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이란 전쟁, 출구는 의회에서 열렸다...윤현일
https://www.tongil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817
[기고] 트럼프의 이란 전쟁, 출구는 의회에서 열렸다
통일시대 : 기자명 윤현일 (자유 기고가) 입력 2026.06.05 09:16
- 하원의 전쟁권한 결의안은 트럼프에게 제동이자 퇴로가 되고 있다
[출처: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 이란, 해상 요충지를 지렛대로 전환,더 크래들 (The Cradle) ]
1. 215 대 208 — 하원이 트럼프의 대이란 전쟁에 제동을 걸었다
6월 3일 미국 하원은 트럼프 정부의 이란 군사행동을 제한하는 전쟁권한 결의안을 찬성 215표, 반대 208표로 통과시켰다. 하원 단독 결정만으로 대이란 군사충돌이 즉시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상원 절차가 남아 있고, 대통령 거부권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치적 의미는 작지 않다. 이 표결은 트럼프의 대이란 전쟁 수행에 대한 하원의 공개적 제동이다.
전쟁권한 결의안은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해외 군사행동을 계속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절차다. 이번 결의안의 핵심은 의회 승인 없는 이란과의 적대행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대이란 전쟁은 공식 선전포고 전쟁이 아니다. 의회 승인 없이 지속된 트럼프의 일방적 군사행동이다.
미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표결의 의미는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트럼프에 대한 하원의 공개적 반발, 공화당 내부 균열, 의회의 전쟁권한 회복 시도, 상원과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제도적 한계, 전쟁 장기화에 따른 트럼프의 정치적 부담이다. 그러나 이 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려 한다. 이 결정은 트럼프를 압박하는 동시에, 트럼프가 전쟁에서 빠져나갈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표결의 변화다. 3월 5일에는 212 대 219로 부결됐다. 4월 16일에는 213 대 214로 부결됐다. 5월 14일에는 212 대 212 동수로 과반을 넘기지 못했다. 5월 21일에는 공화당 지도부가 표결을 연기했다. 그리고 6월 3일에는 215 대 208로 통과됐다. 숫자는 조금씩 트럼프의 전쟁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 변화의 핵심은 두 가지다. 민주당 재러드 골든 의원이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섰다. 또 공화당 찬성표가 유지되고 확대됐다. 5월 14일에는 공화당 의원 3명이 찬성했지만, 6월 3일에는 4명이 찬성했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토머스 매시, 톰 배럿, 워런 데이비드슨이 그들이다. 이 전쟁에서 공화당이 더 이상 맹목적으로 찬성만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탈표의 이유를 하나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피츠패트릭은 이란 핵능력 약화 자체는 긍정하면서도, 미국은 법치와 3권분립의 국가이며 전쟁권한법상 60일 시한이 지난 군사행동은 의회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시와 데이비드슨은 더 비개입주의적 색채가 강하다. 이들은 의회가 전쟁을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과 중동 개입의 실패 경험을 강조해 왔다.
따라서 6월 3일 통과는 우발적 결과가 아니다. 의회 무시와 전쟁 장기화에 대해 트럼프에게 책임을 묻는 흐름이 숫자로 드러난 것이다. 5월 중순 동수 표결에서 예고됐고, 5월 말 표결 연기에서 확인됐으며, 6월 3일 통과로 현실화됐다. 트럼프의 대이란 전쟁은 미국 밖에서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미국 내부, 그것도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 안에서도 흔들리고 있다.
2. 장기전이 만든 균열 — 공화당 이탈표는 우연이 아니다
공화당 이탈표는 예견된 것이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중 생활문제, 특히 개스값은 중요한 배경이다. 그러나 개스값 상승 하나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더 정확히는 전쟁 장기화, 의회 승인 없는 군사행동, 불분명한 목표, 에너지 물가 상승이 함께 공화당 의원들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보아야 한다.
처음에는 “이란 핵위협 차단”이나 “미국 안보 수호”라는 명분으로 대이란 전쟁을 방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석 달 가까이 이어지고, 휴전과 공습, 협상과 충돌이 반복되면서 목표는 점점 불분명해졌다. 무엇을 얻으면 전쟁이 끝나는가. 이란의 무엇을 포기시키려는가. 미국민은 왜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가. 트럼프 정부의 답은 갈수록 약해졌다.
트럼프 정부는 2월 28일 이란 공격 이후 전쟁이 지금처럼 길어질 것이라고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압도적 군사력으로 이란을 굴복시키고, 협상장에 앉혀 미국식 조건을 받아들이게 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란은 완강하게 저항했다. 정규전에서 미국과 정면으로 맞붙기보다 비대칭전략으로 미사일, 드론, 해상 압박, 걸프 미군기지 위협을 결합했다. 이란의 방식은 미국이 전쟁을 쉽게 끝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미국민이 체감하는 부담도 커졌다. 미국자동차협회는 전국 보통휘발유 평균가가 2월 26일 갤런당 2.98달러에서 3월 26일 3.98달러로 한 달 만에 1달러 올랐다고 밝혔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경제자료에 따르면 6월 1일 미국 보통휘발유 평균가는 갤런당 4.305달러였다. 이것은 추상적 전쟁비용이 아니라 미국민이 주유소에서 바로 체감하는 비용이다.
소비자물가도 같은 방향을 보여준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전체 물가는 2월 전년동월 대비 2.4% 상승했지만, 4월에는 3.8% 상승으로 높아졌다. 특히 에너지 물가는 4월 전년동월 대비 17.9%, 휘발유는 28.4% 올랐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아직 발표 전이지만, 이미 4월 수치만으로도 에너지 불안이 생활비 압박으로 번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수치를 모두 대이란 전쟁 하나의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계절적 수요, 정유시설 가동, 원유 재고, 국제유가, 공급망 문제도 함께 작용한다. 그러나 이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불안이 에너지 가격을 자극한 것은 분명한 배경이다. 개스값과 소비자물가 자료는 공화당 이탈의 직접 원인이라기보다, 전쟁 장기화가 미국민 생활비 부담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객관적 자료로 보아야 한다.
이런 조건에서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의 전쟁을 무조건 방어하기 어려워졌다. 전쟁의 동기는 불분명해졌고, 비용은 커졌으며, 미국민의 생활 부담은 늘어났다. 여기에 의회 승인 없는 장기 군사행동이라는 헌법적 문제가 겹쳤다. 6월 3일 표결은 단순한 의회 숫자 싸움이 아니다. 장기전이 일부 공화당 의원의 정치적 이탈로 번진 사건이다.
3. 위기인가, 기회인가 — 트럼프식 하원 결정 재해석
하원 결정은 트럼프에게 분명한 위기다. 전쟁권한 문제가 의회 의제로 다시 떠올랐다. 공화당 내부 균열도 드러났다. 전쟁을 계속할수록 책임은 백악관에 집중된다. 상원까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트럼프는 더 큰 정치적 압박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결정은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원이 제동을 건 순간, 트럼프는 대이란 전쟁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의회가 막은 결과”라고 강변할 수 있다. 스스로 물러난 것이 아니라, 의회가 승리하지 못하게 방해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이길 수 있는 전쟁을 하원이 막았다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하원 결정은 트럼프의 일방적 전쟁을 막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를 거꾸로 이용해 출구전략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트럼프에게 필요한 것은 완전한 승리가 아니다. 패배처럼 보이지 않게 전쟁을 접는 일이다. 마땅한 출구전략이 없는 상황에서 하원의 결정은 트럼프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4. 트럼프의 선택지 — 전쟁 중단과 지속
이란과의 전쟁은 미국이 원하는 결말로 끝나지 않았다. 협상도, 휴전도, 공습도 전쟁을 매듭짓지 못한다. 트럼프에게 남은 과제는 전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패배처럼 보이지 않게 정리하는 일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리는 곧바로 모든 군사행동을 멈춘다는 뜻이 아니다. 트럼프가 끝내고 싶은 것은 전쟁의 정치적 부담일 수 있다. 그는 전면전의 책임에서는 빠져나가려 하면서도, 제한 공습과 해상차단은 “자위적 대응”이나 “미군 보호”라는 이름으로 남겨둘 수 있다. 따라서 핵심은 미군 철수와 전쟁 종료 선언이 아니다. 어떤 형식으로 이란 압박을 계속할 것인가이다.
최근 공습을 보자. 5월 31일 이후 미국은 공습을 멈추지 않았다. 협상과 휴전을 말하면서도 케슘섬, 해상차단, 미군기지 방어, 이란의 대응 공격을 둘러싼 충돌은 계속됐다. 미국은 매번 “이란의 공격에 대한 자위적 대응”이라고 발표한다. 이란은 미국의 선제적 압박과 공격에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양측 발표가 충돌하면서 공습의 진실은 쉽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의 가능성은 네 가지다. 첫째, 전쟁이라는 이름을 포기한 채 강도를 낮추는 저강도 압박의 길이다.
트럼프는 하원 결정을 비난하면서도 실제로는 공습 횟수와 강도를 줄일 수 있다. “다 이긴 전쟁을 하원이 방해했다”는 말로 책임을 의회에 넘기는 방식이다. 그러면서 “나는 전쟁을 하지 않고 압박만 할 것”이라고 강변할 수 있다.
둘째, 하원과 상원이 모두 같은 취지의 결정을 내리고 트럼프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길이다. 이 경우 대이란 전쟁은 제도적으로 축소되거나 종료되는 방향으로 간다. 트럼프는 의회의 뜻을 존중한다고 말하며 책임전가형 출구를 만들 수 있다.
셋째, 양원이 통과시켜도 트럼프가 거부권을 행사하고 전쟁을 계속하는 길이다. 이 경우 트럼프는 강한 대통령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이 더 길어지고 미군 피해가 발생하거나 유가와 물가가 흔들리면, 책임은 더 이상 의회가 아니라 백악관에 집중된다.
넷째, 트럼프가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하면서 제한 공습과 해상차단을 계속하는 길이다. 이것은 전쟁의 이름을 바꾸는 방식이다. “전쟁”이라는 표현은 줄이고, “자위적 대응”, “미군 보호”, “해상안전”이라는 표현을 앞세운다. 겉으로는 전쟁을 끝낸 것처럼 보이게 하고, 실제로는 제한 군사행동을 계속한다.
현재로서는 첫째와 넷째의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가 전쟁을 완전히 계속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 그러나 전쟁을 완전히 끝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그는 강도를 낮추거나 이름을 바꾸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이려 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에게 필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패배처럼 보이지 않는 정리다.
5. 출구는 열렸지만 정치적 위기는 계속된다
하원 결정은 트럼프에게 출구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출구가 정치적 안전을 뜻하지는 않는다.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전쟁을 줄이면 네오콘과 강경파가 반발할 수 있다. 결의안을 무시하고 전쟁을 계속하면 반전 여론과 의회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다. 어느 쪽을 택해도 위기는 남는다.
이란을 완전히 굴복시키지 못했다는 현실도 사라지지 않는다. 미국은 강한 군사력을 과시했지만, 이란은 무너지지 않았다. 미국은 공습을 반복했지만, 이란은 대응 능력을 유지했다. 미국은 협상을 압박했지만, 이란은 핵심 요구를 쉽게 내주지 않았다. 트럼프가 어떤 표현을 쓰더라도 대이란 전쟁의 내용적 실패는 가릴 수 없다.
걸프 국가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사우디는 이미 미국의 공세작전 사용에 선을 그었다. 쿠웨이트와 바레인은 피해와 위협을 직접 경험했다. 미군기지는 보호 장치이지만 동시에 보복 표식이 된다. 미국이 공습을 계속하려면 걸프 국가들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이들 국가는 미국의 전쟁에 더 깊이 끌려 들어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이 전쟁의 한계는 중동에만 머물지 않는다. 같은 논리는 코리아반도에서도 반복된다. 조선중앙통신은 6월 4일 김정은위원장이 핵물질생산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지난 5년간 무기급핵물질생산능력이 종전의 2배를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당 제9차대회가 핵물질생산능력을 더 확대하고 핵무기보유수를 계속 늘릴 전략적 결정을 채택했다고 전했다.
이것은 단순한 공장 조업 보도가 아니다. 조선은 핵보유국 지위를 철저히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국가핵무력을 질량적으로, 지속적으로, 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미국 하원이 트럼프에게 대이란 전쟁의 정치적 한계를 보여준 바로 그 시점에, 조선은 비핵화 압박으로는 자신을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제시했다.
미국에게 던져진 물음은 단순하다. 이란에서도, 조선에서도, 미국은 아직도 압박만으로 상대를 움직일 수 있다고 보는가. 트럼프는 하원 결정을 이용해 전쟁에서 빠져나갈 수는 있다. 그러나 이란을 굴복시키지 못한 현실까지 지울 수는 없다. 역설적으로 하원은 트럼프에게 퇴로를 열어주었지만, 패권의식에 사로잡힌 워싱턴은 아직도 이란을 굴복시키지 못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