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1 05:36
- 카프레의 좌상, 기원전 2520~2494년경, 섬록암, 높이 168㎝, 카이로 이집트 미술관 소장.
파라오의 신성은 세월을 비켜간 완벽한 얼굴, 탄탄한 근육질의 이상적인 몸에서도 드러난다. 허리를 직각으로 펴고 정면을 향한 자세는 마치 딱딱한 권좌와 한 몸으로 붙은 것처럼 정적(靜的)이다. 사실 파라오의 몸은 물론이고 권좌까지도 육중하고 견고한 섬록암 덩어리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나오지 않았다. 카프레는 이렇게 바위처럼 굳은 채, 한 치 움직임도 없이 4500년을 보낸 셈이다.
지금은 박물관 조명 아래서 관람 대상이 되고 있지만, 카프레의 좌상은 살아있는 이들의 눈이 아니라 죽은 파라오의 영혼을 위한 존재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육신이 스러졌더라도 영혼은 남아있다고 믿었다. 미라는 영혼이 거주할 몸이고, 피라미드는 그가 거할 집이며, 조각은 혹 미라가 손상되었을 때를 대비해 마련한 또 하나의 몸인 것이다. 따라서 이 좌상의 목적은 흔히 우리가 '미술'에서 기대하는 미(美)가 아니고, 감동이나 전율도 아니며, 창의성이나 개성의 표현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영원한 존재 자체가 목적일 뿐. 그래서 이 상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위엄과 고요함이 배어 나온다.
- 우정아 |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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