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꿈
書瑛강애나
빨랫줄에 걸린 이불호창을 볼때 마다
나는 할머니 생각난다.
마른 잎사귀 처럼 바스락 거리던 호창
할머니의 신발과 지팡이를 치우던 날.
하얀 호창이 눈물이 되어 한장의 젖은 손수건이었다.
항상 눈물젖은 두만강을 부르시며
고향으로 가실 꿈을 꾼 할머니
손마디 굵은 주름 구부러진 손가락.
삐뚤 삐뚤 오라버니 전상서는
어릴적 하얀 이불 호창속 숨박꼭질 생각 난다는 할머니.
갈 낙엽처럼 메말라진 몸매에도
어릴적 상상의 꿈을 간직한 소녀 할머니.
갈 수 없는 고향땅, 쓰고 또 써봐도
부칠수 없는 오라버니 전상서였다.
생전에 촉촉히 눈물 지으며 하얀 이불호창 속으로
그리움을 적시는 리북의 꿈
"내래 고향이 리북 개성이야요
어케 남한에 내려 와서리 죽지 않으면 고양에 꼬옥 갈끼야요."
이젠 할머니의 꿈도 저 뭉게 구름속으로 숨었네요
할머니는 바람타고 이북에 가신걸까요.
하얀 호창엔 쓰지 못한 편지를
하얀 빛으로 남겨 두시고 가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