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하고도 벌써 열흘이 지났다.
산책을 나가면 곳곳에 낙엽이 수북수북 쌓여 있다. 바람이 불면 휘 날리는 낙엽도 많다.
밟으면 푹신푹신한 것이 기분이 좋아진다.
나무들은 잎을 떨어 뜨리고 벌거 벗으며 겨울을 준비하는 듯하다.
사람들은 겨울이 오면 두꺼운 옷을 준비하는데.. 사람이 겨울을 준비하는 모습과 반대인 듯하여 신기하다.
그 아름답던 단풍들이 누렇게 퇴색되어 변한 것을 보노라면, 인생무상을 절감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싶어 감투를 쓰고 그 감투의 무게를 감당치 못하고
자기 삶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사람이 있고,
감투의 무게를 여유있게 감당하며 자기의 삶도 평화롭게 잘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큰 그릇, 작은 그릇 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주고 give and take 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하나를 받으면 열을 주기도 한다.
그 와중에 어떤 사람은 아무것도 받지 않아도 봉사하고 헌신하며 그것을 즐기며 기뻐하기도 한다.
이렇게 각양각색의 여러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며 다양하게 모여서 우리는 섞여서 더불어 살고 있다.
나와 다르다고 비판하지 말고, 있을 때 존중하고, 없을 때 칭찬하고,
곤란할 때 도와주면서, 상부상조하면 아름다운 관계, 아름다운 사회을 이루어 갈 수 있을 게다.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서로 아끼고 감사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관계, 관계 하지만 사람의 인연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 잃어 버린 물건은 아쉽긴 해도 다시 살 수 있다.
잃어버린 관계는 되 돌리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있을 때 잘해’ 라는 말은 참으로 새겨 볼 만한 말이다.
돈으로 살 수 없고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정한 인간 관계를 소중하게 여겨야 겠다.
나이가 들었다고 매일 나이만 생각한다면 나이대로 늙어 갈 것이지만
젊게 생각하고 즐긴다면 생각하는 대로 젊어 질수도 있을 게다.
작은 것이라도 확실하게 불들어서 행복하다면 사람들은 그것이 소확행이라고 말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의 줄임말이라 한다.
그러니 서운하다고 노여워하지 말고 빨리 빨리 털고, 기뻐하며 즐거워하며 행복한 일을 생각하고
늘 베푸는 삶을 살도록 해야 겠다.
물은 네모진 곳에 담으면 네모가 되고 둥근 곳에 담으면 둥근 모양이 된다.
본질은 변하지 않으면서 순응하는 것이다. 아무리 힘든일이라도 끝은 있는 법,
잘 참으며 넘길 수 있다면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다.
그리스어의 시간을 뜻하는 단어 중에 크로노스와 카이로스가 있다.
크로노스는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로 우리가 아는 보통의 시간개념이고 세월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흘러가는 세월 따라 나이를 먹고 세월의 덧없음을 노래하기도 한다.
카이로스는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수직적, 기회적인 시간을 뜻하는 데,
비록 찰나일지라도 놀라운 변화를 체험하게 되는 시간을 뜻한다.
크로노스가 모두에게 적용되는 객관적 시간이라면,
카이로스는 개인에게 의미있는 주관적 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찰나적으로 오는 기회를 잘 잡아서 일생의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고,
망설이며 주저하다가 놓치는 경우도 많은데,
나는 그런 놓친 기회를 늘 아쉬워하고 안타까워 할 때가 많다.
물론 놓치지 않고 잘 잡기도 하여서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 찰나적으로 오는 기회를 잘 잡는 혜안과 필요한 순발력과 결심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이 나이에도 그런 기회를 잘 잡아서 제 2의 보람있는 인생을 누려 볼 수 있을까 하고 바라기도 한다.
지금은 있는 그대로 만족하며, 소확행에 즐거워하며 기뻐하며, 나이에 어울리게 착하고, 겸손하고,
감사하며, 이웃을 배려하며, 협력하며, 더불어 살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건강해야지!