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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원 자료실

내가 서울에 가는 이유( 숙제-10/9)^^

작성자유재원(뉴욕)|작성시간18.10.06|조회수90 목록 댓글 0


첨부파일 ok-18-L_Boccherini_Guitar-Quintet_No_1_II_Cantabile_-_Boccherini_Ensemble.mp3


   

나는 왜 서울에 가는가?                                                         2018-9

그곳이 서울이어서,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내 형제가 있고, 친구가 있고, 지금은 많이 달라져 그 흔적도 찾기 어렵지만 추억이 있고,

오늘의 나를 형성 시켜준 곳. 내 생의 절반을 보낸 그곳을

귀소 본능을 갖은 곤충같이 기회만 있으면, 핑계만 있으면 가고 또 갔다.   

주변 환경이 많이 달라져 옛날의 기억을 돌이켜 볼 수 없어도,

세월이 흘러 그리운 사람들이 가고 없어도,

세상이 변해 그곳 사람들의 상식이 나와 달라져 있어도,

나를 반기는 사람들의 세대가 달라져 있어도……

어머니 생전엔 어머니가 계신 것만으로도 서울로 가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그때는 어머니의 성화로 친척 어른들께 전화 안부라도 드리고,  

하루 종일 친구들 만나고 돌아다니다가

어머니가 계신 집이 내 집인 양 어머니‘하고 들어갔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탯줄 끊어진 아이마냥 세상에 혼자 던져진 기분으로

동생들에게 아마도 한국에 나올 기회가 뜸 해지겠지’ 하고 말을 하였다.

그때 동생이 버럭 큰소리로 ‘그런말하지마  누나!  일본 갈 때 들리고, 중국 갈 때 들리고,

학교 행사 있다면 오고, 또 때로는 우리들 보러 오면 좋잖아’  

이 말이 너무도 듣기 좋았고, 또 나와 서울을 이어주는 탄탄한 끈이 되어 주었다.

이제 어머니 세상 떠나신지도 십여년이지나 그때 그분들은,

심지어 사촌 형제들마저 세상에 계시지 않아도,

그래도 나는 많은 이유로 여러 차례 서울에 다녀왔다.

그런데 이번에는14 시간 20분의 비행시간이 유난히 길고 힘이 들었다.

좀 편히 지내려고 호텔을 정해 갔건만 피로는 쉽게 쌓이고,

매일 먹는 음식들은 대부분 맵고, 짜고, 달고.

도시 소음과 탁한 공기는 우리 집 생각을 간절하게 했었다.

지하철을 타면 젊은이들이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한다.

Very nice of them, 그러나 기분이 좋지 않다,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나?

남편이 옛날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했더니 두 남동생 내외들이 맛집이라며

앞장을 선다. 그런데 대학 때 방학이면 어학 연수다 뭐다 하고 뉴욕을 들락거리던

조카녀석이 나와 저녁값을 내고 간다. 대견하면서도 야릇한 부담감이 생긴다.

이렇게 또 다른 조카의 대접도 받으며, ~ 내가 손님이구나! 하는 생각이

나를 밀어내는 듯한 서울을, 한국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느 책엔가 국적은 서류에 있는 것이 아니고, 심리속에 녹아 내 속에 있다고 했다

엉거주춤하니 이쪽도 저쪽도 아닌 내가 보인다.

조금은 불편한 마음을 한 채 바쁜 일정 속에서

용평 친구 콘도에서 친구 몇 명과 일박을 하였다.

그런데 지하실 와인 셀러에 와인 가지러 자유롭게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무릎 수술을 앞둔 친구, 허리 아픈 친구, 꽁지뼈를 다쳐

도넛 방석을 들고 다니는 친구, 발목 깁스한 친구…..

남편이 말이 극성맞은 경기 출신들 졸업 60년에 또 어딜간다면 당신도 가지라고 한다는

말을 전하니, 이구동성으로 어느 학년도 60년 여행은 없더라고 한다.

자 여기가 나의 현주소다. 세월의, 건강의, 고모 이모라 부르며 나를 대하는 세대의.

또 있다. 나를 불편하게 한 것,

국립 중앙 박물관이 중앙청 옆에서 이촌동으로 이사한 후 가볼 기회가 없었기에

이번에는 작정을 하고 찾아보았다. 전철에서 내려 박물관으로 연결되는 지하도는

너무도 깨끗하고 예술적(?)이었고,

여행 중 묵었던 호텔, 콘도들은 외관이 호사스러워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양 편편치 않았다,

옛날 서울 살때 마음이 꿀꿀하면 고속버스 터미널 대합실에 혼자 앉아서,

그 곳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피곤하고 고달파 보이는모습에서 스스로를 위로했었던 적이

꽤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본 고속 버스 터미널은 높은 천정에 거울같은 바닥에

디지털화 된 안내표시 지극히 사무적이고 기계적인 메커니즘, 마음 붙일 곳이라곤

찾아 볼 수도 없었다. 또 밀려내지는 느낌.

이렇게 피부로 느끼는 많은 이유들이 서울로 향하는 나의 마음을, 뼛속까지 젖어있던

나의 정체성을 다시 정의 내려야만 하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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