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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숙의 오솔길

10월의 어느 날에..

작성자윤종숙(뉴욕)|작성시간24.10.29|조회수50 목록 댓글 0

나무들은 곱게 물들어 아름다운 경치를 이루고 발밑에는 수북히 쌓인 낙엽이 뱗히는..

시인이 아니라도 한절의 시를 읊고 싶고,  가을을 찬양하는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는10월이다.

지난 날에는 몰랐는데, 10월이 가을의 절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세월을 살아내고 노년에 이른 우리 연배들은 웬만하면 타협하고 자식들과 화목하게 지내기를 원한다.

자존심 때문에 고집을 부리는 것도 젊을 때 이야기이지,

나이가 들어서는 자식이 삐지는 아픔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웬만하면 참고, 부드러운 말과 듣기 좋은 말을 하며 행여나 기분을 상하게 할까 조심조심하며 지낸다.  

우리 부모들은 나이가 들어 철이 났지만,  

자식들은 아직 젊고 혈기가 왕성해서 자칫 기분이 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관계가 소중하다지만 부모와 자식 관계만큼 소중한 관계도 없다.

어린 아이를 키울 때처럼 불면 꺼질까, 다칠까 하고 시시각각 조바심치며 애타하지는 않을지라도,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 있기를 늘 기도하곤 한다.

간혹 지인들이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읍니까? 라고 안부를 물으면,

지들이 나를 걱정해야지, 내가 지들을 걱정할 나이는 아니지, 하고 우스개소리로 대꾸하기도 한다.

 

수년 전에 읽었던 기사가 생각난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대한민국에 돌아와 명문 사립대 교수가 된 30대 외아들과

그의 부모의 법정 싸움 이야기였다.

듣기만 해도 부러운, 장한 아들을 둔 이 부모가 4년째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부부는 아들이 재직하고 있는 학교 총장과 이사회에 아들을 파면해 달라는 탄원서도 보내고,

정문과 후문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도 하고, 아들 가족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찾아가

아들과 며느리를 비방하는 벽보를 곳곳에 붙이고, 아파트 현관문도 부수는 등등..

만행을 서슴치 않고 아들에게 자살하라는 문자도 보냈다고 한다.

아들은 급기야 부모의  ‘접근 금지 명령’ 을 법원에 신청해서 받았는데,  

어머니는 승복하지 않고 대법원에 상고해서 투쟁을 계속하는 중  

아버지는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투병중이라고..

아들이 부모가 허락하지 않는 며느리와 결혼함으로 빚어진 불화 인듯 한데..

아들은 부모를 무시하고 대리 부모를 세웠고, 장인, 장모와 처가집 친척들만 

불러서 결혼식을 올렸다는 것이다.

막장 드라마같은 이 이야기는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이다.

 

참,  부모의 권리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낳아준 값을 내라는 부모가 없나,

아들의 인권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기나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어떻게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지, 부럽기 까지 하다.

이렇게 사회적 물의까지 일으키며 투쟁을 하는 부모나,

내 인생이니 내가 원하는대로 살겠다고 버티는 아들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나,  

한국사람들에게는 시world(시댁) 와의  갈등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가족간에 긍정적인 곳에  힘을 모아도도 모자랄 판에 쓸데 없는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지 않은지..

한국사회는 이러한 문화를 개선하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가정이라면 사랑과 보살핌,  위로와 격려를 받으며, 알게 모르게 세상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받으며

회복하여 새 힘을 얻어, 세상과 싸워 나갈 용기로 채움을 얻어야 할 곳이라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힘든 하루를 지내고도 집안에 들어서면서 느끼는 아늑함과  안도감..

돈으로도 살 수 없고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열혈엄마들의 자녀들에게 집착하는 그  사랑과 열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하다 못해 이 열혈엄마들의 자녀에 대한 집착은 막장 드라마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G10 선진국의 국민답게 긍정적인 사고로 배려하고, 나 자신의 생각은 비우고 여유있게

주위를 둘러보며 마음을 넓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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