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우연히 배추씨를
몇 알 얻게 되어
배추를 심어 본 분의
조언대로 집안에서
모종으로 기를 요량으로
씨를 뿌릴 적당한 그릇이나 화분이
생각나지 않아 플라스틱 통에 키친타월을 깔고
그 위에 배추씨를 한 알씩 간격을 두고 뿌려 놓고
그 위를 다시 키친 타월로 덮고
물을 살짝 젹서서 거실에 두고
이틀 만에 열어보니 까만 깨 같던 씨앗이
녹색으로 변해 있었고 그 크기도 조금
커진 것 같았다.
다시 키친타월을 덮고, 그 위에
물을 조금 뿌려 놓았다.
나흘이 지나고도 열어 보니
무슨 실 같은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이것을 어디에 옮겨서 흙에 심어야 할 것 같아서
생각다 못해 냉장고를 열고 달걀 컨테이너를
꺼내어 달걀은 다른 곳에 담아 놓고
마당 가에 나가 그 달걀 통에 흙을 채어 가지고 들어와서
어린 솜털 같은 싹을 핀셋으로 집어
그 달걀 통 흙 속에 심어 놓고, 뚜껑을 닫아 놓았다.
물론 흙은 물로 적셔 놓았다.
그리고 그다음 날 달걀 통을 열어 보니
그 싹이 키가 눈에 띄게 커 있질 않은가!
배추는 시장에서 살 줄만 아는 내가 그 배추 싹을 내다니...
신기하여 달걀 통을 자주 열어 보고 미소를 짓게 되었다.
앞으로 이 개월을 집안에서 길러 밭에다 심어야 한다고 들었다.
식물 기르기에 관심이 많은 나는 대부분의 화초를
잘 길러내곤 했는데 유독 난 종류를 돌보는 것을 아직 터득하지 못했다.
여러번 선물을 받은 난을 성공적으로 길러 내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겨울 사다가 꽃을 삼 개월 보고 나니 차츰 시들하던
난이었는데, 어느 날 물을 주려고 들여다보니 이게 웬일인가!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난 기르기가 끝이 난 것 같다.
죽어 가던 잎 속에서 새잎이 나오질 않는가!
나는 하도 신기해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사실 나는 매주 그 화초에 정성껏 돌보았는데
드디어 새로운 잎으로 보답하고 있었다.
적당한 햇볕과 바람 습도를 맞추어야 하는 까다로운 식물이었다.
이제 조금이나마 방법을 알아 가고 있는듯싶다.
지난봄에 화원에서 사 온 치자 꽃을 집안에서
꽃 몽우리가 많아서 피기를 두 달을 기다려도
되질 않아서 따뜻한 날에 밖에 내놓으니 며칠 안 가서
하얀 꽃을 탐스럽게 피워 내질 않는가!
그 향기가 아주 좋은 향수 같다.
각 식물에 알맞은 자연환경이 있는데
인위적으로 집안에서 꽃이 피길 기다렸으니...
이리하여 나의 싹을 틔우는
연습이 시작되어
앞으로는 모종도 조금씩 집에서
씨를 심어 내리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나는 아직 크지도 않은
여린 배추 싹을 바라보며
김장 할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양인회(뉴욕) 작성시간 17.08.09 배추 싺이 콩나물? 씨 뿌릴때 젓가락으로 구멍을 깊숙히 뚤고 씨를 깊숙히 묻어요. 이 번에는 그냥 파팅소일을 위에 뿌려 되도록 뿌리가 안 보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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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인회(뉴욕) 작성시간 17.08.09 만일 집 밖에서 키우면 벌래나 날라다니는 파리 종류 조심하세요. 집속아라면 걱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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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강교숙(뉴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7.08.10 고맙습니다. 콩나물 같은 싹을 흙에 옮겨 서서히 집안에서 키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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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양인회(뉴욕) 작성시간 17.08.10 잘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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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강교숙(뉴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7.08.10 양인회(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