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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마루

유로 위기가 동북아에 시사하는 것

작성자yyii|작성시간10.05.21|조회수18 목록 댓글 0

/ 수정 : 2010.05.21 02:05

후카가와 유키코 日 와세다대 교수
동아시아가 아직 외환위기 여파로 신음하고 있던 1999년은 유럽이 공통 통화(通貨)인 유로화를 도입하던 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동아시아에서도 '지역주의' 움직임이 일어났다. 금융협력과 FTA(자유무역협정)가 활발해졌고, 프랑스독일의 역할을 일본과 중국이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일이다. 시장의 흐름을 뒤늦게 반영한 신용평가, 그리스 국채를 대량 보유한 유럽 금융기관에 대한 불안 확산, 투기를 비난하고 공매도를 규제한 정부…. (지역협력을 잘한) 유럽에서도 1999년 아시아에서 나타났던 혼란이 똑같이 반복됐다. 민간 채무는 많았지만 재정(財政)은 비교적 건전했던 동아시아와는 달리 국가 자체의 신용하락이 직접 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유럽이 오히려 더 심각해 보인다. 이 위기는 무엇을 시사할까?

우선 지역경제 통합을 할 때는 제도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로는 통화와 금융은 통합했지만, 재정은 제각각이라는 모순을 안고 있었다. 현재 동아시아는 FTA네트워크가 형성돼 가는 단계인데, 이 경우 자유무역이 효과를 보려면 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한·중·일의 경우 각국이 산업의 경쟁조건과 피해구제에 합의해야 한다. FTA로 무역을 자유화하더라도 자국산업에 대한 지원, 불투명한 행정지도, 공정거래법의 자의적인 운용이 오히려 늘어난다면 FTA는 정치가와 관료들의 자기만족에 머물 것이다.

확실한 '재정규율'이 중요하다. 한·중·일 중에서 재정 적자가 돌출적으로 큰 것은 현재는 일본뿐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인구 보너스기(노동인구가 빨리 늘어나 '그냥 가만히 있어도 성장하는' 시대)가 끝났다. 중국도 약간의 시차를 두고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양국은 이후 방대한 복지 의료예산이 필요해질 것이다. 재정문제는 역사와 문화의 공통기반이 있는 유럽도 통합하지 못했다. 재정에는 각국의 정치적 문제도 걸려 있는 만큼 각국이 스스로 재정규율을 엄격하게 지킬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지역적 위치 때문에 공유할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문제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이를 기초로 문화·관광산업에서 거대한 통일시장을 만들 수 있었다. 경제 발전과 함께 산업의 서비스화가 진행되면 사람의 이동과 문화적인 접근성은 한층 중요성이 높아진다.

한·중·일의 경우도 고령화가 가중되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이웃나라 시장의 의미는 크다. 조류독감, 구제역 등 사람의 이동 과정에서 생기는 리스크에도 대처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동북아시아에는 이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별도의 냉전형 지정학, 국제사회에 등을 돌린 북한이라는 존재도 있어 지정학적 대응이 중요하다. 독일이 그리스를 구제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은 '최강의 통화'라던 '마르크'를 버리고 유럽통합이라는 지정학적 메리트의 최대화를 택했던 결단을 스스로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국은 지금까지 일본과 중국에 대해 지정학적 전략성을 가지고 메리트를 최대화하기 위해 움직여 왔을까. FTA 과정을 보면, 오히려 일본과 중국의 중압(重壓)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유럽 등 다른 국가들과의 교섭을 우선해온 것이 아닐까. 하지만 핵 문제도 그렇거니와, 미국과 유럽에 북한 난민이 몰려올 수는 없다. 유럽통합의 위기는 동아시아 각국에도 무거운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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