/01/07 1357
52
 어머니 변주곡(變奏曲)

UNI
2003/01/07 1533
51
 하늘위의 일기초(日記秒) -生鮮-

UNI
2003/01/07 1306
50
 하늘위의 일기초(日記秒) -河口-

UNI
2003/01/07 1065
49
 하늘위의 일기초(日記秒) -냇물가 植物-

UNI
2003/01/07 1112
 
 
 
48
 노도(怒濤)

UNI
2003/01/07 1276
47
 집.2

UNI
2003/01/07 1167
46
 집.1

UNI
2003/01/07 1213
45
 길.1

UNI
2003/01/07 2172
44
 소야(小夜)

UNI
2003/01/05 1343
43
 산소의 어버이께

UNI
2003/01/05 1506
42
 나는 행복(幸福)합니다

UNI
2003/01/05 5224
41
 새벽

UNI
2003/01/05 2877
40
 아기비

UNI
2003/01/05 1826
39
 조류(潮流).2

UNI
2003/01/05 952
 
 
 
38
 김일성이라는 새끼

UNI
2003/01/05 4825
37
 아주 조금

UNI
2003/01/05 2237
36
 가족

UNI
2003/01/04 3533
35
 장마

UNI
2003/01/04 1826
34
 일을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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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4 1987
33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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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4 2565
32
 책미치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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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4 1898
31
 매일마다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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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4 2626
30
 해변(海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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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4 1600
29
 무위(無爲)

UNI
2003/01/04 2311
 
 
 
28
 무명(無名)

UNI
2003/01/04 2696
27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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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4 1811
26
 새소리

UNI
2003/01/04 1638
25
 미소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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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4 1891
24
 그날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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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4 1892
23
 서대문에서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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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4 1702
22
 새2

UNI
2003/01/04 1854
21
 

UNI
2003/01/02 2659
20
 간(肝)의 반란(叛亂)

UNI
2003/01/02 1739
19
 강 물

UNI
2003/01/02 3460
 
 
 
18
 한가지 소원(所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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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2 4039
17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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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2 5221
16
 바람에도 길이 있다

UNI
2003/01/02 3342
15
 공상(空想) - 나는 며칠동안 공상을 먹으며 살았다

UNI
2003/01/02 2056
14
 자연의 은혜

UNI
2002/12/31 1929
13
 잠모습 아내

UNI
2002/12/31 4020
12
 김형(金兄)

UNI
2002/12/31 1545
11
 고향이야기

UNI
2002/12/31 1399
10
 신부에게

UNI
2002/12/31 2427
9
 한가위 날이 온다

UNI
2002/12/31 1164
 
 
 
8
 주막(酒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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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31 3265
7
 젊음을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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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31 3281
6
 곡차

UNI
2002/12/31 3143
5
 

UNI
2002/12/31 4367
4
 편지

UNI
2002/12/31 5464
3
 나의 가난은

UNI
2002/12/31 8071
2
 푸른 것만이 아니다

UNI
2002/12/31 5748
1
 귀천

UNI
2002/12/31 48084
<출처: 영성의 향기>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천상병의 詩세계

       - 박 숙 인

 

Ⅰ.서론

하루치의 막걸리와 담배만 있으면 스스로 행복하다고 서슴없이 외쳤던 시인, 천상 병(1930-1993)은 생전에도 기이한 일화를 바탕으로 세인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의 시세계보다 그의 생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며, 그의 사후에도 각종 언론매체나 연극 등을 통해서 꾸준히 회자되어왔다.

그러한 생애에 가려 40년의 긴 시력에도 불구하고 시세계에 대한 연구업적이 그리 활발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작고한 93년 이후부터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 고 있고, 최근에는 그의 시세계를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한 업적을 볼 수 있었다.

이자영은 천상병의 시세계를 크게 공간지향성과 시간지향성으로 나누고, 공간지 향성에서는 '하늘’과‘새’를 시간지향성에서는 ‘과거 회상적 의지’‘현실 만 족적 삶’'미래 지향적 의지’로 세분하여 작품분석을 하고 있다.
김희정은 그의 전기시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한 바 있다. 김희정은 그 동안의 연구 업적에서는 처음으로 발견할 수 있는 시의 구체적인 형식과 구조미를 연구했 다. 전기시에서 단순서술형어미를 비롯하여‘의문형어미’들이 주가 되고 있는 반 면에, 후기시들은 ‘감탄형 어미’와 기도문적인 어미들이 빈번하게 출현하고 있음 을 지적했다. 또한 한 행이 4음보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최소한의 문장으로 화자 의 ‘근원적 슬픔’과 ‘존재론적 고독을 ’서정적인 명징함과 슬픈 투명성으로 그 려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천상병은 세속적 명리를 떨쳐버리고 순수한 시를 쓴 시인이다. 이 땅에는 가난한 시인도 많고 가난한 일반인도 많지만 천상병처럼 그 가난을 직업처럼 생각하며 순 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이는 천상병 특유의 아이처럼 순수한 기질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천상병의 전반적인 시세계의 특성을 살펴보고, 천상병 시에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새’의 상징성에 대해서 논의해보고자 한다.


Ⅱ. 시세계의 특성

1. 가난과 초월의식

천상병의 시는 처음부터 줄곧 가난의 정조가 깊게 베여있다. 그 스스로가 돈에 대한 관념이 없는 사람이라고 지칭하듯 그는 가난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생활하 고 있다. 그가 단지 가난한 일상만을 문제삼았다면 그건 개인의 진부한 넋두리나 한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가난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초월 하려는 의지로 반전시키고 있어 시를 읽는 사람들을 자못 엄숙하게 만들곤 한다. 즉 가난으로 얼룩진 슬픔과 절망을 넘어 관조해버리는 성숙한 내면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산소에 있고

외톨박이 나는
서울에 있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여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생각노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소릉조>

“여비가 없으니”고향에도 못 가는 가난의 쓸쓸함과 절망감이 애통하게 묻어난 다. 그러나 이 시에서 그의 가난은 그저 넋두리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없다면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라고 독자를 반문하는 해학과 여유 를 보여준다. 가난하기 때문에 어쩌면 저승에도 못 갈 수 있다는 가난한 자의 행복 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눈물겹도록 따뜻하고 비장한 그의 초월의식을 느끼 게 한다.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선
괴로웠음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나의 가난은> 전문

그는 진정 가난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자이다. 하루하루 한 잔의 커피와 담배와 버 스 값만 해결되면 행복해하는 초연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가난은 내일 일을 걱정해 야 하는 불편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라고 말 하며, 무한한 자연과 햇빛 앞에서는 부자도 가난한 자도 평등한 것이어서 그의 가 난은 떳떳한 것이라고 자위한다. 이는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부의 축적에 애쓰는 사 람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해줄 풍자적인 의미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마지막 연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선/괴로웠음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라는 표현에서는 삶의 비장함과 엄숙함을 느낄 수 있고, 이 는 가난으로부터 진정 해방된 그의 초월의식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점심을 얻어먹고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옛날에도 더러 있었던 일,
그다지 섭섭하진 않겠지?

때론 호사로운 적도 없지 않았다.
그걸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

내일을 믿다가
이십년!

배부른 내가
그걸 잊을까 걱정이 되어서

나는
자네한테 편지를 쓴다네

-<편지>전문

점심을 얻어먹고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지난날의 내게 쓴 편지형식의 시다. 여 기서‘배부른’의 상황은 분명 예전보다 나아진 상황일 테고, 화자는 혹시나 배고 팠던 기억을 잊을까봐 스스로에게 걱정이 된다고 한다. 한 그릇 점심을 배불리 먹 은 것에서도 지난날의 배고팠던 자신을 반추해보고 미안해하기까지 하는 그의 겸허 한 자세가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이렇듯 그는 자신의 삶을 아주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거기엔 뿌리 깊은 가난으 로부터 그가 겪어야 하는 생생한 일상의 모습이 있고, 인생과 삶을 바라보는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이는 곧 그의 빈곤에 대한 관조적인 자세와 초월의지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이러한 무욕의 삶은 후기시인 1980년대 초의 <나의 가난함>으로도 일관되고 있 다.

나는 볼품없이 가난하지만
인간의 삶에는 부족하지 않다.
내 형제들 셋은 부산에서 잘 살지만
형제들 신세는 딱 질색이다.
(중략)
이렇게 가난해도
나는 가장 행복을 맛본다.
돈과 행복은 상관없다.
부자는 바늘귀를 통과해야 한다.
-<나의 가난함> 가운데서

위시는 성경에서 인용한 시구인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부자가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는 더 어려운 일’이라는 그의 산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가 난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즉 물질적인 가난함이 오히려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안겨주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는 철저히 무욕의 삶을 실천 했던 그의 가난에 대한 초월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2. 외로움과 소외감의 정서

천상병 시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정서는 외로움과 소외감이다. 김재홍은 천 상병의 시가 소외의식을 기저로 하면서 외로움과 슬픔의 정서를 드러내고 나아가 수직 상상력의 방향성을 지니는 주요한 특성을 지닌다고 한다.

그러면 시인의 이러한 외로움이나 소외의식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50년대 이 후 이 땅에 태풍처럼 밀어닥친 외국 문학 사조의 영향으로....(중략)... 순정한 서정 시들은 맹물같이 무미하대서 무시당하기 일쑤였던 것이다. 그리고 천상병은 그의 산문집을 통해 유년시절은 비교적 부유하고 평탄하게 보냈다고 회고했다. 이렇게 볼 때 천상병 시에서의 외로움과 소외의식은 그의 문학에 대한 갈증과 행복했던 유 년의 회상에서 파생된 현실과의 괴리감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한다.

산등성 외따론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누인다.

가을은
다시 올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들국화>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소리 없이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갈대>

들국화나 갈대는 다같이 외로움 또는 슬픔의 객관적 상관물에 해당된다. <들국 화>에서 화자가 지칭한 ‘외따론’곳은 그야말로 소외의 공간이다. 바람도 불지 않 는 아주 적막한 곳이어서 괜히 몸을 뒤척여보는 얘기 들국화, 이는 곧 외로움의 정 조이기도 하다. 각각 외로운 처지인 들국화와 화자의 마음이 하나일 수 있는 가을 이 다시 올까? 반문함으로써 더 비극적인 정조를 자아낸다.

<갈대>의 공간 또한 달빛만 환하게 비치는 외로운 밤이다. 갈대와 화자는 서로의 그 외로움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타인의 눈 속에서 자신의 외로움을 들여다보 는 한층 더 깊어진 외로움의 정조가 베여있다.

지금은 다 뭣들을 하고 있을까?
지금은 얼마나 출세를 했을까?
지금은 어디를 걷고 있을까?

점심을 먹고 있을까?
지금은 이사관이 됐을까?
지금은 가로수 밑을 걷고 있을까?

나는 지금 걷고 있지만,
굶주려서 배에서 무슨 소리가 나지마는
그들은 다 무엇들을 하고 있을까?

-<동창>

사실, 이 시대에 직업이 시인인 시인은 거의 없다. 그것은 이상인(理想人)으로서 의 시인은 존재할 수 있지만 생활인으로서의 시인은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문단의 많은 문우들이 그를 천재시인으로 회자했듯 누구보다도 명석한 두뇌와 이지 적이었던 그가 별다른 직업도 없이 하루를 연명해나가는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에 서 떠올려보는 '동창생각' 은 그 무엇보다도 깊은 소외감이었을 것이다. '굶주려서 배에서 무슨 소리'가 날 지경인 그의 소외된 현실을 볼 수 있다.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
우수를 씹고 있는 나는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한다

비는 슬픔의 강물이다
내 젊은 날의 뉘우침이며
하느님의 보살피심을

친구들의 슬픈 이야기가
새삼스레 생각나누나
교회에 혼가 가서 기도할까나

-<비>

위의 시가 1975년에 발표된 것으로 보아 시인이 말하는 ‘친구들의 슬픈 이야기’ 는 이전에 타계한 신동엽과 김관식을 지칭하는 듯 하다. 비를 바라보며 시인은 먼저 작고한 친구들을 떠올린다. 친구들이 떠난‘슬픔의 강물 ’같은 빗속에 혼자 남은 시인의 그 공간 또한 소외된 외로운 공간이다.
이처럼 그의 시세계의 또 다른 특징으로 볼 수 있는 외로움과 소외의식은 <들국 화>, <갈대>, <비>와 같은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토로하기도 하고, <동창>에서와 같이 가난으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3. 일상적 현실인식에의 후기시

천상병후기시의 특징이라면 시적 변용을 전혀 거치지 않은 일상적인 현실을 그대 로 담은 것과 순수한 동심을 노래한 것이다. 이러한 후기시를 읽으며 필자는 문득 시인이 시적 퇴행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잠깐 빠지기도 했다. 이남호는 이러한 천상병의 후기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는 천상병의 후기시들을 읽을 때 보통 때와는 다른 독법을 지녀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여, 천상병은 시인 이전의 시인이고 그의 시들은 시 이전의 <시의 원료> 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그것들은 과도한 단순성과 심한 어눌함을 보여준다. 그렇지 만 그것들은 순수한 원료이기 때문에 강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으며, 또한 뮤즈의 노래이기 때문에 삶에 대한 단도직입적 통찰을 내포하고 있다.

①누가 나에게 집을 사주지 않겠는가? 하늘을 우러러 목터지게 외친다. 들려다 오 세계가 끝날 때까지...(중략)....나는 결혼식을 몇 주 전에 마쳤으니 어찌 이렇게 부르짖지 못하겠는가?
-<내집> 가운데서

②우리 집도 초가요 옆집도 초가야.
우리 집 주인은 서울 백성.
옆집 사람과는 인사한 적이 없다.
-<수락산하변5>-가운데서

③KBS 라디오의 희망음악은,
아침 9시 5분에서 10시까지인데
나는 매일같이 기어코 듣는다.

고전 음악의 올림픽이요 대제인
고전 음악 시간을 내가 듣는 것은,
진짜로 희망이 우러나는 까닭이다.
-<희망음악>가운데서

①에서는 아무런 시적인 변용도 없이 집에 대한 갈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②는 시인의 거주지를 대상으로 쓴 시로 이는 ‘수락산변’의 연작시로 이어지게 된다. ③은 라디오의 고전 음악 프로에 대한 간단한 감상을 적고 있는 작품이다. 위의 작품들에서 특별한 시적 변용이나 상징성을 찾아 볼 수는 없다. 과연 시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시적 장치를 배제한 시가 독자에게 파고드는 힘이 더 크게 다가온다. 이러한 그의 후기시는<가장 사실적인 사물들과 언어로써 정치와 자연의 의미를 전달하는 놀라운 솜씨를 보여준다>

집을 나서니
여섯 살짜리 꼬마가 놀고 있다.

‘요놈 요놈 요놈아’라고 했더니
대답이
‘아무 것도 안 사주면서 뭘’한다.

그래서 내가
‘자 가자
사탕 사줄께’라고 해서
가게로 가서

사탕을 한 봉지
사줬더니 좋아한다.

내 미래의 주인을
나는 이렇게 좋아한다.

-<요놈 요놈 요놈아>

우리 부부에게는 어린이가 없다.
그렇게도 소중한
어린이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난
동네 어린이들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요놈! 요놈하면서
내가 부르면
어린이들은
환갑 나이의 날 보고
요놈! 요놈한다.

어린이들은
보면 볼수록 좋다.
잘 커서 큰일 해다오!

-<난 어린애가 좋다>

천상병 후기 시에 드러나는 특징중의 하나인 동심 지향성을 엿볼 수 있는 시편이 다. 환갑의 나이에도 어린이와 사탕 한 봉지로 친구가 되어 서슴없이 요놈이라 불 러대며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건, 그건 그만큼 시인이 맑고 천진하다는 것이다. 천상병 시에서 동심 지향성은 그대로 선 지향성의 표상이자 천진성의 시학에 원천 이 되며, 휴머니즘 정신의 실질적 기반이 된다. 이것은 현실도피나 패배의식에서 비 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천상병 특유의 생래적 선 지향성과 휴머니즘의 자연스런 유도 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외에도 그는 일상적인 소재들을 시에 많이 담았다. 아내, 장모님, 조카 영진, 아이들을 비롯한 주변인물과 똘똘이, 복실이 등의 강아지들이다.

이처럼 천상병의 후기시는 전기시 와는 사뭇 다르게 변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친 근한 일상의 소재들을 바탕으로 시적 변용이나, 수사 또는 상징적 의미를 배제한 채 일상적인 관찰을 투명하게 표현해낸다.

Ⅲ. 시적 상징

1. ‘새’의 상징성

한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상징은 그 작가의 전 작품 내지는 작가 의 전 생애와의 연관성을 떠나서는 이해되기 힘들다. 천상병의 시세계에 대한 선 자들의 업적을 살펴보니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부분이 ‘새’와 ‘하늘’에 대한 상징이었다. 이는 새와 하늘이 그의 전기시부터 후기시까지 지속적으로 나타 나는 중심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한 시인의 작품 속에 자주 나타나는 어떤 특정한 사물이나 대상을 논의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여기서는 ‘새’의 상징 이 가지는 의미를 알아보고, 후기시에는 어떠한 변모 양상을 띠게 되는지 살펴보도 록 한다.
자연물 중에서도‘새’는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자연물 중 가장 활동적 이란 점, 그 비상으로 인해 이상지향적 존재로 생각되기 쉬운 점, 인간과 가장 가까 이 있다는 점 등에 착안하여 ‘새’에 대한 인간인식의 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① ............ 맑은 날이나 궂은 날이나
대자대비처럼
가지 끝에서
하늘 끝에서.....
저것 보아라,
오늘 따라
이승에서 저승으로
한 마리 새가 날아간다

-<새,1966> 가운데서

② 어느날 병사는 그의 머리 위에 날아온 한 마리 새를 다정하게 쳐 다보았다. 산골 출신인 그는 새에게 온갖 아름다운 관심을 쏟았다. 그 관심은 그의 눈을 충혈케 했다. 그의 손은 서서히 움직여 최신 형 기관총구를 새에게 겨냥하고 있었다. 피를 흘리며 새는 하늘에 서 떨어졌다. 수풀 속에 떨어진 새의 시체는 그냥 싸늘하게 굳어 졌을까.
-<새, 1966>가운데서

같은 해에 나온 두 편의 시에서 각각 다른 새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①에서 의 새는 일기의 변화, 즉 삶의 고난 속에서도 대자대비처럼 넉넉한 마음으로‘이승 에서 저승으로 한 마리 새가 날아간다’고 하듯, 초월의 의지마저 볼 수 있는 자유 로운 비상이다. 하지만, ②에서는 총에 맞아 날 수 없는 새이다. 총에 맞아 떨어졌 다는 것은 곧, 자유의 단절, 지상에서의 삶의 황폐, 나아가서는 인간적 삶의 고뇌를 말해준다. 위 두 편에서 말하는 새의 상징은 ‘비상’과 ‘삶의 고난’을 보여주고 있다.

①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 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새, 1959>전문

② 저 새는 날지 않고 울지 않고
내내 움직일 줄 모른다.
상처가 매우 깊은 모양이다.
아시지의 성(聖)프란시스코는
새들에게
은총설교를 했다지만
저 새는 그저 아프기만 한 모양이다.
수백년 전 그날 그 벌판의 일몰(日沒)과 백야(白夜)는
오늘 이 땅 위에
눈을 내리게 하는데
눈이 내리는데..........

-<새,1965>전문

①에서 시인은 그의 삶처럼 쓸쓸한 영혼의 빈터엔 그가 죽고 나서야 새가 울고 꽃 이 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죽음만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산다는 것, 아름다운 것, 사랑한다는 것’에의 노래로 한창일 때 그는 ‘슬픔과 기쁨, 좋은 일 과 나쁜 일’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정감에 가득 찬 계절이라고 노래한 다. 그의 삶이 외롭고 가난했기에 행복할 것이라는 희망이 상징화된 것이다. 여기서 새는 시적 화자의 대리자아로서 시인의 내면풍경을 대변한다. 새는 외로움과 아름 다움 및 사랑의 표상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부활의 새, 영혼의 새로서 나타난다. <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와 같 이 새는 시인 자신의 객관적 상관물로서 포괄적인 상징성을 지니는 것이다.

②에서, 이 시의 새는 깊은 상처에 의해 비상의 의지가 꺾인 새로 상징된다, 즉 날 고 싶지만 날지 못하는 새라기 보다는, ‘날기’를 거부하고 ‘나는’새의 고유한 속성마저 망각할 정도로 퇴화해 버린 엄청난 상처의 새로 제시된다. 슬픔이 너무 깊으면 차라리 침묵하는 것처럼 ②에서의 새는 비상도 울지도 못한다. 하늘의 은총 설교로도 달래지지 않는 새의 아픔과 상처가 짙게 자아나고 있다. 따라서 이 시에 서 시적 화자는 자신의 삶의 고난을 반영하여 삶의 비극성을‘새’라는 상징을 통 하여 응시하고 있다.

이제 몇 년이었는가
아이롱 밑 와이샤쓰 같이
당한 그날은........

이제 몇 년이었는가
무서운 집 뒷창가에 여름 곤충 한 마리
땀 흘리는 나에게 악수를 청한 그날은...........

내 살과 뼈는 알고 있다.
진실과 고통
그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

내 마음 하늘
한편 가에서
새는 소스라치게 날개 편다.

-<그날은-새>

시인의 그 유명한 동백림 사건 속에서 태어난 시가 바로 위의 시다. <아이롱 밑 와이샤쓰 같이 / 당한 그날>이란 표현에서 시인이 겪었을 그날의 처참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가늠해본다. 여기서‘새’의 상징은 자유에 대한 갈망이다. 그날의 고통스러웠을 전기고문을 회상하면서 시인은 새를 통해 시대의 구속과 억압을 고발 하고 진실이 더 강하기에‘소스라치게 날개 펴는’모습을 보여준다. 조금 비장하고 저항적인 새이기도 하다.

이렇듯 천상병 시에서의 새는 다양한 이미지로 형상화되고 상징되기도 하는데, 후 기시로 가면 극히 사소하고 구체적인 새의 이미지로 변화하는 양상을 띠게 된다.
어느날 일요일이었는데
창에서 참새 한 마리
날아 들어왔다.

이런 부질없는 새가 어디 있을까?
세상을 살다보면 별일도 많다는데
참으로 희귀한 일이다.

한참 천장을 날다가 달아났는데
꼭 나와 같은 어리석은 새다.
사람이 사는 좁은 공간을 날다니.
-<창에서 새>

나는 새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텔레비 옆에 있는 세 마리의 새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짜 새가 아니라
모조품이기 때문이다.

-<새 세 마리>가운데서

참새 두 마리가
사이좋게 날아와서
내 방문 앞에서 뜰에서
기분좋게 쫑쫑거리며 놀고 있다.
-<참새>가운데서

위의 시편들은 그의 후기시의 변모된 새의 이미지를 대변해주는 작품이다. 전기 시에서의 내면의 깊은 성찰과 울림을 토로하던 이미지는 찾을 수 없고, 모조품이나 참새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평범한 새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적인 변용도 절제 되고 등장하는 새의 이미지가 너무 평화롭고 자유로와 전기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시인의 편안한 일상을 보는 듯 하기도 하다.

이상으로 천상병 시에서 중요한 시적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새’의 상징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전기시에서의 새의 상징성은 현실의 고난과 비극을 토로하고 때 론 그걸 극복해내려는 자유로운 비상과 초월의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그러나 후기 시에서는 시적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가운데 전기시에서 끊임없는 비상을 꿈꾸던 새가 자유롭고 평화로운 일상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Ⅳ. 결론

천상병은 평생을 가난하게 살며 순수한 시를 노래하다 간 시인이다. 사실 삶과 문학이 천상병 시인만큼 일치하는 시인도 드물 것이다. 고도의 물질만능주의 시대 에 그의 순수한 삶과 문학이 전해주는 의미가 커 그의 발자국을 되짚어보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이 글에서는 그의 시세계의 특징으로 첫째, 가난과 초월의식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았다. 가난의 문제는 그의 시 전반에 걸쳐 스며있는 소재다. 그의 삶은 ‘여비가 없어 고향에도 못 가는’ 질곡의 삶이었지만 가난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은 겸허 한 울림으로 퍼져 나온다. 거기엔 삶의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그의 초월의식이 베 여있기 때문이다.

둘째, 외로움과 소외감의 정서가 나타나고 있다. 그가 가난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길 바란다고 해도 근원적인 외로움과 가난에서 비롯된 소외의식을 배제하지는 못 했을 것이다. 이러한 정조는 <갈대>나 <들국화>, <비> 와 같은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서나, <동창>이나 자신의 거주지<수락산하변 연작시>에서 인식할 수밖에 없는 가난을 통해 드러난다.

셋째, 일상적 현실에의 후기시이다. 천상병의 후기시는 극히 일상적인 현실에 머물 며 천진한 동심을 노래하는 독특한 특징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시적 변용이나 상징 성들을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오히려 기교 없는 기교가 보여주는 시의 강한 힘을 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천상병 시에 나타나는 시적 상징을 알아보았는데 여기서는 ‘새’의 상 징성에 대해 논의해보았다. 전기시에서의 새가 삶의 역경 앞에서 상처받고 그 속 에서 초월하려는 비상의 의지를 상징했다면, 후기시에서는 아주 구체적이고 즉물적 인 새를 통하여 자유와 평화로움을 상징하고 있다.

이상으로 천상병 시세계의 개략적인 흐름과 ‘새’의 상징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의 시가 너무 개인적인 일상에 머물어 보다 넓은 세계를 수용하지 못하고 후기시 로 갈수록 시적 긴장감이 떨어지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가 보여준 극빈의 생애와 순수의 노래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메마른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줄 것이다.

 

<출처: 시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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